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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 출발 Oct 10. 2022

상상과 구현의 현실적 타협   

영화 <외계+인>2022 심층 리뷰

 최동훈 감독은 2009년 영화 <전우치>로 조선시대 도사 전우치를 주인공으로 매력적인 세계를 창조해 냈다. 그는 2022년 VFX(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에 힘입어 다시 한번 조선의 도사들을 불러냈다. 이에 더해 우주로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조선 시대 도사와 외계인이라는 신선한 조합을 시도한다. 감독이 창조한 세계의 설정과 이야기를 뜯어보면서 살펴본다. 


 고도화된 기술을 가진 외계 생명체는 인간의 몸에 죄수들을 가두기 시작했다. 비행물체를 구름처럼 위장해 지구로 들어와 인간의 몸에 죄수들을 주입하면 죄수들은 인간의 뇌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인간이 사망하면 죄수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죄수들에게도 탈출의 기회는 있다. 인간의 몸에 갇힌 의식이 없는 죄수는 평생 인간의 몸에 갇혀 살아가지만 자신의 행성에 있던 대기를 마시면 인간의 몸에서 탈출할 수 있다. 자유자재로 인간의 몸을 빠져나오거나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식을 되찾은 죄수는 본래 숙주가 죽기 직전이라면 새로운 숙주로 옮겨갈 수도 있다. 가드는 죄수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을 하며 이미 탈출한 죄수들은 다시 특수 제작한 감옥에 봉인한다. 실제로 인간의 몸에 갇힌 죄수들이 어떻게 의식을 되찾는지, 그리고 자신의 본래 행성의 대기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과거 조선에서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걸 보면 대기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아니면 인간의 몸 안에서 촉수만 사용할 수 있는지 영화가 진행되며 감독은 관객들에게 자신이 설계한 세계를 선보인다.

 

 가드는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 1380년 조선으로 간 가드는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온 죄수를 죽여 봉인한다. 그때 이전 숙주로 쓰였던 여자의 아기를 현재 시대로 데리고 오게 된다. 명목은 인간의 뇌를 조사하고 현실에 인간들의 눈을 피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어린 생명을 가엽게 여긴 로봇의 배려 덕분이었다. 

 이 영화의 전제는 시간은 평행하게 흐른다는 것이었다. 1380년대에도 외계인이 인간의 몸에 죄수를 숨겨왔다면, 그때의 가드가 아니라 왜 현재의 가드가 굳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가서 죄수를 처단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이 평행하게 흐른다는 설정을 되짚어 봐야 한다. 현재의 7시 30분은 1380년의 7시 30분과 같다. 동일하게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1391년의 이안이 우주선을 타고 돌아가려고 할 때 현대의 시계를 보며 시간을 맞추려는 행동은 영화 속 설정을 따른다.


 영화의 시간적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드와 썬더는 1380년 과거로 이동해서 인간의 몸에서 탈출한 죄수를 잡아 봉인한다. 그때 숙주로 삼았던 인간 여인에게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썬더는 아기를 현재로 데리고 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안은 초등학교에 다닐 정도로 성장했고, 가드, 썬더와 함께 살고 있다. 그때 죄수들을 실은 호송선이 오고 수 십 명의 죄수를 지안 병원에 있는 환자들과 의사들에게 주입한다. 이안은 그 장면을 목격한다. 가드는 임무를 하다가 이안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죄인 호송이 끝나는가 싶더니 어느 날 외계에서 비행물체가 날아와 지안병원으로 호송했던 죄수들 중 중요한 죄수인 설계자를 탈출시킨다. 가드는 그 외계인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최후의 수단까지 사용한다. 가드와 썬더, 이안이 죄수를 시간 속에 가두겠다는 계획으로 시간 이동을 한다. 1380년대로 날아간 세 사람은 결국 설계자를 죽이지 못하고 가드는 행방불명되고, 썬더는 동력을 잃어 냇가에 잠긴다. 썬더는 이안에게 신검을 찾아 자신에게 돌아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이안은 그때부터 혼자 신검을 찾기 위해 홀로 살아간다. 

 한편 하늘에서 가드와 썬더, 3명의 외계인이 떨어지는 장면을 본 3명의 도사와 어린 무륵은 그들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 지역에 접근하고 어린 무륵과 이안이 만난다. 훗날 무륵이 이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죽을 위기에 처한 설계자가 모든 기억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며 무륵의 몸에 들어가 옮겼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무륵의 몸에 들어가고, 나머지 두 외계인(지안병원 습격 당시 의식을 찾은 죄수)들은 1390년 조선에서 비밀 조직 밀본을 만들어 신검을 찾기 시작한다. 신검과 우주선을 찾아야만 현재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외계인들이 현재로 돌아가려는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영화는 신검이 인간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신검에 관심이 있던 두 외계인(지장, 남자), 무륵, 두 명의 도사 흑설, 청운 그리고 이안이 한데 모이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 편집한다. 어린 이안이 가드와 가족으로 살고 있는 현재와, 과거에 갇혀 성인이 된 이안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한다. 시간적 순서가 A-B-C-D라면 A-C-B-D 와 같은 식이다. 관객들은 영화 초반 어린 이안과 성인이 된 이안을 번갈아 보면서 김태리와 류준열이 분한 두 인물이 누구이며 어린 이안과 가드, 썬더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 등장인물들이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호기심을 갖고 영화를 지켜본다. 그리고 후반부 이안이 과거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면서 김태리 배우가 분한 인물이 성인이 된 이안임을 알게 되고, 무륵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 <외계+인> 1부는 마무리된다. 

 

 영화 <외계+인>는 SF 장르로 감독과 작가, 제작진이 어떤 상상력의 재료를 가지고 영화를 시각화했는지가  중요하다. 가드와 썬더의 외모는 어떤지, 그들이 타고 다니는 이동 수단은 무엇인지, 등장인물들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어떤 말투로 이야기하는지, 가드와 썬더가 타고 다니는 우주선은 어떤 디자인인지,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은 어떻게 생겼을지, 그의 말투나 걸음걸이는 어떤지, 어떤 약점을 가지고 있을지, 그들의 몸속은 어떻게 생겼을지, 팔이 잘린다면 어떻게 표현될지, 그들은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들은 지구의 대기 상태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인지 못 한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그들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의 외부와 내부 디자인은 어떤지, 그들의 행성의 대기는 어떻게 시각화할지 선택해야 한다. 영화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은 도사다. 이 도사들은 어떤 능력을 쓸 수 있는지, 부채 속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어떤 동물이고 어떤 능력을 가졌을지, 부채 속에 들어있는 강력한 검은 어떤 사연을 가졌고 무륵은 왜 처음에 그 검을 뽑기 어려워했는지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의 1분 1초가 상상력으로 채워져야 한다. 


 영화 <외계+인>1부는 총 142분(2시간 22분)이며 2부가 계획되어 있다. 2부 시간까지 합친다면 약 5시간 정도 된다. OTT 시리즈로 공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글 작성 당시 본래 영화로 계획했던 '수리남'이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로 공개됐다. 


개봉: 2022. 07. 20
장르: 액션, SF/ 대한민국/ 142분
감독: 최동훈
주연: 류준열(무륵 역), 김우빈(가드/썬더 역), 김태리(이안 역), 소지섭(문도석 역), 염정아(흑설 역), 조우진(청운 역), 김의성(자장/의사 역), 이하늬(민개인 역), 신정근(우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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