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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 출발 Sep 03. 2022

적응할 가치가 있는 세상은 없다

영화 <멋진 세계 UNDER THE OPEN SKY>2020 리뷰


 13년 형을 받고 출소한 전직 야쿠자 미카미는 출소 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사회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다. 야쿠자이자 전과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의 발목을 붙잡고, 그가 교도소에서 사회 적응을 위해 갈고닦은 재봉일은 시대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를 물심양면으로 조건 없이 도우려는 사람들이 존재했기에 희망을 품고 도전하고 도전한다. 정상이라 말하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하며,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야 한다.


 미카미는 13년의 복역이 끝나는 날에도 살인죄를 인정하느냐는 교도소장의 물음에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건 당시 야쿠자를 그만둔 상태였으며 과실치사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카미는 불의를 참지 못하고 말보다는 주먹과 힘으로 해결하는 인물이다. 14세 때부터 시작된 야쿠자 생활이 그를 대변한다. 

"싸우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안 되나요?" 
"난 나를 믿어주고, 칭찬해 주고, 인간답게 받아들여주던 곳에서 생활을 했던 것뿐이야." 


 미카미에게는 그곳이 야쿠자 조직이었을 뿐이다. 그가 전과 10범에 그의 범죄 행적을 쌓으면 A4용지로 1m가 된다는 것은 그가 결코 선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다만 그가 복역을 하게 된 이유는 억울한 누명 때문이었다. 실제 가해자가 먼저 미카미와 아내를 칼로 위협했기 때문이다. 출소 후 그는 약자가 강자에게 당할 때 참지 않았고, 그의 기본권이 침해당했을 때 참지 않았다. 사회가 그를 모욕하고, 무시하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가장 눈에 총명이 도는 순간은 힘으로 누군가를 제압할 때라는 것이 그를 설명한다. 그를 쉽게 판단할 순 없지만 미카미는 단순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다혈질 성격의 사내다. 그는 출소 후에도 그의 신념대로 행동하며 사회가 그를 막아선다. 그는 온전히 그가 누려야 할 권리를 누군가로부터 침해당했을 때 그들을 공격했지만 방법이 옳지 않았고 사회는 그에게 침묵하는 방법을 권한다. 

 영화 초반 야쿠쇼 코지가 연기하는 방식은 과장되고 진지하지만 그래서 우스꽝스럽고, 겉은 중년이지만 속은 아직 열정을 내뿜는 청년 이미지를 연출한다. 


 영화는 미카미가 가진 신념으로 이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사회는 그를 포용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그를 둘러싼 일본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 감독의 스텝으로 영화 일을 시작한 인연으로 그와 함께 영화 <멋진 세계>를 작업했다. 일본 사회를 내밀한 관찰력으로 들여다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야쿠자들은 이제 그들이 설 곳은 없다고 말한다. 이웃들은 시대를 이야기하며 야쿠자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미카미는 국가의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노동을 하며 세금을 내는 시민들은 일하지 않고 세금을 소모하는 그들을 달가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반면 대가 없이 신원보증을 해주며, 노동할 의지가 있는 그를 지원해 주며 그를 돕는 사람들도 그의 곁에 있다. 


  세상의 불의에 굽히지 않던 미카미는 세상에 순응한다. 그는 자신을 믿어주고 지원해 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폭풍이 오고 있다는 설정은 예사롭지 않다. 미카미의 고혈압은 사실 화병이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의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심장이 터지도록 답답하고 엉망이며 그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든다. 

  <살인 옆 지나간 50명, 충격의 CCTV, 사마리안 법 불러내다> 2022년 5월 13일 서울 구로구에서 한 60대 남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이 그 옆을 지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행인의 숫자가 50명이었다. 사람들은 묻지 마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들을 돕기를 망설인다. 자칫하면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미카미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내려놓는 순간 그의 인생은 다층적으로 변한다. 야쿠자 생활에서 믿음과 칭찬을 얻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다면 이번엔 사회에 적응하고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인내심을 기른다. 사회의 일원으로 남기 위해 참는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며 내면의 고통이 따르지만 아무 보상도 없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사회다. 


 멋진 세계는 반어적 표현이다. Under the Open Sky. <열린 하늘 아래>라는 영어 제목은 세상은 하나도 멋지지 않았으며 세상에 적응하려 노력해야만 하는 미카미가 과연 적응할 가치가 있는 세상인지 의문을 표시한다. 열린 하늘 아래 세상은 따듯하지만 차갑고, 정의롭지만 불의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모두 가치 있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개봉: 2022.08.11
장르: 드라마/ 일본/ 126분
감독: 니시카와 미와
주연: 야쿠쇼 코지(미카미 역), 나가사와 마사미, 니카노 타이카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여성 감독으로 다수의 소설을 집필했고 8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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