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 Jan 16. 2023

나의 첫 번째 휠체어 피팅기

빨리 친해지길 바래



2017년 7월 키 113cm 몸무게는 100kg 남다른 무게와 짤막한 키를 가진 녀석의 첫인상은 어두웠다. 키에 비해 지나친 무게. 내 두 다리가 되어야 할 녀석이기에 묵직하고 튼튼함이 필요했다. 바로 나의 첫 번째 전동휠체어다.


생각지도 못했던 시기, 늦출 수 있다면 최대한 미루고 싶었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려 노력한 이십 대의 끝자락인 스물아홉 초여름날 휠체어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받으러 병원으로 갔다.


휠체어를 구입할 때, ‘장애인 전동보장구 본인부담금 지원사업’이라고 해서 지체장애나 뇌병변 장애인이 전동 보장구를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가입이 당연히 되어있어야 하고 전동휠체어는 상한액 209만 원 중 90%를 지원해 준다. 나머지 10%만 자부담하면 된다. (휠체어 금액과 종류에 따라 다를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사전에 꼭 확인해 보고 구입하시길 바란다!)


모든 제품이 지원되지 않지만 휠체어를 구입할 때 지원되는 품목리스트가 있다. 돈이 많지 않은 나는 최대한 금액지원을 받고 자부담이 적으면서 튼튼한 휠체어를 골라야 했다. 눈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타려고 생각하니 큼직한 휠체어는 왠지 피하고 싶었다. 사람도 큰데, 휠체어가 플러스되면서 두배로 크게 느껴질까 싶은 우려 때문이었다.


서류를 챙기고 생각해 놓은 휠체어를 구입하러 매장에 갔다. 휠체어가 많을 줄 알았던 그곳은 생각보다 작은 사무실 같았고 양쪽으로 휠체어 몇 대가 전시되어 있었다. ‘따로 보관해 놓고 필요할 때 가져오시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둘러보던 중 “찾으시는 제품이 있으신가요?” 하며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생각하고 있던 휠체어 모델명을 말씀드리니 휠체어를 직접 가져오셨다.


"이 모델이 전동휠체어 중에서는 작은 편이긴 해요."


(이게..? 육안으로 보기에 그리 작아 보이지 않는데..) 마음의 소리가 툭 나올뻔했다. 아마 표정에서는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작은 편이라고 하니 내심 다행이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걱정이 앞섰다. 주변을 둘러보고 직원분의 설명을 들었을 때 다른 휠체어를 보니 내가 고른 것보다는 확실히 더 큰 것 같았다. 사려고 하는 모델에 별도 옵션은 추가하지 않고 기본형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감사하게도 안전손잡이는 서비스로 달아주셨다. (이 손잡이도 옵션으로 추가해야 하는 건데 별도구입 시 10만 원가량 했던 것 같다. 별거 아니게 생긴 막대기가 참으로 비싼 것.. 다행히 손잡이&가방걸이로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중이다.)

 

“전동휠체어를 구입하실 때는 몸에 맞게 구입하시는 게 좋아요.

 앞으로 계속 타야 하니 불편함이 없어야 하니까요.”


그냥 바로 구입하면 될 줄 알았다. 내 몸에 맞게 의자사이즈를 재고 발판, 팔걸이, 컨트롤러 위치를 맞추면서 세심하게 체크하셨다. 여러 사이즈 중에 나에게 맞는걸 고르고, 앉았을 때 발을 올리고 편한지 여부 등. 병원에서 많이 보는 일반적인 ‘수동휠체어’로 불리는 건 넉넉한 사이즈가 좋지만 전동휠체어는 내 옷처럼 몸에 착 맞아야 한다고 하셨다. 수동휠체어는 주로 집에서 탈거지만, 가끔 집 근처 외출 시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좋은 것으로 했다. 의자시트는 조금 여유 있게, 팔걸이는 원터치 스윙으로 (활짝 열려서 타고 내리기가 편하도록.) 보호자가 밀어줄 때 경사에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도록 뒤에 손잡이에 브레이크가 달린 것으로 택했다.


전동휠체어 피팅을 하는데 조금 아쉬웠던 건 팔걸이를 높이였다. 상위모델은 원터치로 팔걸이가 더 높게 올라가고 조절이 편한 반면, 내가 고른 건 조금 번거롭고 높이도 애매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5-6년은 탈만하지 싶었다. (비쌀수록 디자인도, 기능도 좋았다. 이래서 자동차를 살 때도 이것저것 고르다가 풀옵션이나, 상위 모델 차량을 사게 되는 거구나 싶다.)

휠체어 사이즈를 맞추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함께 신청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배송을 해주신다고 했고 대략 2-3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3주가 지났을까. 집으로 휠체어가 왔다.


까만색의 프레임, 회색바퀴, 묵직한 모터와 배터리가 달린. 이 녀석에게 앞으로 나를 맡겨야 한다.

팔걸이를 만지고, 프레임을 쓰다듬으며 두려움과 설렘이 일렁이는 마음이 다가왔다. 어디부터 갈까 조금은 들뜨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걸어 다닐 때, 집에 오고 나면 온몸이 긴장된 채 아프고 힘들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고. 숨이 차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싶었다. 앉은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닐 모습을 상상해 봤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처음엔 어색하겠지. 초보운전으로 자동차 핸들을 잡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전동휠체어는 눈으로 몇 번 보기도 했고, 병원에서 수동휠체어로는 타보긴 했지만, 전동휠체어는 확실히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이걸 타게 되다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빨리 타게 될 줄도 몰랐고.

언젠가 타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마주했을 때의 기분은 참.. 하나의 감정으로 설명할 순 없었다.

두려움, 걱정, 안도, 기대, 설렘의 복합적인 감정들과 함께

내 두 다리가 되어 줄 나의 첫 번째 휠체어를 맞이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이킷, 댓글과 구독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다름과 틀림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