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두들 이호정 대표를 만나다.
'스몰빅'이라는 책에는 '아이디어를 동사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명사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때, 즉 동사일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브런치에 글을 써보겠다'라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관심이 있던 친구와 가끔 만나면, '브런치에 글 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평소에 글을 쓰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고,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그 친구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글쓰기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행동하지 않는 내가 답답했는지 친구가 나에게 제안을 했다. "오늘부터 하루에 하나씩 글을 써볼까?." '평소 전혀 글을 쓰지 않던 내가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쓴다고?'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 그러자"라고 대답했다. 블로그 계정을 하나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글 하나씩을 써 나갔다. 그렇게 4~5일 정도 글을 쓰고 나서, 그 글을 가지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작가 신청을 하고 이틀 뒤에 브런치 작가 합격 통보를 받았다. 오랫동안 나는 '글을 써야지'하는 아이디어를 명사로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동사로 바꾸니 일주일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재미있는 주제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내 글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고, 구독자도 별로 없다. 가끔씩 '내가 왜 이렇게 어렵게 글을 쓰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하나씩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질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브런치에 올라온 다른 작가들의 글도 자주 읽게 된다. 막연히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글쓰기'를 바라보고 있다. 글쓰기를 실행에 옮겼을 때 상황의 변화가 왔고, 바뀐 상황은 다시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 아이디어는 동사가 되어야 한다.
최근에 한 공공기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어 (주)두들의 이호정 대표를 만나고 있다. (주)두들은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굿즈 제작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낙서 등을 디자이너가 깔끔하게 다듬은 후에 핸드폰 케이스, 열쇠고리, 가방, 머그컵, 쿠션 등의 굿즈에 활용한다. 주요 고객은 아이들의 부모이다. 아이들의 부모는 자녀들이 그린 그림을 생활용품에 담는 '나만의 제품'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의 낙서 등을 깔끔하게 다듬어주는 디자이너들은 미대에 재학하고 있는 대학생 디자이너들이다.
이호정 대표는 1998년생이다. 함께 일하고 있는 봉윤지 Co-Founder도 1998년생이다. 봉윤지 Co-Founder는 이호정 대표의 중학교, 예술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한다. 두들이 아이디어만 있을 때,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은 아직까지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디자인 전공의 대학교 4학년생들이다. 내년 가을에 졸업할 예정이라고 한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를 물으니 이호정 대표가 대학교 수업 중에 과제로 하던 프로젝트가 결국 창업 아이템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이호정 대표가 참여하고 있는 신촌대학연합 창업동아리에서 몇 명이 팀을 이루어 이 아이템에 대해 의논을 하였고, 창업지원사업에 도전하여 두 개의 공공기관으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어서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이렇게 창업지원사업과 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1억 9,000만 원에 이른다.
단순히 수업 중의 과제로 끝낼 수 있었을 것 같은 이 '아이디어'는 이호정 대표가 구체적인 실행에 옮겼을 때 많은 상황의 변화를 가져왔다. 팀원들이 생겼고, Co-Founder가 생겼고, 대학생에게는 거액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창업자금이 생겼고, 지하철역 인접한 곳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창업공간도 생겼다. 고객이 늘어나고 있고, 월 매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호정 대표에게 사업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하는 많은 일들은 그의 전공인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업전략, 조직 관리, 마케팅, 재무 등 다른 분야가 더 많은 듯 보였다. "저는 정말 재무, 이런 거에 대해 전혀 몰랐거든요. 그런데 요즘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회사의 수익에 대해 설명하면서는 '공헌이익'이라는 표현을 쓴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왔지만, 원가관리회계 책에 나오는 '공헌 이익'이라는 용어를 쓰는 CEO는 처음 만난 것 같다. 그것도 경영학 전공자가 아닌 디자인 전공의 CEO에게서 이 용어를 듣는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CEO로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 전공의 대학생에서 CEO가 돼야 하는 상황, 그 바뀐 상황이 다시 그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는 동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