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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Oct 12. 2022

인생은 아름다워-주크박스 뮤지컬로 공략하는 노스텔지어

무드셀라 증후군, 과거의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을 남기려는 심리를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이다. 무드셀라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960세까지 장수한 인물로 과거를 회상할때면 늘 좋았던 기억만을 떠올리고 과거로 돌가고 싶어했던 인물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에서 공략하는 주요 포인트가 된다. 과거 우리가 열광했던 토토가, 응답하라 시리즈 등이 바로 그러한 콘텐츠이다.



영화는 소녀에서 아내로 엄마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오세연(염정아)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 소녀 시절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삶의 마지막을 마주하며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찾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이 영화가 공략하려는 지점, 무드셀라 증후군과 정확히 일치한다. 과거의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심정...


영화는 오세연이 남편 강진봉(류승룡)과 함께 과거의 사랑을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첫사랑 오빠와의 기억과 현재 남편과의 기억들로 구성된 에피소들이 교차해서 등장하면서 그녀가 살아온 시간들을 추적해간다. 하나의 기억은 오세연만의 기억이며, 하나의 기억은 오세연과 강진봉 공동의 기억이다. 그래서 오세연의 추억을 찾아 떠난 여행은 강진봉의 추억을 되찾아 주는 여행이 된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추억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며 우리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고자 한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우리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며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노래다. 어리고 젊은 시절 자주 듣던 음악은 우리를 다시 그 시대로 초대하는 마법을 부린다. 영화에이문세의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신중현의 ‘미인’ 등의 노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추억을 자극한다. 첫 시퀀스에서 서울극장을 배경으로 이문세의 ‘조조할인’이 울려 퍼졌을 때 어린 시절 그곳에서 봤던 수 많은 영화들과 그때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게 주인공의 기억과 나의 기억이 하나로 모아지는 경험을 했다. 그것이 주크박스 뮤지컬로 이 영화를 기획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아둔 90년대 후반 극장 티켓들

이 작품은 가벼운 마음으로 흥겹게 볼 수는 있지만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스토리가 다소 진부하며,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 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노스텔지어를 자극하겠다는 전략이 너무 뻔하게 보여 영화가 주고자 하는 감동이 반감된다. 이런 지점들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이 또 한 번 우리 영화의 지평을 넓힌 작품으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승리호’가 국내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선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간 한 번도 제작되지 않았던 순수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을 시도한 이 작품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우리나라는 브로드웨이도, 웨스트엔드도 없는 국가이다. 수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뮤지컬 공연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순수 창작 뮤지컬로 영화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의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여 수년 후에는 뮤지컬 영화에 있어서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곧 윤제균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웅’이 영화로 개봉한다고 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2020년에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이제야 개봉하게 되었다. 이미 무대에서 검증받은 작품으로 전문 뮤지컬 배우인 정성화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이룬 절반의 완성도에서 한 발짝 더 나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주길 바란다. 이 두 작품이 또 한 번 국내 영화 스펙트럼의 확대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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