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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Mar 05. 2024

[시네마 톡] 듄 파트 2–메시아가 인류를 구원하는가?

화 ‘듄’의 이야기 구조는 상당히 익숙한 느낌을 준다. 영화의 주인공 ‘폴’은 스타워즈에서 전설의 제다이 ‘루크’, 매트릭스의 ‘네오', 아바타의 토르크 막토 ‘제이크 설리’를 닮아있다. 이들은 모두 낯선 저항군의 세계에 홀로 들어갔지만 이내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며 예언된 메시아로서 저항군을 이끌며, 기존의 지배체제를 붕괴시키는 혁명을 완수한다. 언급한 3개의 작품은 모두 역사에 남을 SF 대작들인데, 그 기본골격은 유사한 메시아 영웅신화를 기본으로 한다. ‘듄’의 원작이 언제 나왔는지 모르고 본다면, 이 영화 또한 이러한 영화들에서 기본 컨셉을 가져왔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다. 소설 ‘듄’은 언급한 SF 대작들 중 가장 빨리 나온 스타워즈에 비해서도 12년이나 빨리 출간되었다. 이는 ‘듄’이 그리는 SF 스토리텔링의 세계관이 후대의 많은 대작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말한다.     


1968년 원작이 출간된 후 ‘듄’이 영상화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래 걸렸다. 여러 시도가 무산되다 우여곡절 끝에 데이빗 린치가 만든 1984년 작은 흑역사로 남았다. 데이빗 린치 같은 거장도 되살리지 못한 이 거대한 SF 에픽의 영상화 작업이 2021년 ‘드니 빌뇌브’라는 또 하나의 천재 감독에 의해 완성되었다. 드니 빌뇌브는 SF로 데뷔한 감독이 아니었지만, 최근작은 모두 SF 작품이다. 인문학적 SF이라 불리는 ‘콘택트(Arrival)’, 사이버펑크의 전설 ‘블레이드 러너’를 리메이크 한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감독한 후 맡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작품 ‘듄’의 파트1이다. 드니 빌뇌브가 ‘듄’ 이전에 만든 두 SF 작품은 모두 잔뜩 어두운 톤에 느린 호흡으로 완성한 SF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SF 이미지를 구축했다. 2021년 선보인 듄 파트 1은 이런 드니 빌뇌브 SF 특유의 느낌이 한껏 묻어있었다. 그것이 듄 파트 1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드니 빌뇌브식 연출은 소설 ‘듄’을 화려한 볼거리 위주의 SF 대신 철학적 느낌이 가득한 영상으로 재탄생시켰다. 원작의 정치철학적, 종교철학적 텍스트는 이러한 드니 빌뇌브식 연출 방식을 통해 빛을 발했지만 블록버스터로서의 재미는 크게 반감시켰다. 파트 1은 내내 늘어지고 지루한 느낌이 가득했다. 액션 또한 우리가 익히 보아온 화려한 것과는 동떨어져 다소 밋밋한 느낌이 가득했다. 이는 ‘듄’ 파트 1이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다. 나 또한 이런 이유로 파트 2에 대한 관람을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데이빗 린치의 듄(1984)와 드니 빌뇌브의 듄 파트1(2021)


그러나, 파트 2는 파트 1에 비해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느린 호흡은 보다 빨라졌으며, 사건들이 보다 급박하게 전개되며 긴장감을 부여했다. 파트 1에 비해 사막을 비추는 장면이 훨씬 많아졌으며, 이때 사막의 이미지를 장엄하고 아름답게 표현하여 영화 ‘듄’을 통해 우리가 보고자 하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때로는 황토빛으로 때로는 붉은 빛으로 표현되는 사막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압도되게 하였다.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사막의 스펙터클함은 장이모우가 촬영하고 첸카이거가 감독한 ‘황토지’를 연상하게 하였다. 베이징 영화학교 동문인 두 사람이 대학 졸업 후 찍은 이 작품은 중국 시골의 토지를 광활하고 멋지게 담아내었다. 당시 촬영감독이었던 장이모우가 담아낸 중국의 광활한 토지의 모습은 이 작품에서 내내 등장한 사막의 모습과 무척 닮아보였다.      


황토지(1984)

원작 ‘듄’은 먼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이지만 종교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담고 있다. 인간은 자신들을 번영의 길로 이끌어 줄 구원자를 기다린다. 그리고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이 인류를 더 나은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다. 기독교의 예수, 이슬람의 마호메트가 바로 이러한 영웅이다. 이들은 신의 대리인이라 불리는 메시아의 지위를 차지하고 전세계 최대 종교인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을 구원해 줄거라고 믿어온 이 메시아들이 이끄는 종교는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듄’의 ‘폴’은 많은 부분에서 예수를 닮아있으며, 마호메트의 모습도 하고 있다. ‘폴’은 베네 게세리트의 믿음에서의 메시아인 ‘퀴사츠 헤더락’이기도 하며, 프레멘들이 기다려 온 ‘리산 알 가입’이기도 하다. 한 명의 영웅은 양대 집단에서 서로 다른 메시아로 여겨지며 영웅으로 등극한다. ‘폴’이 진짜 영웅으로 등극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멋지게 그려지지 않는다. 드니 빌뇌브는 마지막 전투신과 ‘폴’이 황제를 무릎 꿇리는 장면을 내내 어두운 톤으로 표현한다. 이는 ‘듄’이 바라보는 메시아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인류 역사에서 우리가 숭배하는 ‘메시아’가 결국 인간들의 반복된 전쟁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에서 기인할 것이다.     



드니 빌뇌브는 전작 ‘그을린 사랑’에서 종교 갈등이 한 인간을 파국으로 이끄는 과정을 상당히 충격적으로 그려낸 적이 있다. ‘그을린 사랑’은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들이 혼재되어 있는 레바논에서 켜켜이 쌓여있던 종교갈등이 불러일으킨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한 국가 안에서 기독교와 이슬람 신자들 간의 적대적인 환경이 종교와 상관없이 평화를 추구하던 한 여성의 삶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큰 인상을 주었던 드니 빌뇌브는 ‘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영상으로 구현하기에 어쩌면 최적의 감독이었을지 모른다.     



파트 3는 본격적으로 리더의 자리에 오른 ‘폴’이 이끄는 우주전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파트 2는 ‘폴’이 예언된 메시아로서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스토리였다면 파트 3는 본격적으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프레멘은 그들이 기다린 메시아 ‘리산 알 가입’인 ‘폴’을 따라 전 우주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기다린 ‘메시아’가 결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스토리에서 파트 2는 전개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가 우리 앞에 공개될지 모르는 파트 3에서 듄은 진짜 말하고 싶은 바를 말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파트 3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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