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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May 07. 2024

'르 스페이스'-영화적인 대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 미디어적 경험의 확장

지난 5월 1일 정식 오픈한 인스파이어 리조트 내에 상당히 큰 규모의 미디어 아트 전시관 ‘르 스페이스’가 개관했다. 이곳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아르떼 뮤지엄도 가보았지만 ‘르 스페이스’가 주는 느낌은 아르떼 뮤지엄과 달리 영화적이고 미디어적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주제로 주로 글을 써온 이 공간에 이 재미난 미디어 아트 전시관에 대해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로 불리는데, 그만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새로운 컨셉의 리조트이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명했던 것은 메인 거리인 ‘오로라’ 천장의 미디어 아트였다. 바다와 고래를 컨셉으로 한 'Under the Blue Land'는 각종 SNS에서 큰 화제를 만들며, 초기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인지도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르 스페이스’는 이 작품 'Under the Blue Land'를 만든 현대 퓨처넷이 본격적으로 런칭한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다. 현대 퓨처넷은 오로라에서 구현한 미디어 아트 역을 총집결해 '르 스페이스'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르 스페이스' 전시관을 모두 보고 나면 'Under the Blue Land'는 예고편에 불과했다고 느낄 수 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메인 스트릿 오로라의 미디어 아트 작품 'Under the Blue Land'

 

'르 스페이스’는 일단 규모에서 기존의 미디어 아트 전시관을 압도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미디어 아트 전시관은 강릉 아르떼 뮤지엄으로 전체 면적은 4,975㎡(약 1,500평)에 달하지만, ‘르 스페이스’는 6,142㎡(약 2,000평)로 이를 능가하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즉, '르 스페이스'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상설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다. 규모뿐 아니라 ‘르 스페이스’는 기존의 미디어 아트 전시관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그간 다양한 미디어 아트 전시관들이 개관들을 했지만, 아르떼 뮤지엄을 포함해 지금까지 인기 있었던 미디어 아트 전시관들은 대체적으로 미술관 혹은 박물관의 느낌이 강했다. 제주의 빛의 벙커와 서울의 빛의 시어터는 반 고흐, 클림트, 가우디 등의 미술가와 건축가의 작품들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아르떼 뮤지엄은 보다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지만, 메인은 중세시대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 미술까지 각종 명화를 화려한 미디어 아트 기술로 재현하는 전시관이다.     


아르떼 뮤지엄(좌)과 빛의 벙커(우)


반면, ‘르 스페이스’는 보다 영화적이다. 18개에 이르는 전시관들이 SF를 소재로 연결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처음 들어가면 탑승 게이트(Boarding Gate)가 우주여행의 시작을 알리고 우주 정거장(Cosmo Station)으로 이동한다. 우주 정거장 포털1과 포털 2 그리고 지구로 돌아가는 마지막 탑승구로 향하는 모든 길의 중간지점 역할을 한다.


르 스페이스 전시관 구성(브로셔 촬영)


포털 1은 각각 새로운 세상들로 꾸며진 전시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포털로 향하는 길, 빅뱅, 웜홀, 평행우주, 새로운 행성, 화산, 비추는 바다, 심해, 컬러풀한 숲, 꽃 사막 등의 전혀 다른 컨셉의 새로운 세상들을 미디어 아트로 만날 수 있다. 어떤 공간은 남성적이며, 어떤 공간은 여성적이고, 어떤 공간은 동화적이다. 모든 성별과 연령에게 소구하고자 하는 기획자의 의도가 읽힌다. 이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 새로운 행성(Exoplanet), 비추는 바다(Reflecting Sea)였다. 평행우주는 홍해가 갈라지듯 바다의 형상이 화려하게 갈라지는 느낌을 주는데, 사진이 너무 멋지게 나왔다. 또한 황색빛으로 바뀔때도 다른 느낌으로 멋진 사진 얻을 수 있게 한다. 다음으로 새로운 행성(Exoplanet)은 이 전시관의 메인 전시관 같은 느낌이었다. 가운데에 커다란 구가 있었으며, 이 구의 변화에 따라 사면의 이미지가 계속 변화하며, 아름다운 행성의 모습과 파괴된 행성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화려하던 행성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파멸한다는 스토리인 것 같은데 가만히 앉아서 보면 그 느낌이 상당히 영화적이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는 이 진시관의 메인 포토 스팟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다음으로 비추는 바다(Reflecting Sea)는 가족들을 위한 공간이다. 아래와 벽면의 미디어 아트는 잔잔한 다를 표현하고 있는데 천장이 거울처럼 비추는 재질로 구성되어 있다.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이 공간에 누어 천장을 찍으면 마치 내가 바닷속에 누워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
새로운 행성(Exoplanet) 내의 구
비추는 바다(Reflecting Sea)


포털 2는 생명체들을 테마로 3개관으로 구성되었다. 이 중 Imagine 관에서는 귀여운 생명체들이 화면에 나와 춤을 추는데 그 느낌이 동화적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해당 크리처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따라서 춘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잘 몰라서 이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아무튼 이 관은 동화적이고 신나서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휴머노이드(Humanoid) 관이었다. 개인적으로 블레이드 러너나 공각기동대와 같은 사이버 펑크 영화에 열광하는데 이 공간에서는 그런 디스토피아적 SF의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커다란 스크린 속에서 기계들은 휴머노이드를 조립하고 휴머노이드가 완성되면 본격적으로 EDM 음악이 펼쳐지며 완성된 휴머노이드가 이에 따라 춤을 춘다. 미래적인 기계음악에 맞춰 휴머노이드는 멋지게 춤을 추는데 왜 나는 그 모습이 그렇게 슬퍼보였는지 모르겠다.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과 공각기동대에서 전뇌의 자아에 대한 고민들이 이 전시관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두 번이나 지켜봤다.


휴머노이드(Humanoid)

이 모든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면 영화관 같은 곳에 들어가 빈백에 누 우주 정거장으로 향하는 4분 남짓한 영상을 보며 이 여정을 마무리한다. 수미쌍관으로 이루어진 이 새로운 우주 체험은 분명히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가족에게는 즐거운 경험을, 연인들에게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예쁜 경험을, 또 나와 같은 SF 매니아에게는 우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 한다.


마지막 영상


각 전시관들이 분절적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이를 잇는 스토리 라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전시관이 흥행을 한다면 이 스토리 라인들을 잘 엮어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 아트 전시관도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고 보았을 때 이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확장하는 것은 콘텐츠의 생명력을 강화한다. 


트랜스 미디어 전략은 특정 세계관을 가진 콘텐츠가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토리 라인을 통해 콘텐츠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이 영화적인 미디어 아트 전시관에서 그러한 가능성을 살짝 엿봤다.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 오프라인에만 머물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장한다면 이 전시관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이는 비즈니스의 차원에서도 새로운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은 이 전시관이 어느정도 흥행을 한다는것을  전제로 한다. 일단은 그 성과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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