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이 된 공황장애는 날씨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특히 더하다. 비가 오면 다행인데 어제같이 날씨가 맑다가 어둠이 스멀스멀 밀려오면 여지없이 공황장애 발작이 일어난다. 발작이란 표현 자체가 약간 우습지만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증상이 밀려온다. 우선 머리 두통이 장난 아니기에 아프다. 그다음에는 심장이 미친 듯이 널뛰기한다. 나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고장 난 그네 같다. 처음에는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혹시 심근경색인가 뇌졸중인가? 혹 뇌경색인가 해서 병원 응급실로 뛰어다니기에 바빴다. 하지만 병원에서 어떠한 검사 결과도 나의 몸은 정상이었다. 이때 선생님께서 혹 정신 건강 의학과에 외래 진료를 받아 볼 것을 권하셨을 때 나는 완강히 거부했다.' 내가 정신병이라고? 에이 설마? 나같이 초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왜? 마음에 불안이라고 일도 모르는 나인데 오진이겠지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분명 신체적으로 아픈 걸 꺼야 안 믿어'라면서 자꾸 밀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더더욱 심해졌다. 온몸에 식은땀은 둘째치고 문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처음에는 단순 어둠이 무섭기 시작하였다. 무조건 어두워지기 전에는 귀가하기 시작하였다. 12시 신데렐라가 아닌 5시 신데렐라처럼. 개와 늑대에 시간이라고 저 어둠 건너편에 서 있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시간이 올 때쯤이면 나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런 시간을 몇 년째 버티다가 결국 문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나는 병원을 찾았고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고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고 병을 받아들인 못난 사람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보통 공황장애는 책임감이 강하고 완벽주의자들한테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하셨다. 무거운 어깨의 짐을 때론 주변 사람들과 혹은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짊어질 줄도 알아야 한다며 약과 함께 심리 치료도 병행하였다. 개와 늑대가 구분이 안 되는 어둠이 몰려오기 전 시간! 어쩜 나의 인생도 지금 이 시각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간이 지나야 내가 누구인지,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분명해질 것이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아니면 성격적으로 남들에게는 무척 친절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다. 신데렐라 증후군처럼 내 인생을 뒤바꿔 줄 왕자님을 기다리는 꿈을 깨지 못한 채 꿈과 현실에서 갈등하면서 살아온 세월이었다. 왕자님이란 자체가 나에게는 부였다. 돈이었다. 명성이었다. 열심히 살다 보면 남들처럼은 살겠지. 열심히 살다 보면 남들만큼은 하고 살겠지. 모든 기준이 남에게만 맞추어진 미숙한 시간! 나는 공황장애라는 병을 앓고 나서야 나를 뒤돌아보고 나를 알아 가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지금도 나 자신을 알아 가려고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서툴고 불투명한 나는 나라는 사람과 ING 중이다. 지금도 이 병과 함께 삶을 살아가지만, 예전처럼 응급실로 가는 일은 없어졌다. 증상이 나타나면 '흠 또 왔군! 친구 우리 시간 좀 버텨볼까….'하고 나를 타이른다. 이렇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증상이 오래간다고 하면 신경 안정제를 먹는다. 대도록 이면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약의 도움을 받아서 안정을 찾는 것이 심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미 나의 몸은 알고 있다. 가족, 타인 보다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 때론 미안한 마음이 들어도 내가 올바르게 곧게 서야 가족도 권사 할 수 있고 남도 돌봐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준이 타인에서 나로 점차 바뀌는 마법 같은 순간! 나는 지금까지도 엉성하게 나 자신에게 친절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친절도 연습이 필요함을 알았고 지금이 그 순간임을 인지한다. 모든 것을 외부에서만 찾았던 사람. 남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 중요했던 사람. 이런 모든 것을 서툰 몸짓으로 바꾸어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타인한테 인정받으려고 애썼던 나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나와 결이 맞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한테 마음과 물질을 쏟아야 함을 알았다. 시간을 함께함을 알았다. 이젠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나는 쉽게 동요되지는 않는다. 삶을 바꾸는 첫 번째 나의 과제는 나 자신에게 친절하고 나의 사람들한테 친절해야 함을 알기에 누가 어떻게 나를 평가하든 개의치 않는다. 그건 그 상대방 마음이지, 나의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 마음도 옳고 나의 마음도 옳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하지만 나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나의 무지한 행동이 망각의 강을 건너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면 고개 숙여 미안함을 표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순리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병 또한 고쳐질 수 없이 나와 함께 평생 해야 한다면 친절하게 친구처럼 대하는 마음 또한 친절임을 알아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