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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Mar 26. 2021

수족관 속 물고기

김사과

가장 좋아하는 국내 작가


2020年 7月

「천국에서」


주인공 케이는 타인과 구분되는 분명한 ‘나’ 자신이 되고자 노력할수록, 더더욱 진부한 유형으로 그려지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일상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평화롭지만 분명히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 이러한 분열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헤매지만, 사실은 자기가 정말로 방황하고 있는 건지, 방황하는 척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스스로조차도 혼란스럽다. 나아가 이러한 처지를 타인에게 진부하고 판에 박힌 단어로 묘사할 수밖에 없는 언어의 근본적 한계는 고립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분명히 인지하는 자신 안의 깊은 공허가 밖에서 볼 땐 그저 가볍고 클리셰 투성이인 하나의 이야기로 비추어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은 주인공을 더욱 구석으로 내몬다. 이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느꼈던 알 수 없는 불안의 정체를 하나의 세계상으로 구축하고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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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의 목소리엔 동시대적 감각이 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읽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에 가깝다. 이 사람이 쓰는 글 외면하던 면들 거울같이 비춰주고 뼈 때려서 힘든데도 계속 보게 된다. 일단 문체부터가 너무 맛깔나고 재밌어서 술술 잘 넘어간다. 우울하면서 솔직하고 통찰력 있는 문장들 왠지 모르게 중독성 있고 너모나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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