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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Jan 22. 2022

꿈꾸는 사람

- 샤를르를 찾을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왜 당신 인생을 망치려고…?

- 그건 만약 그를 찾으면, 그건 정말… 엄청 기쁠 거야. 그래서 기꺼이 내 인생을 바치는 거야. 그렇게 믿어. 바보 같이 들리겠지만.

- 바보 같지 않아. 어느 현자도 그렇게 말했어. 명언 중의 명언이지. 당신이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 셰익스피어야?

- 아니, 파스칼.

- 철학자?

- 어떤 면에서 그래. 그는 “내기”라고 했어. 당신은 영원함에 내기를 건 거야. 스테이크가 너무도 커서 요리하는데 훨씬 오래 걸리는 거야. 영혼은 불멸이라는 것이 틀리다 할지라도, 그걸 믿는 게 더 나은 인생을 살게 한다는 것이지.

- 영화 <겨울 이야기> 중


“영혼은 불멸이라는 것이 틀리다 할지라도, 그걸 믿는 게 더 나은 인생을 살게 한다는 거야.”


영화에서 말하듯 파스칼은 어떤 희망에 내기를 걸 때, 비록 희박할지언정 그 이득은 가능성을 보상할 만큼 크다 했다. 실제로 존재한다 아니다의 여부를 떠나 그렇게 믿는 것 자체가 나에게 이득을 준다는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다시 말해 옳은 선택을 했다면- 영원한 행복을 얻을 것이다. 만일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잃을 것이 없다.

반면 희망을 믿지 않으며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얻는 것이 하나도 없으나, 희망이 존재하지만 믿지 않는다면 지옥 속에 살 것이다. 나는 이것이 영원한 권태를 뜻한다 생각한다. 시지프스는 평생을 무겁고 큰 돌을 산의 정상까지 굴려야 하는 벌을 받았다. 시지프 신화가 비극적이라면 그것은 그의 의식이 깨어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누군가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기다린다.


샤를르와의 재회라는 주인공의 로망이 타인에게는 터무니없어 보일지라도, 그녀는 꿋꿋이 믿음과 자기 확신을 지켜냈다. 이는 행동을 만들었고, 행동은 현실을 만들어냈다. 이는 펠리시가 흘러가는 대로 현재 눈앞에 존재하는 상황만을 받아들였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또 다른 현실이다. 비록 영화 안에서지만 희망은 비현실적인일 뿐인 것에 끝나지 않고 현실화된다. 이렇듯 희망이 터무니없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작은 행동을 이끌고 현실화해내는 원동력임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나에게 작은 용기를 줬다.



또한 내가 바라는 것과 그에 대한 믿음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정말로 대상 자체를 원하는 것일까, 사실 대상을 기다리는 순간의 희망이 좋았던 건 아닐까. 기다리는 대상을 원하던 걸까, 대상을 기다리며 갖게 되는 희망 자체를 바라던 걸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목표 자체보다도 그것을 꿈꾸는 순간 자체가 좋았던 건 아닐까. 지나고 보면 꿈꾸던 목표를 실현한 내 모습을 상상하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어쩌면 목표를 이뤘을 때보다 더 그랬다. 나는 뭔가를 꿈꾸는 과정에서 품는 희망, 꿈꾸는 것 자체를 바랬을 수도 있다. 근데 그건 항상 당시엔 알 수 없었다. 지나고 나서 곰곰이 반추할 때서야 깨닫게 된다. 뭔가를 쫓던 과정 자체가 행복이었다는 느낌은 매번 한발짝 늦게서야 도착하곤 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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