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연 Apr 13. 2020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것

만약 조현병이 인간 의식의 기본적인 상태라면?

 ‘조현병’ 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는 이 병에 대해 일전에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 ‘무슨 행동을 할지 몰라 두려운 사람’ 이기에 피해야 하는 존재로 알고 있었다.


몇 년 전 버지니아 총격 사건의 가해자 부모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과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를 서점에서 골라 들었을 때의 감정과 비슷했다.


물론 주체가 되는 인물의 특성은 다르지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라는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궁금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직접 들어보기 어려우니 그들의 최측근 이자, 부모가 쓴 글을 보며 그들의 세계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가장 컸다.     



"여러분이 이 책을 ‘즐기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이 책으로 인해 상처 입기를 바란다. 이 책을 쓰면서 내가 상처 입었던 것처럼. 상처 입어 행동하기를, 개입하기를 바란다."


이 책의 서문에 붙인 구절이다. 즐기려고 고른 책은 아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순전히 호기심이었지만, 내 호기심이 저자에게 상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책의 구성은 조현병에 대한 정신분석적 챕터 하나, 아들들의 이야기를 답은 챕터 하나씩 교대로 진행된다. 조현병으로 한 명의 아들을 떠나보냈고, 다른 한 아들의 조현병과 씨름 중인 저자는 조현병에 대한 오해를 풀려고 하거나, 내 아들을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게 그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아들들을 잠식해버린 조현병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위해 공부했던 정보들을 한데 모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전반적인 내용은 조현병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양극성 장애, 조울증, 치매와 같은 병도 포함되어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조현병에 대해 찾아보게 될 일이 과연 있을까. 공황장애, 우울증 같은 병은 가끔 들어봤다. 유명 연예인 중 누가 걸렸거나, 걸렸었거나 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조현병이라니? 어두운 세계지만 궁금했다. 그리고 내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조현병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들과 조현병의 발현


 저자의 두 아들은 어릴 적부터 예술 분야에서 남들과 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막내아들 ‘케빈’은 기타 연주에 취해서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니는 기타 영재였다. 유년시절 기타를 가르쳐 주던 대학생이 얼마 있지 않아 ‘이 아이에게는 제가 더는 가르칠 게 없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음을 뒤집어서 연주하는 등 두 아들은 케빈은 기타 연주에, 큰아들 딘은 글쓰기에 창조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유독 두 아들이 창조성과 관련된 행동에 두각을 나타냈었기에 창조성이 조현병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궁금증은 유전 정신의학자 로버트 파워의 연구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창조적 글을 쓰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정신과 질환의 증상을 검사한 결과, 어떤 형태든 정신과 질환을 앓는 경우가 작가의 73%를 차지한 반면 대조군에서는 20%만 나타났고, 가장 흔한 병은 ‘정동장애’(기분장애)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파워의 연구에서는 ‘우리가 발견한 사실은 창조적인 사람이 남다르게 사고하는 유전적 성향을 갖고 있을 수 있으며, 여기에 해로운 생물학적 요인이나 환경 요인이 더해지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결론지었다.      


창조적=남다르다=일반적이지 않다=정신병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책을 더 읽다 보니 내가 느낀 아리송함을 저자도 그대로 느꼈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결론적인 답을 알아내지 못했고, 알아낼 수는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조현병이 인간 의식의 기본적인 상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 평범하게 살던 청소년기 큰아들 딘은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친구에게 사고를 입힌 가해자가 되었고 타인의 시선과 죄책감에 조금씩 변해갔다. 작은아들 케빈은 마리화나를 피우는 친구와 어울리며 (마약은 조현병에 취약하다고 한다) 점점 변해간다, 저자는 이 두 가지 큰 사건이 유전적으로 조현병을 타고 난 아이들에게 조현병의 발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먼저 조현병이 발현된 케빈은 몇 년 뒤 집 창고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 후 5년 뒤 큰아들에게 조현병이 찾아왔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다니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말하고 다니는 소동도 벌인다. 그리고 여전히 저자와 아내, 그리고 큰아들 딘은 조현병과 싸움 중이다         

                          

저자  '론 파워스'


정신질환의 세계        


이 책에서는 정신질환의 개념과 역사, 19세기에 등장했던 우생학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지난 세월 동안 인류가 정신질환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 내용의 일부분이 떠올랐다. ‘광기는 시대에 따라 인식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부분인데 미치광이 내지 정신병자가 추앙받고 대접받던 시대도 있었고, 이 책에서처럼 정신병원을 동물원처럼 만들어 구경거리로 만들어 조롱했던 시대도 있었다.     


시대의 차이와 인식의 차이만 있을 뿐 분명한 사실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정신질환에 대한 명확한 답이 아직까지 내려지지 않은 것과 감기에는 감기약, 복통에는 복통약을 먹는 것과는 다르게 정신과 약은 '치료가 될 수도 있는' or  '안될 수도와 있는' 과 같은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것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정신의학의 길은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는 밝혀내지 못한 것들이 많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현병은 100명 중 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흔한 질병이라고 한다. 또한 인구의 4분의 1은 살아가는 동안 모종의 정신질환을 경험한다고 한다. 절대 적은 수치는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조현병 환자를 일상생활에서 만났을 수도 있다.

 

600페이지에 달할때까지 조현병에 대한 이야기로만 채워진 책을 읽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조현병에 대한 뚜렷한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조현병의 성질을 가진 사람도(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상적으로 살아온 사람도, 조현병과 다른 정신질환을 겪기 전에 스트레스만이라도 줄이라, 라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정신병 발현에 가장 취약한건 스트레스며, 스트레스 관리만으로도 어느정도 발현을 늦게, 아니면 발현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서평에서는 정신의학적인 부분에 대해 적지 않았다. 서평이 아닌 정보 전달 글이 될 것 같아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두 아들의 이야기보다는 정신질환에 대한 내용이다. 정신질환자의 다양한 유형에 대한 사례, 부작용을 일으켰던 정신과 약, 정신병원에 대한 이야기, 시대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정신질환의 세계에 대해 소개한다.


이 책의 본 제목은 ‘미친 사람에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한다. 제목으로 미루어 보건대 저자인 ‘론 파워스’가 아들의 조현병과 마주하고 느꼈던 사회적 분위기를 압축해서 담은 것이지 않나 싶다. 그만큼 정신병을 바라보는 차갑고 암담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힘겹게 써 내려간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