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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Nov 03. 2020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유영만 교수

읽기의 길이가 사유의 길이다. 코로나 시대의 독서 예찬론

일 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우리들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외출을 최대한 삼가고 사람들과의 모임을 자제하기 시작하다 보니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고 그중 많은 이들이 이렇게 얻은 여가시간을 독서에 몰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이다. 지극히 고독해야 비로소 책의 온전한 의미를 내 안에 담아낼 수 있다고 바라보는 입장으로서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집중하고, 또 집중하며 독서를 이어나가다 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는 놓치기 쉬웠던 내면의 단단함을 구축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많은 이들이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나는 어쩌면 사회적 혼란과 격동 속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이 속에서 찾게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독서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자니 끝도 없어지는 것 같은데 최근 내가 접한 책의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에서는 다양한 책들 중 저자가 마음 깊이 공감한 부분들을 스크랩 노트처럼 정리하여 보여주며 책을 읽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정성스레 들려주고 있다.


지식생태학자 한양대 유영만 교수



심리적 CPR


“심장 압박을 할 때는 두꺼운 옷을 젖히고 옷에 붙은 액세서리도 다 떼고 정확하게 가슴의 중앙 바로 그 위 맨살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심리적 CPR도 ‘나’처럼 보이지만 ‘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젖히고 ‘나’라는 존재 바로 그 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 P.20”


저자는 <당신이 옳다>를 읽고 많은 부분의 문장에서 강한 공감을 느껴 많은 메모를 완성하였다. 그중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 위에 인용한 문장인데 마음의 고통을 실제 심장의 고통과 교차시켜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다. 원작은 실제로 진료실에서 오랜 시간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를 실행하였던 의사가 저자인데, 그래서인지 마음의 상처와 치유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고 느껴진다.


마음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심리적 CPR, 심리적 심폐 소생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부분 역시 참 인상적이다. 몸과 마음을 같은 원리로 보고 이를 언어적으로 표현한 발상이 기발하다. 세상의 본질은 결국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문장이 문득 생각나기도 한다.



마음먹는 사람과 행동하는 사람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사람과 실제로 나무를 심는 사람이다. 세상은 나무를 심어야 되는 이유와 그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보다 나무를 실제로 한 그루라도 심는 사람이 바꿔나간다. -P.108~109”


성장은 시작을 실천해야 이루어진다. 머릿속에 아무리 수많은 계획과 목표가 있다 하더라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현실화될 수 없다.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각색의 많은 바람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간단명료한 성공 비결이지만 그래서인지 이를 간과하고 생각만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기 마련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을 보고 저자도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간단한 진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 실천하는 소수의 이들에 대한 생각을 간단명료히 정리한 이 주옥같은 문장들을 보기 좋게 다시 정리해 주었고 나 역시 다시 한번 행동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머릿속에서만 갈망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을 다짐하게 된 기회였다.


“꿈은 묻어두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다. 심어야 흔들리지 않는 깊은 심지가 생긴다. (중략) 시작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시작하지 않고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따지면서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작하지 않고 머리로 생각할수록 두통이 찾아오지만 일단 시작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일들이 실타래 풀리듯 하나둘씩 해결되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단 시작하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 P.111”




시각문화의 홍수에 대처하는 자세


“범람하는 이미지, 시시각각으로 업데이트되는 동영상,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메시지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온전히 정신을 차리고 집중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p.244”


끊임없이 생산되는 시각문화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많은 피로도를 느끼며 살고 있다.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면 인간의 삶이 쉬워질 것이라 예측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방대한 양, 다양한 형식의 자료를 접하게 되자 그 속에서 길을 잃게 된 것이다.


저자가 인용한 원작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후 사진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였고, 저자는 이를 가지고 사진 및 기타 이미지들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가장 직관적이고 깔끔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자료의 보완에 집중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


수동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접해야 하는 차원의 정보는 때로는 골치 아픈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치밀하고 촘촘히 준비하여 수용자에게 제공한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더 정확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양날의 검의 중심을 반듯이 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는 철저하게 고독해야 한다


 책의 다양한 챕터의 내용들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의 비밀 아이디어 노트를 엿보는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밑줄을 긋고 생각을 추가로 가미하며, 형형색색색의 펜으로 색을 입히는 행위를 통해 완성된 비밀노트  손에 들어온 것만 같다. 그리고  과정은 철저히 고독한 동시에 깊이 있었을 것이다.


여러 권의 책을 겹겹으로 엮고 엮어 만든 책을 보고 다시 내가 나만의 식으로  다른 문장을 완성하는 시간은 독서의 질을 향상시켜준다. 다양하고 많은 아이디어와 공감되는 문장을 수집하고 싶은 이들에게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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