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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이 Sep 14. 2022

올해 남은 영화 로케이션 여행 계획

잡생각 #7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오늘 아침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이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10월이 되면 무비자 개인 여행이 가능해진다는 소식이었다. 내 글 관련 통계들을 살펴보면 외부에서 오키나와 여행이나 도쿄 여행 등을 검색해서 '체케랏쵸'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만큼 다들 일본 여행을 기다리신 게 아닌가 싶다. 나도 그렇고. 직장인이 일주일 이상 긴 휴가를 쓰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고, 짧은 여행에는 역시 일본만한 선택지가 없다. 일본 여행이 풀리면 어디를 가지 생각을 하다가 올해 남은 휴가일을 보며 전체적인 영화 로케이션 여행 계획을 다시 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가 약 3.5개월이 남은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3번 정도의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나는 코로나 전까지는 매분 기마다 한 번씩은 여행을 떠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는데, 코로나 시기에 이 루틴이 모두 깨져버렸다. 작년 코로나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 뉴욕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 아직 제대로 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도 몇 번이나 계획을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는 개인적인 이슈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듯하여 더 핑계를 만들지 말고 계획하고 계획한 대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은 휴가 일 수를 계산하면 3~4박 정도의 짧은 여행 2번과 연말 1주일을 가급적 쉬는 우리 회사 특성상 새해를 맞이하는 1주일을 해외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보고 싶었던 영화 로케이션 리스트의 우선순위를 점검하며 구상해본 올해 남은 여행 계획은 다음과 같다. 짜잔!




1) '굿바이(2008)'의 일본 야마가타현

개인적으로 일본 최고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굿바이', '기생충' 이전에 아시아 영화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탔던 대중이나 평단 모두 매우 호평하는 명작이다. 도쿄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다 악단 해체로 고향인 야마가타현으로 돌아가는 주인공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우연하게 장례지도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마지막을 배웅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내가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던 당시 이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정착하기 시작한 웰다잉 프로그램을 참관했는데 이 영화 상영이 프로그램 일부에 포함되어있었다. 이런 좋은 영화를 왜 이제야 봤지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 대한 소개는 이후 여행을 다녀오면 글을 자세히 쓰기로 하고, 영화에 배경으로 주인공이 귀향하는 곳이 야마가타현의 쇼나이 지방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풍경이 참 잔잔하면서 수려한데, 특히나 만년설에 죠카이산과 너른 평원의 배경 장면 씬이 기억에 많이 남아 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이다. 다음 달 일본 개인 자유여행이 풀린다면 첫 번째로 여행을 가보려고 한다.


'굿바이' 스틸 컷(죠카이 산 배경)


2) '비치(2000)'의 태국 피피섬

추워지는 11월에는 아무래도 따뜻한 여행지를 찾아가야 할 것 같은데, 몇 번이나 계획에 올려뒀다가 가지 못했던 곳이 피피섬이다. 동남아 자체가 나에게 약간 애증의 여행지 느낌이 있는데, 과거 NGO에서 필리핀, 그리고 기업 재단에서 베트남 관련 업무를 하며 자주 방문했던 곳들이라 여행의 느낌이 크게 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 동남아라고 하나로 묶기에는 각 나라와 각 지역의 특색이 매우 다양하고 각자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아직도 왠지 모를 이상한 반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다가오는 겨울을 피해 가기에는 역시 동남아 여행지만 한 곳이 없고, 그렇다면 이번에는 꼭 피피섬을 가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대니 보일의 '비치'의 배경이 된 곳 피피섬. 아직 어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열연도 좋고,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인상적인데 영화 스토리 상에서도 지상의 유일한 낙원으로 나오는 곳이 피피섬이다. 물론 이 섬에 얽힌 진실이 드러나며 섬은 낙원이 아닌 지옥이 되지만...ㅎㅎ 조금 무섭기는 한데 그래도 이번에는 꼭 가봤으면 하는 곳!


'비치' 스틸 컷


3) '세븐 사이코패스(2012)'의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사실 올해 연말은 무조건 호주에서 보내려고 했었는데, 때마침 LA에서 2달 정도 살아보기를 한다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를 따라 다시 LA로 떠나기로 했다. LA는 출장을 포함해 4회 정도 방문한 내 인생 최다 방문 여행지다. 그리고 영화 그 자체인 도시이기 때문에 관련해서 많은 영화 로케이션 이야기를 쟁여둔 게 있는데, 아직 '라이크 크레이지'말고는 제대로 글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내가 처음 영화 로케이션 여행을 소재로 글을 쓰기로 한 시점부터 마지막 엔딩이 되는 글은 당연히 '라라랜드'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져서 더 글쓰기가 어려운(?) 느낌이 있다. 이번에 다시 LA를 가게 되면 또 한 번 '라라랜드' 로케이션 투어도 하고, 새롭게 LA 도심 밖을 벗어나 주변 여행지들을 좀 더 여유롭게 다녀보고 싶다. 그중에 하나 꼭 가고 싶은 곳이 마틴 맥도나 감독의 '세븐 사이코패스'의 인상적인 총격전이 벌어졌던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LA에 방문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차박 캠핑 같은 취미가 없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차박 캠핑의 재미를 알게 되어서 이번에 방문하면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캠핑이다.


'세븐 사이코패스' 스틸 컷




개인적으로 INTJ형 인간으로 항상 계획을 짜면서 사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여행은 충동적으로 떠나는 경우도 있는 이상한 사람이 나란 사람이라서 이번에도 지금 계획은 세웠지만 여행 이틀 전에 갑작스레 다른 곳으로 떠날지도 모른다. 어떤 순간에 어떤 영화에서 또 새로운 영감을 받아 여행을 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올해 남은 기간은 이 여행들을 준비하며 다시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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