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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이 Sep 28. 2022

짜릿한 동행의 추억(?)

잡생각 #8

누군가 나에게 해외여행을 처음 간다고 조언을 구할 일이 생긴다면, 나는 가장 먼저 자신이 혼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 깊게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세상에는 혼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나는 믿는다. (혼자 여행을 잘 "하는" 것과 잘 "즐기는"는 것은 다르다!) 물론 훈련에 의해서 조금씩 혼여를 즐길 수 있는 기량(?)이 쌓인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기를 혼여를 잘 즐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것은 MBTI 유형과도 무관하며 디테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유형으로 나눌 수도 있을 테지만, 최소한 내가 혼자 여행을 잘 즐길 수 있느냐를 파악하지 않고 자칫 혼자 여행을 떠났다간 외로움에 사무쳐 첫 해외여행의 추억을 망칠 수도 있다. 국내 여행에는 어쨌든 언어가 통하니까 타지에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이 그래도 덜한 편인데,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해외여행은 수많은 관광객들 속에서 되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까지 고민 없는 혼자 여행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혼자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타입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을 혼자 다녔기 때문이다. 처음 혼자 떠났던 홍콩 여행이 너무 외로웠고 기억이 좋지 않아서 이후로 몇 년 간 해외여행을 생각도 안 할 정도가 되었기에, 지금은 여행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로서는 사람들이 여행을 싫어하지 않도록 이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신신당부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여행을 가야 하는 많은 경우들이 생긴다. 비즈니스 트립이 그렇고, 가족, 연인, 친구와의 여행이라고 하더라도 일정을 맞추고 함께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하는 여행도 쉬운 것이 아니다. 사람들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도 다 달라서 패키지여행에 모든 걸 맡기는 것이 아닌 이상 자유여행에서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고, 준비가 안된 혼자 여행을 말리는 것만큼이나 함께 가는 여행도 어려움이 많다. '솔직히 가족이나 연인이니까 참는 거지'라는 생각 많은 사람들이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그러면 여행을 가지 말라는 소리인가 싶을 텐데 그건 아니고, 혼자 떠나 좋은 동행을 만나 함께 여행 방식을 나는 추천하는 편이다. 물론 여행 동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한 동행을 구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나는 남자라 이런 부분에서 조금 자유롭기도 했고, 운이 좋아서 그런지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이 방식을 추천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어떻게 안전한 동행을 구하느냐에 대해서는 다들 고민이 되겠지만 내 몇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1) 가급적 번개는 자제하고, 2) 기본적인 인적사항 등을 충분히 미리 공유할 수 있는 사람, 3) 충분히 큰 여행 카페에서 구하기, 4) 여럿이서 만나는 동행을 먼저 제안해보고 그것을 거절하지 않는 사람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것도 100프로 안전함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기에 선택과 판단을 각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어쨌든 여행을 다니면서 나름 기억나는 동행의 추억들이 있고, 또 현지에서 만난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져 친구로 지내는 경우들도 왕왕 있다. 재미가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고, 아직 동행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동행과 여행을 하는구나'를 떠올려 볼 수 있도록 몇 가지 경험을 소개한다.


1) 지구 반대편 신기한 우연

내 인생 첫 번째 여행 동행은 호주 여행에서 이뤄졌다. 당시에 뉴질랜드 출장을 갔다가 설 연휴를 껴서 휴가를 붙여 골드코스트로 이동을 하며 네이버 '머뭄' 카페를 통해 동행을 구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구하는 여행 동행이었는데, 뉴질랜드에서 출장 겸 여행이 행복하긴 했는데 꽤 외롭기도 해서 한국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고 싶었다. 내가 처음 동행을 구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지 않을까 싶어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동행을 구하는 글에 꽤나 길게 내 여행 계획과 내 정보를 써뒀던 것 같다. 그 글을 보고 만나게 된 첫 번째 동행은 나와 7~8살 차이가 나는 여자 대학생 친구였다. 졸업 전 몇 달을 여행할 계획으로 이미 동남아를 거쳐 호주로 넘어와 브리즈번에서 한 달 살기를 하던 친구였는데, 이 친구와는 신기한 포인트들이 있었다. 일단 당시 내가 하는 업무로 엮여있어 한 다리를 걸치면 알 수 있는 사이였고, 더 신기한 것은 당시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100m가 안 되는 거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10시간을 넘게 날아가서 만난 첫 번째 여행 동행친구가 우리 집에서 1분 거리도 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다니. 정말 신기하단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 친구와는 호주 여행 기간 동안 첫 번째 만남 이후에도 두어 번 더 만나 부분 일정들을 함께했는데, 어리지만 참 배울게 많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좋은 사이가 되었다.


2) 동행의 책임감

제일 최근 여행인 작년 뉴욕에서는 내가 동행친구에게 큰 잘못을 하였다.(?) 미국 여행과 관련한 가장 큰 카페인 '미국 여행 디자인' 카페에서 뉴욕 여행 부분 일정 동행을 구하였다. 당시가 코로나 시즌 중 델타와 오미크론 사이 잠시 소강 기였던 터라 뉴욕에 도착했을 때도 한국인들이 많지 않았고, 여행 동행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때 겨우 연락이 닿은 한 친구와 다음 날 오전에 만나 첼시마켓을 같이 동행하기로 약속을 하고 잠에 들었다. 참고로 나는 INTJ의 화신이자 잠이 정말 적은 타입의 사람으로 태어나서 지각이라는 것은 한 적이 없는 사람인데, 이때 완전히 시차 적응에 실패해 오전 10시 약속인데 오후 2시가 다되어서 일어나 약속을 어기는 잘못을 하고야 말았다. 이미 몇 통의 전화가 와있었고, 카톡으로 온 메시지가 특히나 가슴이 아팠다. "원래 여행 동행이 잠수로 연락 안 되는 경우도 많다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시네요."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정말 사람 간의 예의를 중요시하는데 이런 잘못을 내가 하다니. 바로 다시 연락을 해 몇 번을 사과하였고, 다행히 그 친구가 사과를 받아줘 다시 만나 식사를 대접하며 또 한 번 사과를 했다. 그날이 핼러윈 데이라 저녁에는 핼러윈 퍼레이드를 함께 보자는 동행들이 더 구해져서 뉴욕 한복판에서 우리끼리 모여 즐겁게 퍼레이드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하루 잠깐 스쳐가는 부분 동행이라고 해도 사람 간의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나에게 하는 말)

  

3) 글로벌 여행 동행

타국에서 한국 사람들과의 여행 동행도 즐겁지만, 조금 더 여행 구력이 올라온다면 현지 사람들 또는 그곳으로 여행 온 다른 외국 친구들과의 만남을 권장한다. 나만 해도 짧은 영어로 쉽진 않지만, 더듬더듬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다른 문화권을 오픈 마인드로 즐겁게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는 여행에서 동행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외국인 동행 중 하나는 LA 게티 뮤지엄에서 만난 홍콩 친구다. 게티 뮤지엄을 이리저리 혼자 돌아보고 있는데, 동아시아인인 여자 사람이 셀카를 찍기 위해 낑낑대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진을 찍어줄까' 물었고 고맙다고 한 그 친구는 나를 사진작가로 두고 정말 한 20~30분 정도를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나는 속으로 '뭐... 뭐지...'라는 생각을 했으나 이왕 돕기로 한 거고, 나도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계속 사진을 찍어줬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또 자리까지 바꿔가며 사진 찍기를 도와달라고 했고, 나는 참 경우 없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지만 끝까지 도움을 줬고, 매우 사진을 잘 찍는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한국인 남자 친구 특) 촬영이 모두 끝나고 그 친구는 나에게 너무나 고맙다며 자신이 저녁을 살 테니 다음 날 베벌리 힐즈에서 보자고 했고, 다음 날 신나서 약속 장소로 갔더니 그 친구가 나를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더 베벌리 월셔 포시즌스 호텔' 라운지였다! 베벌리 힐즈의 상징적인 호텔이자 전설적인 바로 그 호텔!! 나는 비싸서 쳐다도 보지도 않았던 바로 그곳!!! 영화 '귀여운 여인(1990)'의 배경인 바로 그곳!!!! 정말 부잣집 자제였던 그 친구는 비싸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마리나 델 레이에서 요트도 태워줬다. 이후에 홍콩에서도 다시 만나 계속 연락하며 지냈고, 2년 전에는 코로나 때문에 가지는 못했지만 결혼식에도 초대받을 만큼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동행은 우선 관심사 영역에서 '여행'이라는 공통 취향이 있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빠르게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오늘은 긍정적인 여행 동행 케이스들만 소개했는데, 사실 진상 동행들도 꽤 있다.(나는 몇 번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다들 기억나고 재미있는 여행 동행 이야기가 있다면 공유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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