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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기의 90도처럼 인사 잘하는 사람이 될게요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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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문해력 국어논술학원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32년째입니다.

아이들의 손글씨가 바뀌는 순간,

한 문장에 자신만의 표현이 들어가는 그 찰나의 눈빛,

그 하나하나가 지금도 제 마음을 뛰게 합니다.


오늘, 그 오래된 설렘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주인공은 수줍음 많은 6학년 아이, 건이였어요.

수업이 한 시간쯤 됐을 무렵, 건이가 조심스럽게 책상 밑을 살살 두드렸습니다. 아마도 활달한 친구가 그랬으면, "아직 쉬는 시간 아니지. 쓰던 거마저 쓰고 쉬자"라고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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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가 말을 꺼내기 전, 먼저 눈빛부터 맞췄어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조용히 건이 옆에 앉았죠. 책과 펜은 내려두고, 마음의 문부터 활짝 열었습니다.


건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선생님, 저 오늘 학교에서 칭찬받았다요. ”
“어머, 그래? 어떤 칭찬이었는데?”

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건이는 수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이 저보고 최고래요!”

그 말에 괜히 제 마음도 뭉클해졌어요.

늘 눈을 잘 마주치지 않던 아이의 표정이,

그 순간만큼은 자랑스러움으로 환히 빛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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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는 오늘 있었던 시쓰기 수업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제목은 ‘부모님께 ○○이 될게요’였어요.

"소방관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될게요."

"뽀로로 포비처럼 키 큰 사람이 될게요."(참고로 건이는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또래아이보다 체구가 작습니다.)

"청소할 때 필수인 청소기처럼 청결한 사람이 될게요.

요기까지는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아, 6학년 국어 1단원. 비유하는 표현 활동이구나’ 싶었죠. 그런데 건이가 마지막에 조용히 말한 한 줄에서 제 마음이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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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기의 90도처럼 인사 잘하는 사람이 될게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울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발딱 일어났습니다. 칠판 앞으로 달려가 그 문장을 또박또박 적고 별을 다섯 개나 그려줬어요. 그리고 건이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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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아, 이건 정말 멋진 표현이야.

각도기의 90도는 딱 ‘각 잡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폴더 인사잖아. 생각만 해도 머릿속에 착! 하고 그려지는 그 모습!

근데 어쩜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이런 표현은 아무나 못 해. 대단하다!”


캡222처.PNG #진순희만듦 #AI콘텐츠크리에이터&프롬프트엔지니어_진순희 #한국책쓰기코칭협회


건이는 쑥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어요.


“제 머리로 생각했어요. 그냥 있었어요, 머릿속에.”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한번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시쓰기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감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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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건, 학교에서의 반응이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도, 친구들도 전부 각도기 얘기만 했어요. 선생님처럼요. 별로 안 친한 애들도 와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고?

그거 네가 생각한 거냐고?’

‘진짜 잘했다, 독특하다!’라고 칭찬해줬어요.”


그 한 줄이 건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어요. 자기 생각으로 쓴 문장 하나가,

타인의 인정을 받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던 거죠.


그래서 저는 조용히 말해줬습니다.

“그래, 건아.

자기 머리로 생각한 표현,

자기 느낌으로 말하는 것.

그게 글을 쓸 때나 사람을 만날 때나 정말 중요한 일이란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야.”


건이는 말했어요.

“나도 그런 것쯤은 알고 있어요.”

그리고는 다시 조용히 하던 활동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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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건이는 지난번 그림 동화책 쓰기 활동에서도 달랐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두세 시간 만에 챗GPT로 초안을 만든 뒤 약간 손을 봐서 금세 완성했어요. 하지만 건이는 결과물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이런 장면은 제가 생각한 게 아니에요.”

“여기에 이런 걸 넣으면 안 돼요?”

“이 부분은 좀 바꾸고 싶은데요…”


KakaoTalk_20250308_232633681_01.jpg?type=w1 건이 윤하 남매의 책입니다.


챗GPT의 도움을 받되, 자기 생각을 꼭 담고 싶었던

건이는 표현 하나, 장면 하나에도 오래 머물렀고, 결국 다음 시간까지 이어서 작업하게 되었죠.

속도보다는 생각을 다듬는 과정, 표현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 더 중요했던 아이였어요.



아래 이미지는 건이랑 제가 함께 만든 것입니다.



Untitled_image_(1).png?type=w1 이 그림을 책의 표지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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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배우는 게 참 많지요.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수업할 때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새롭게 읽게 되니까 오히려 제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수익도 있으면서 보람도 있고, 제가 성장하고 있으니 참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에 감사함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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