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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ver Sep 05. 2020

카카오tv가 바꿀 세상을 기대하게 돼버렸다

김한강의 뉴미디어냥 : 한 명의 피디가 바꿀 수 있는 세상

허프포스트 코리아 비디오 팀장입니다. 닷페이스 프로듀서로 뉴미디어 생태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부제 : 한 명의 피디가 바꿀 수 있는 세상 (feat. 카카오라는 기업)


1. 드라마로 집중하는 OTT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고민이 많은 시기다. 올해 4분기의 시작을 알린 9월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이 심상치 않다. 각종 콘텐츠 업계의 합종연횡과 인수전들이 있었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드라마 제작 소식이 많다. 김희선 배우 주연의 SBS <앨리스>, 이유리 배우 주연의 채널A <거짓말, 거짓말>은 웨이브가 투자했다. 방송국과 더불어 웨이브 독점 공개 형태다. 왓챠 플레이도 드라마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올해 초 기사에서 왓챠는 "2021년 오리지널 다큐와 예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다 있다. 지난달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전을 발표한 왓챠는 다큐와 예능에 더불어 오리지널 드라마를 준비할 예정인 듯하다.



2. 9월 1일 카카오 OTT? 카카오tv 론칭! (이효리, 이경규, 김이나 + )


하지만, 이런 거대한 지각변동에도 내 눈에 띈 것은 9월 1일 론칭한 카카오tv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카카오톡을 통해 본다는 것도 익숙하지 않거니와 미디어사가 아닌 IT 플랫폼 사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라인업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우리의 천하무적 이효리, 김보통 웹툰 원작의 드라마 <아만다>. 이 두 라인업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9월 1일 카카오톡을 켜고 카카오tv탭으로 향했다. 정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UXUI가 너무 간편했고, 이용하는 데에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끊김이 없었다. 역시 카카오.



3. 카카오tv는 왜 12분 동안 밤 산책하는 콘텐츠를 만들까? (유희열의 밤을 걷는 밤)


그런데 사실 카카오tv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은 이효리도 아니고 프로듀스 출신 아이돌이 주연인 드라마도 아닌 유희열의 '밤을 걷는 밤' 때문이다. 12분 남짓의 영상에서 유희열은 길을 걷는다.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청운효자동 자락을 걷는다. 그리고 그때의 이야기를 담담히 읊는다. 어머니, 통금시간, 어렸을 적 친구들, 변하지 않은 길목. 우리는 그와 함께 밤을 산책한다. 12분 동안 서울의 밤길을 걷고, 걷는다. 이런 게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싶지만, 이 12분 동안은 나는 충분히 평화로웠고 따스했다.



이게 카카오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안정적인 자본,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바라는 카카오의 가치관. 분명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에겐 이런 것도 필요해요'라고 선물하듯 내미는 콘텐츠 말이다. 과거 나영석은 1박 2일을 만들다 CJ로 옮겨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성공시키고, 하루 종일 밥 세끼를 직접 해 먹는 <삼시세끼>를 성공시켰다. 이 프로그램에는 게임도 벌칙도 없었다. 물론, 스타 연예인들은 있었다. 그게 분명 큰 성공요인 중 하나였지만 이 한 명의 피디가 바꾼 세상은 대단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4. 카카오가 바꿔버릴 세상을 기대하게 됐다 (콘텐츠 트렌드 판도는 '가치와 다양성')


그래서 난 카카오에 기대한다. 어쩌면 한 명의 피디가 아닌 하나의 기업이 바꿀 세상 말이다. 안정적 자본과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이 하나의 기업이 바꿀 콘텐츠 트렌드가 궁금하다. 조금 더 건강한 세상. 조금 덜 지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너 인성에 문제 있어?"를 외치는 가짜 사나이 시즌2가 시작될 예정이고, 워크맨 담당 피디는 라이프타임으로 이적한 후 네고왕, 발명왕을 만들었다. (네고왕은 1편이 500만 달성)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유튜버들 사이 폭로, 검은색 썸네일의 사과 영상이 비일비재하다. 이 혼란스러운 콘텐츠 시장에 나타난 카카오가 보여줄 세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카카오라는 거대 자본의 지원을 받는 카카오 소속 피디들이 보여줄 세상은 무엇일까.


우선 첫 단추가 좋다. 이효리의 페이스 아이디, 유희열의 밤을 걷는 밤. 또, 커뮤니티에서는 김이나와 박보영의 '톡이나 할까?'가 실시간 급상승 인기글로 등극했다. 김보통의 웹툰 원작 <아만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제작은 레진 스튜디오다. 예능은 자사 PD가 제작, 드라마는 프로덕션을 통한 아웃소싱 개념인 듯하다. 현재까지 영입한 인물도 예능 PD들이다. 오윤환, 문상돈, 권성민 등 <마리텔>, <뜨거운 형제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비긴 어게인> 등 굵지의 예능을 만들어온 이들. 씨제이가 나영석을 영입하고 만들어낸 영광이 카카오에서도 반복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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