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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Apr 24. 2023

주말일기 0415~0416

여성주의가 때론 부담스러워/존윅주간/커플짓

때론 내 수용범위를 넘는 여성주의   

  

업무가 많은데다 계속 기획하는 일이라서 잠깐 도피하고 싶었다. 이럴 땐 책이다. 독서모임에서 읽을 소설책 한권과 정세랑의 여행 에세이집 2권을 빌렸다 이 에세이집은 제목이 재밌어서 기억하고 있었고 그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기도 해서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다.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재주에 재미를 느끼다가 군데군데에서 발견되는 여성주의 사상이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여자고, 특히 체구도 작은 여성이어서 내 담대한 마음과 달리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차별과 어려움을 온몸으로 관통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책 속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자기 층수를 누르고는 작가를 따라 내렸다는 남자를 마치 범죄자처럼 매도해버리는 부분에서 잠깐 멈칫했다. 그 남자의 변명대로 정말 착각해서 내린 거면 어쩌려고 이렇게 쓴 거지. 너무 한 거 같은데. 이런 불편한 감정마저 작가가 의도한거라면 성공적이겠지만, 어쩐지 글 안에 남자들은 너무 이분법적이었다. 한쪽에는 낯선 타인으로서 잠재적 범죄자 같은 남자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물처럼 유연하게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작가의 남편 같은 부드러운 남자들이 있다. 반대로 글 속의 여자들은 다 눈물 날 정도로 다정이 넘친다. 주변의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한쪽으로 치중되어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정신 차리면서 읽게 됐다. ‘피프티 피플’ 같은 작품을 보면 이 작가는 참 다수의 인물을 다루면서 인물 하나하나에 서사를 부여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사람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어쩌면 에세이보다 소설을 더 잘 쓰는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선물 받은 ‘붕대감기’라는 소설책도 여성주의 사상을 담은 책이었다. 때론 감추고 싶은  옹졸하고 치졸한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점점 마음을 여는 그 과정이 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하지만 붕대감기를 배우는 교련 시간을 연급하면서 ‘남자들이 일으키는 전쟁’에 우리 여자들은 어떤 상처를 붕대를 감으며 포용한다는 이런 문장들에서 잠시 멈칫한다. 근대 이전 역사는 남성의 역사였다. 그렇다면 그 모든 역사의 오점들은 다 남성 탓이 되어 버리는 건가.  전쟁이란 게 그렇게 단순하게 남자가 세상을 지배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약한 상대를 약탈하고 땅을 뺏는 건 개미와 벌 등 곤충과 동물에게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생존 방식이었다. 오히려 싸워야 할 때 나이팅게일이 되기 보다 잔다르크가 되는 게 더 주체적인 것 아닌가. 나는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나 빌런, 또는 적으로 두고 싶지 않다. 그냥 서로 인간적으로 애달퍼해주면서 살아가면 안 되나. 남성도 여성도 모두 힘들게 사는 세상인 것 같은데.

      

키아누리브스를 좋아합니다     


존윅4를 보기 위해, 우선 토요일엔 아껴두었던 존윅3을 보고 일요일엔 극장엘 갔다. 완전 존윅을 위한 주말이었다. 나는 영화 속 서사가 완벽한 무협 판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인과와 인물의 입체성을 따지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존윅이라는 인물이 어쩜 그렇게 생의 욕구가 넘치는지는 잘 납득이 안 된다.(물론 그래야 이야기가 전개되니까 그렇겠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그 아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인 멍멍이를 죽인 놈에게 복수하기 위해 퇴역한 은둔고수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확장해서 4편까지 나왔다. 1편에서 사실 아내의 복수가 끝나고 존윅은 그냥 끝났어야 했는데, 영화가 잘 되니까 2편이 나와야 되고...그러다 보니 갑자기 무슨 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며 존윅을 다시 싸움터로 끌고 나온다. 그때부터 존윅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적을 죽이고 도망가고 또 죽이고 복수하고를 반복한다. 존윅에게 네가 왜 살아야 되냐고 물으니까 사랑하는 아내를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3편),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고(4편) 설명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뭔가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 존윅은 캐빈처럼 지켜야 할 가족이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이 세상에 지켜야 할 것 하나 없는 사람이 왜 그렇게 살기 위해 발악을 하는가. 존윅이 말한 이유는 마치 구차한 변명 또는 허상이다. 어쩌면 그는 킬러의 본능을 타고났고 그 본능대로 전쟁터에서 이겨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논리적이다. 그래서 4편의 결말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그 결말이 존윅이 진정한 자유를 얻은 방법이라고 느꼈다. 그러니 제발 5편이 안 나왔면 좋겠지만.....사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순전히 키아누 리브스 때문이고, 그래서 5편이 나왔으면 하는 이율배반적인 마음도 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건장하게 활동하는 걸 보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 사심 때문에 그가 계속 차에 부딪치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걱정스럽기도 해서 계속 다리를 덜덜 떨었다. 인지할 때마다 멈추긴 했는데, 내 옆에 계셨던 분이 화려한 액션신에 빠져 내 다리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관람했길 바란다.     


커플이니까


남편이 방금 전 정로환을 먹고 계속 뽀뽀 공격을 했다. 나는 정로환 냄새가 너무 싫어서 도망다닌다. 하지마, 하지마 버둥대면서 깔깔깔 웃는다. 치, 뽀뽀도 안 해주고. 난 당신이 정로환 먹어도 뽀뽀할 수 있다고. 남편이 삐진척 한다. 싫어, 그런 짓 따위 하지 말라고! 앗 다시 공격이다. 꺄악~ 도망가자! 이렇게 끝난 주말 저녁.


그저 떠오르는 대로 써내린 일기입니다.  퇴고를 하지 않아 읽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줬다면 제 마음을 나눠가져간  사람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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