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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Dec 18. 2023

뱅크샐러드가 주는 충격, 총지출 500만 원이라니,

5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줄이려면 콩나물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320만원의 지출을 105만원까지 줄였다. 월말엔 총 135만원이 되었던 달

사회 초년생 때는 ‘편한가계부’라는 가계부를 썼었다. 그때는 뱅크샐러드와 토스가 활성화되기 전이었고, 자동 가계부보다는 손으로 하나씩 체크하며 열심히 쓰겠다는 지켜지지 않을 의지 하나만 믿고 시작했었던 가계부 기록은 한두 달이 지나다 보니 하루 이틀씩 빼먹고, 빼먹은 날짜들이 누적되면서 결국은 몰아서 쓰다가 어영부영 내려놓게 되었다.


주부 3년 차, 예전처럼 어영부영 쓰면 안 된다. 고민하다가 예전에 쓰려다 불편해서 못썼던 뱅크샐러드와 토스를 다시 깔아보았다. 그 당시엔 카카오뱅크가 막 등장하였고, 연동이 되지 않아 수기가계부처럼 써야 하는 부분이 불편해서 내려놨던 앱이었는데, 거의 5년 정도 지난 뒤 사용하니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었다. 예전 기록도 몽땅 긁어와서, 삼일정도 투자해 시간이 남을 때마다 이전 기록들의 카테고리를 분류해 줬다.


월급을 분배해서 생활하고 있기에 대략 200만 원 전후로 쓰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집을 매매하고 고삐 풀린 절약인 들은 어느새 흥청이 망청이가 되어 월 300-500 사이를 오가며 지출하고 있었다. 조금 지출이 늘어난 것 같다, 할부가 늘어난 것 같다 생각만 했는데 눈앞에 놓여 있는 지출 내역을 보면서 입이 턱, 벌어졌다.


뱅크샐러드에는 한 달의 예산을 설정할 수 있는 메뉴가 있다. 다행히 집을 매매하기 전 지출도 살펴볼 수 있었고 대략 100-150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지출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달의 목표를 정했다. ‘130만 원만 지출하기’. 그리고 예산에 맞춰 각 카테고리 별 예산을 설정했다. 제일 큰 소비가 일어나던 공동 생활비를 주 5만 원씩 총 25만 원에 비상금 10만 원 하여 35만 원을 지출하기로 마음먹었고, 개인 소비는 최대한 줄여보기로 했다.


무엇이든 첫 달에는 의욕이 넘치는 법, 뱅크샐러드를 깔고 눈으로 줄여가는 것을 확인하다 보니 짠돌이 생활이 즐거웠다. 매일 달력에 표시되는 무지출과 목표지출보다 적은 지출을 보면서 기뻐했다. 가끔 어쩔 수 없이 돈이 나가야 하는 날에는 마음이 아팠다. 하루의 지출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을 즐겨가며 아껴갔다. 사고 싶은 것들은 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바라보지 않았다.


장 볼 때면 한도 끝도 없이 음식을 담던 남편이, 5만 원만 쓸 수 있다며 단칼에 거절하는 나의 모습을 낯설어했다. 처음에는 짜증도 부리고,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을 수 없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생활비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월 말에도 예산이 남아서 쫄쫄 굶지 않게 되자 남편의 마음도 조금씩 변해갔다. 어느 순간, 하나로마트에 같이 들어가 각 품목의 가격을 더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콩나물 2,000원, 두부 1,000원, 그러면 총 3,000원이네!”


해맑게 외치며 아낀 돈으로 먹고 싶은 걸 하나 고르는 남편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면서도 이렇게 살 수 있게 된 것에 안도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사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월 지출 135만 원으로 마무리했던 날, 처음으로 지출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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