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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느 Dec 20. 2023

퇴사하고 창업 그리고 클밍한 후기

슬스레터 #18


좋아하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태도에 대하여



잘하지 않아도! 한계를 느껴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계속 나아간 적 있나요? 그 마음가짐 하나만으로도 삶에 활력이 생긴 경험은요? (혹시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마음을 떠올렸다면, 찌찌뽕! 이제 “땡!”을 외칠 때까진 묵묵히 이 글을 읽으셔야 해요.)


오늘은 클라이밍에 대한 수줍은 고백(?)을 책으로 펴낸 클라이머를 만났어요. 바로 지난 [슬스Pick!]에 소개한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의 저자, 장참미 작가님이에요!


본격적으로 참미 작가님과의 대화를 공개하기에 앞서, 살짝 소개해 드리자면-! 작가님은 창원에서 동생과 함께 독립서점 <오누이 북앤샵>을 운영 중이에요. 낮에는 책과 함께, 저녁에는 클라이밍, 러닝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오누이 북앤샵 ⓒ장참미


CHAPTER 1.
내 마음을 좇으며 살기로 했다 : 책과 서점



안녕하세요, 작가님!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대하는 듯한데, 스스로 ‘마음을 억누르는 사람’, ‘회피하는 태도’와 더불어 ‘적당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산 안전주의자’라고 표현하셨어요.  


어릴 적부터 집안 사정이 있기도 했고, 무엇이든 견디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또 ‘좋아하는 것을 잘 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도 있었죠. 좋아하는 걸 잘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계속 실망할 거라면 적당히 하자, 하며 감정을 최대한 느끼지 않으려고 했죠. 그렇게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잘 피하고, 참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사회생활 5년 차에 ‘내 삶인데 내가 제어할 수 없다’고 느껴져 퇴사한 뒤 독립서점을 열기로 결심했어요.


왜 하필 서점이었나요?


책이 있는 공간이 익숙했고, 또 좋아했어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교에 다니는 내내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했어요. 회사에 다니며 동생과 함께 독립출판물을 만들기도 했고요.



서점 <오누이 북앤샵>을 2018년 2월에 오픈했죠. 어느덧 6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어떤 서점인지 구독자에게 소개해 주세요!  


미술학과를 졸업한 동생과 함께 운영 중이에요. 그림을 좋아하는 동생, 책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을 버무려 전시를 겸하는 갤러리 책방으로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나 그 외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가와 협업하기도 하고요. 저희 남매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그림과 책을 소개한다고 볼 수 있어요. 판매 수익은 차치하고 내가 좋으면 냅다 얘기하는 그런 식이죠. (웃음)


그야말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뤄진 서점이네요.


초반엔 수입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손님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테이블도 빽빽이 두고, 책을 입고하는 기준도 신간, 베스트셀러로 설정했어요. 그런데 문득 서점에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은 저희 오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 이 공간이 우리 마음에 먼저 들어야 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테이블 수도 줄이고, 에세이, 한국소설 등 제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소개하고, 단골손님이나 독자분들이 좋다고 하는 책을 더 들여오고, 독서 모임을 더 활발히 진행하는 식으로 바꾸기 시작했어요.


독서 인구가 적은데, 서점을 열고 2년 후 코로나19까지. 그동안 운영이 쉽진 않았을 듯해요.


근데 소비자들이 책에 친절하지 않은 것처럼, 저희 책방도 친절한 편은 아니에요. 영업시간이 12시부터 5시까지거든요. (웃음) 사실 잘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욕심만큼 다 잘할 순 없잖아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해요. 대단히 애쓴다고 해서 좋아지지도 않을 거고, 그렇다고 망하지도 않을 거고요. 잘하려고 더 애쓰다가 힘 빠져서 그만두는 것보다 좀 못해도 가늘고 오래 가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해요.


의연하고 단단한 말이에요. 혹시, 클라이밍을 시작하며 변한 태도일까요?


회피하거나 참고 넘어가려는 기질은 지금도 여전해요. 가끔 나타나거든요. 그래도 클라이밍이 아니었다면 절대 못 살았을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을 낸 것만 해도요. 저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이었는데요. 이제는 더 편하게 도전해 보자는 마음이 드는 걸 볼 때마다 ‘어, 뭔가 바뀌었네?’라고 스스로 느껴요. 클라이밍을 통해 배운 것들이 다른 일을 대할 때도 나타나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어요.


ⓒ장참미



CHAPTER 2.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좋아하니까 : 클라이밍

   

그런데 클라이밍에는 도대체 어떻게 ‘도전하게’ 되신 거예요?


암장을 처음 방문한 때가 2020년 5월이었죠. 책에도 썼지만, 클라이밍을 먼저 시작한 동생이 제게도 해보라고 계속 권유했어요. 그러다 동생 친구들도 클라이밍을 하고, 책방에 암장 회원분들이 방문하시면서 운동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죠.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든 건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예요. 서점 영업일과 시간을 모두 줄여야 해서 시간이 많이 남은 데다가, 힘든 시기를 지나는 중이기도 해서 기분도 환기할 겸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다짐했죠.


그렇게 책만큼이나 클라이밍에 빠져들었군요.


처음엔 저도 문제를 어떻게 풀지, 어떤 기술을 활용해서 완등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욕심내면서 운동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보다는 ‘실력이 늘지 않아도 괜찮다’, ‘성장을 안 해도 나는 클라이밍이라는 운동 그 자체가 좋으니까 그냥 하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또 여태껏 좋아하는 마음을 참으면서 살았는데, 클라이밍을 만나며 안 참아도 괜찮다는 걸 더욱 알게 되고, 흥청망청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살면서 이렇게 몰입할 무언가를 만나기가 쉽진 않잖아요? 남들은 사업성이 없다고 말한 서점이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좋아하는 마음을 참지 않아도 제 인생은 망하지 않아요. 클라이밍도 마찬가지였어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번 끝까지 갔을 때, 그럴 때만이 얻는 무언가가 있다고 더욱 깨달았죠.


책과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마음이 에세이 출간까지 이어졌네요?


반드시 이 마음을 책으로 내겠어, 하고 쓴 건 아니에요. 처음부터 클라이밍을 주제로 쓰겠다고 정하지도 않았고요. 동생과 ‘우리 100일 동안 지속할 수 있는 취미를 해보자’라고 나눈 대화가 계기였어요. 동생은 네컷만화를 그리고, 저는 글을 써보기로 했죠.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짧게라도 올렸어요. 그때가 2020년 7월쯤,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2개월 차여서 제 최대 관심사가 운동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클라이밍 하며 느낀 마음, 함께 운동한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 그들과 보낸 시간, 책방 운영 관련한 일화를 주로 적었죠. 글을 마무리한 2년 후, 책으로 내보자고 출판사에 연락받아 정말 놀랐습니다.


출간 제안을 받으셨을 땐 어떤 기분이었나요?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뭐야, 얘 아무것도 모르네?’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며 살짝 망설였는데 그런 건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이야기를 담아 쓰겠죠? 저는 클라이밍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 작은 도시의 작은 암장에서 사람들과 계속 속닥거리며 무언가를 해나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또 그게 저만의 고유함이지 않을까, 생각되더라고요. 클라이밍 덕분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게 됐어요.


ⓒ장참미


책에서 본 느낌으로는 굉장한 로컬 암장에서 운동을 시작한 것 같아요. 암장 난이도가 초급, 중급, 고급으로 3개가 전부더라고요!


창원대학교 인근에 있는 ‘핫클라이밍짐'이라고, 집과 가까운 암장이어서 등록했어요. 층고가 높진 않지만, 오버행 벽은 90도로 되어 있어요. 센터장님이 가장 중시하는 포인트가 ‘지구력’이어서 처음엔 삼지점, 무게중심 이동을 열심히 가르쳐주셨어요. 한 달 다니고서야 ‘수직 이동의 세계’ 볼더링 문제로 넘어갔고요. 원래도 배움이 느리고, 운동 신경이 탁월한 편이 아니라 처음엔 강습 시간이 정말 버거웠답니다.


1년 넘게 초급 단계에 머무르는 상태가 지속되고, 다른 암장을 경험할 기회도 없어서 실력이 늘고 있는 걸까 궁금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가까운 지역의 암장으로 원정 간 적이 있었는데, ‘나, 의외로 되게 못 하진 않네?’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기본기를 잘 닦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그런 의미에서 클라이밍 기본기를 차곡차곡 다지고 싶다면 창원을 방문해 보세요.


참미 작가와 친구들 ⓒ장참미



CHAPTER 3.
운동만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책에 소개되는데, '고은 언니'가 지구력을 강조하는 일화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님도 '클라이밍에서 이것만은 꼭!'이라고 강조하고 싶은 기술이나 훈련이 있나요?

(어떤 에피소드인지 궁금하다면 꼭 책을 읽어보세요!)


어떤 기술이나 이 훈련을 꼭 해야 한다기보다는, 클라이밍을 하는 태도를 나누고 싶어요. 책에서 지구력에 빗대어 표현했는데, 정확하게는 ‘마음의 지구력’이라고 할까요.


고은 언니는 지켜볼 때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요. 암장에 오면 꼭 해내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는데 요령 피우지도 않고 빠짐없이 해요. 문제를 풀 때 잘 안되는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요. 포기하는 경우도 봤지만, 해볼 만큼 충분히 도전하고 그만두는 거더라고요.


사실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잖아요? 하지만 스스로는 알죠. 내가 오늘 주어진 목표를 했는지, 안 했는지. 목표한 바를 다 했을 때 자신에게 떳떳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것.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야 마는 강한 마음을 배우고 싶고, 그렇게 되려고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동생의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함께 사업하고, 취미를 공유한다는 점이 온라인에서 밈으로 소화되는 ‘찐남매’와는 결이 다르게 느껴져요.


제게 동생은 가족이면서도 친구, 동시에 직장동료죠. 솔직히 동생을 존경하고 의지해요. 보통은 반대인 경우가 많아서 쉽게 들 수 있는 감정은 아니죠.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일상을 공유하면서, 성인이 되어서는 서점 운영 관련해 동생과 상의하며 배운 점이 많았어요. 어떤 일이든 단독으로 결정한 적은 거의 없었을 만큼 동생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많았죠.


덕분에 ‘오누이’라는 서점 콘셉트에 맞게 나아가는 것 같고요. 어릴 적에도 붙어 다녔지만, 같이 일하지 않으면 몰랐을 모습, 동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되어 정말 좋아요. 또 나중에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갈 수 있어 더 좋고요. 여러모로 제게 좋은 영향을 주는 동생이에요.  


서점도 함께, 클라이밍도 함께하는 동생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누구 하나라도 먼저 잘 되면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자! 최선을 다해서 빨리 잘 되자.


오누이의 뒷모습 ⓒ장참미



CHAPTER 4.
실패 없이 계속하는 법 : 좋아하는 마음으로!


슬슬 인터뷰도 막바지로 향해 가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어쨌든 하는 사람’으로 나아가지 않을까요? 서점의 수익성이든 클라이밍 실력이든 계획과 실력으로 승패를 논하면 저는 항상 필패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에 있어선?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책도, 클라이밍도 제가 몰랐던 진정으로 좋아하는 세계를 알게 해준 것들이죠. 그 세계를 앎으로써 앞으로 잘 살겠다는 확신을 얻었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놓지 않고 해나갈 것이 분명하니까 저는 성공한 사람이죠. 책 제목이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인 이유입니다. (웃음)      


끝나기 전에 인터뷰를 읽어준 독자에게 책 소개도 해주세요!


‘이런 걸 느껴주세요’ 같은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클라이밍, 참 좋죠? 저도 정말 즐겁게 했답니다. 그걸 같이 느껴주시면 좋겠어요’라는 소박한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예요. 클라이밍을 하며 느낀 점, 태도는 클라이머라면 누구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마음을 담아낸 이야기여서 모두가 자신의 ‘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읽으면서 클라이밍에 얽힌 추억을 되새겨보실 수 있다면, 저는 글을 쓴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지 않았나 싶고, 기쁠 것 같아요.


슬스레터 공식 질문입니다! 작가님에게 ‘클라이밍’이란?


클라이밍은 씨앗이다! 질문을 받고 곰곰이 고민했는데, 나무의 성장에 자신의 이야기를 빗댄 호프 자런의 책 『랩 걸』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책에 씨앗과 관련한 내용이 있어요. 어떤 씨앗은 발아까지 6년이 걸리기도 하고, 또 씨앗은 어떤 모습의 식물이 될지, 매일 자라기는 하는지 겉으로 보면 모르잖아요. 하지만 안에서는 반드시 자라고 있거든요.


클라이밍도 비슷한 듯해요. 내가 바라는 기준까지 실력이 향상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약 없는 기다림인 것 같지만, 내면을 보면 반드시 자라고 있어요. 운동하며 느끼는 모든 것을 통해서요.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 지금 당장은 잘 모르겠어도 좋아하는 마음을 통해 우리는 매일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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