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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짝 Sep 13. 2024

조울증 약을 먹는다는 것

그리고 약을 끊고 싶다는 유혹

조울증 약물 치료는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도와주고, 극단적인 기분 변화를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약물의 효과를 느끼며 증상이 개선되기 시작하면, 많은 환자들이 "이제는 약을 먹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생각에 약을 끊고 싶어합니다. 특히 약물의 부작용, 약을 먹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거나, 혹은 약물 없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혹은 매우 자연스럽지만, 그에 따른 위험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습니다.


제 경우는, 한때 '의지만으로' 병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약을 끊었다가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가며 심하게 오는 바람에 상당히 오랫동안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또 많은 환자들은 소위 '정신병 약'을 먹는다는 것이 싫어서 약을 끊기도 합니다.


조울증은 만성 질환입니다. 그래서 약물 치료를 중단할 경우 재발의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감정의 균형이 무너지고, 일상생활이 다시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을 끊고자 하는 충동이 들 때마다, 그것이 일시적인 생각에 불과한지, 혹은 장기적인 건강을 고려한 결정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자면, 조울증 치료의 핵심은 '장기적인' 관리에 있습니다. 약물 복용은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닌, 지속적인 삶의 질 향상과 감정적 안정의 기초입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전문가(주로 주치의)와 상의하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또다시 진부한 비유를 들자면, 조울증이 당뇨병과 유사한 면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둘 다 만성질환이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이 따를 수 있지만,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존스홉킨스 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본인이 조울증 환자이기도 한 케이 레드필드 제이미슨(Kay Redfield Jamison)은 그녀가 쓴 책에서 리튬(대표적인 조울증 치료제)을 신앙처럼 여긴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장 섞인 표현이지만, 조울증 치료와 관리에 있어 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는 의미에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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