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조울증
알코올이 당신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때
조울증을 진단받기 전, 그리고 그 후에도 저는 종종 알코올에 의지하곤 했습니다. 특히나 필름이 끊길 정도로 폭음을 하는 습관은 안 그래도 폭발 일보직전인 제 두뇌에 기름을 들이붓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어떻게 금주에 성공했다 싶다가도 일단 다시 마시기 시작하면 한 잔이 두 잔, 세 잔으로 늘어나서, 결국에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알코올 의존에 빠지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음주 후 찾아오는 우울증이 큰 문제였는데, 일반인들이 겪는 숙취보다 더 심한 상태를 경험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술을 마시면 당장은 내면의 갈등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 지 모르나, 결국 이것이 현실 도피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조울증 환자는 급격한 기분 변화와 정서적 불안정성 때문에 자극적인 물질에 쉽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자극적인 물질이란 주로 '향정신성 물질'을 말하는데, 가볍게는 커피나 담배가 포함되며, 정도가 심해질수록 알코올 및 마약류까지 해당됩니다(전문의로부터 들은 바로는, 담배의 경우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특별히 없다고는 합니다). 상대적으로 마약이 널리 퍼져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조울증 환자가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렇게 조울증 환자가 술이나 마약류와 같은 물질에 대한 탐닉하게 되는 까닭은, 조증 상태에서는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치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우울증 상태에서는 무기력감과 절망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간적인 해방감을 제공하는 알코올과 중독성 물질을 찾기 쉽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조울증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훨씬 높습니다.
알코올은 사회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며,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소량의 알코올은 긴장을 완화시키고, 자신감과 사회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알코올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조울증 환자에게 알코올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첫째, 알코올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깨뜨려 기분 변화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둘째,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저하시켜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게 해서 조울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 알코올은 충동성을 증가시켜 무모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그래서 조울증 환자에게 매우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알코올 중독은 사회적, 직업적 기능을 손상시켜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게 됩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조울증 환자인데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해야 한다면, 몇 가지 주의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첫째, 절대적인 자제력을 유지하고, 한 번에 조금만 마셔야 합니다. 둘째, 혼자서 술을 마시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음주 후에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해 다음 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끝으로, 음주 후에 자신의 감정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알코올은 조울증 환자에게 도피처가 될 수 있지만, 그 대가는 매우 큽니다.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지만, 결국은 증상을 악화시키고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조울증 환자라면 알코올을 멀리하고,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주를 피할 수 없는 경우라면, 절제와 자기 관찰을 통해 가능한 한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조울증 관리의 핵심은 일관성과 자기 관리에 있는데 알코올은 이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므로, 만약 스스로 알코올을 절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안됐지만 술을 완전히 끊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조울증 환자가 술을 절제하는 것은 술의 지배를 받는 상황을 강한 의지로 벗어나려는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남 말 할 것 없이, 저 역시 현재 상태가 계속 유지되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지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