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예수님을 처음 만난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다. 이는 마가복음과 마태복음, 요한복음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러면 부활한 예수님을 제자들이 갈릴리에서 만난 것은 언제쯤일까?
천사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예수께서 먼저 갈릴리로 가시니, 제자들은 거기서 그를 볼 것이라고 제자들에게 전하라”는 말을 하고(마태복음, 마가복음), 심지어 예수님까지 직접 마리아에게 “가서, 나의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러면 거기서 그들이 나를 만날 것이다”라고 말한다(마태복음).
반면 누가복음을 보면 ‘갈릴리로 가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제자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실 때까지 계속 예루살렘에 머무른 것처럼 되어 있다. 심지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입을 때까지, 이 (예루살렘) 성에 머물러 있어라”라고 말씀하신다.
이렇듯 마태복음 및 마가복음과 어긋나 보이는 누가복음의 내용에 대하여 적지 않은 이들은 누가복음에 ‘갈릴리로 가라’는 부분이 생략된 것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이 부활한 예수님을 먼저 만난 곳은 갈릴리로 보인다.
그런데 요한복음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공관복음의 맥락에 혼란을 더한다.
요한복음 21:1그 뒤에 예수께서 디베랴 바다(갈릴리 호수)에서 베드로와 도마를 비롯한 일곱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셨는데, 예수께서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뒤에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신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요한복음 저자는 도마를 포함한 열한 제자를 먼저 예루살렘에서 만나고, 그 뒤에 디베랴 바닷가에서 베드로와 도마를 비롯한 일곱 제자를 다시 만난 것처럼 기술하였다. 심지어 요한복음은 부활한 예수님을 디베랴 바닷가에서 베드로가 만난 것을 가리켜 ‘예수께서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뒤에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신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라고 아예 순서도 못박았다. 어찌 된 일인가?
갈릴리 그리고 예루살렘
이미 밝혔듯이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이 부활한 예수님을 먼저 만난 곳을 갈릴리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견해의 전제에서, 위에서 언급한 공관복음과요한복음의 어긋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한 누가복음도 예수님이 부활한 그날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예수님을 만나고, 또 이들이 바로 예루살렘에 돌아와서 열한 제자를 만난 가운데 예수님이 이들에게 나타난 것처럼 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나름의 의견을 적어 본다.
첫째, 요한복음은 사건의 순서보다 예수님의 말과 표적에 집중했다.
일반적으로 요한복음은 시간 순서대로 기술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 순서뿐만 아니라, 시간 개념도 공관복음과 차이가 있다.
예컨대 공관복음은 십자가 처형 당일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새벽에 빌라도에게 데려왔고, 오전 9시(제 삼시)에 예수님이 못박혔으며, 정오부터 오후 3시(제 구시)까지 어둠이 온 땅을 덮었고, 오후 3시에 예수님이 숨을 거둔 것으로 묘사한다.
반면 요한복음은 정오(제 육시)에 빌라도가 예수님을 심문하기 시작한 것으로 기술한다. 요한복음 저자는 예수님의 ‘말과 표적’을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엮는 기술방법을 택하고, 세세한 시간과 순서에는 중점을 두지 않은 듯하다. 이를테면 요한복음은 명절, 절기와 같이 굵직한 시간에 초점을 둔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요한복음(20:19)의 ‘그날, 곧 주간의 첫날 저녁에(On the evening of that day, the first day of the week) 제자들은 유대 사람들이 무서워서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는데 예수께서 그들 가운데로 들어서셔서’에서 ‘그날’은 시간적으로 예수님이 부활한 바로 그날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둘째,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고 바로 예루살렘으로 왔지만, 거기서 열한 제자를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 이야기는 마가복음에 단편적으로, 누가복음에 상세하게 나온다.
누가복음
24:13~49 마침 그날에 그들 가운데 글로바와 한 사람이 엠마오로 가다가 예수를 만났다. (중략)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서, 예루살렘에 돌아와서 보니, 열한 제자와 또 그들과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That very hour they got up and returned to Jerusalem. They found the Eleven and those with them gathered together), 모두들 “주님께서 확실히 살아나시고, 시몬에게 나타나셨다”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두 사람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비로소 그를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하였다. 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몸소 그들 가운데 들어서서 말씀하셨다.
누가복음을 보면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것은 예수님을 알아보고 ‘곧바로’이지만, 그들이 예루살렘에서 열한 제자들을 만난 시점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니까 엠마오 제자들은 예루살렘에서 열한 제자들이 모이는 모임에 합류할 때까지 꽤 긴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특히 열한 제자와 또 그들과 함께 있던 사람들은, 한두 사람이 아니라모두(한결같이) “주님께서 확실히 살아나시고, 시몬에게 나타나셨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시몬 베드로로 대변되는 일단의 사도 그룹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갈릴리에서 먼저 만난 생생한 체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 참조로 예루살렘에서 갈릴리 가버나움(갈릴리 호수 북단)까지 거리는 약 170킬로미터(구글 지도 기준)로, 요세푸스는 갈릴리 호수 남쪽에서 예루살렘까지 걸어서 3일이 걸린다고 기록하였다. 이를 통해 본다면 베드로가 갈릴리로 가서 예수님을 만나고 다시 예루살렘에 돌아오기까지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셋째, 베드로를 비롯한 일단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보고 자기 고향으로 갔다.
누가복음(24:12)은 베드로가 빈 무덤을 확인하고 ‘그 된 일을 놀랍게 여기며 집으로 돌아가니라(개역개정)’라고 밝힌다.
이 구절을 영어 성경은 이렇게 번역한다.
ESV he went home marveling at what had happened.
NASB he went away to his home, marveling at what had happened.
KJV (he) departed, wondering in himself at that which was come to pass.
CSB he went away, amazed at what had happened.
동일한상황을요한복음(20:10)은 이렇게 기록한다.
개역개정 이에 두 제자(베드로와 요한)가 자기들의 집으로 돌아가니라.
새번역 그래서 제자들은 자기들이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ESV Then the disciples went back to their homes.
NASB So the disciples went away again to their own homes.
KJV Then the disciples went away again unto their own home.
CSB Then the disciples returned to the place where they were staying.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 기록된 ‘베드로와 요한을 비롯한 일단의 제자들이 돌아간 곳’이 예루살렘에 머물던 자신들의 숙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위에서 보듯 요한복음 20:10 CSB 번역은 이런 뉘앙스다), 필자는 그들이 그들의 고향(hometown)인 갈릴리로 우선 돌아갔고(엠마오로 향하던 제자들을 생각해 보자), 그곳에서 예수님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소”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나가서 배를 탔다. 요한복음(21:3)에 나타난 이 장면에서 “우리도 함께 가겠소”라고 말한 이들 가운데 도마도 있다. 부활한 예수님을 보고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던 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보다는, 부활한 예수님을 아직 만나기 전의 말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정리, 그래서 예수님이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나타났다고?
1. 막달라 마리아 : 예수께서 부활하신 무덤 바로 부근
2.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 : 길에서 만나 식사 자리까지
3. 갈릴리 : 처음 만난 그때처럼 물고기를 낚던 제자들을 만나 식사 자리까지
4. 예루살렘 : 문이 닫힌 가운데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식사까지, 여드레 뒤에 도마까지
5. 베다니 : 예수께서 베다니까지 제자들을 데리고 가서 축복하시는 가운데 승천하시고,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날마다 성전에서 지냈다.
예수님은 부활 후 사십 일 동안 제자들에게 나타나시고,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셨다(사도행전 1:3). 따라서 위에서 필자가 정리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중간중간 빈 여백이 많다.
바울은 고린도전서(15:5~8)에서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나타나신 순서를 베드로, 열두 제자, 오백 명이 넘는 형제자매들, 다음에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 그다음에 모든 사도들에게 나타나셨고, 맨 나중에 자신에게도 나타나셨다고 밝혔다. 바울 자신이 예수님을 육신의 모습으로 본 것인지는 불명확하지만, 그는 분명 자신에게 나타나셨다고 했다.
예수님은 갈릴리 호숫가에서 베드로를 대면했고, 곧이어 호숫가로 상륙한 다른 제자들을 대면했는데 이를 가리켜 고린도전서(15:5)에서 ‘게바에게 나타나시고 다음에 열두 제자에게 나타나셨다’고 표현하신 게 아닐까?
이상준 목사님(1516교회 담임)은 부활 후 예수님이 나타나신 순서가 복음서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그만큼 부활 사건이 제자들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한다.
여담이지만, 요한복음은 베드로가 부활한 예수님을 디베랴 바다에서 만난 것을 부활 후 예수님이 세 번째로 나타난 것처럼 기록하였다. 요한복음상의 순서 즉 예루살렘에서 첫 번째 도마를 뺀 제자 그룹, 두 번째 도마까지 포함한 제자 그룹을 만난 이후로 셈하면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것을 세 번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부활한 예수님을 최초로 만난 막달라 마리아, 그 직후 엠마오로 가던 길에서 만난 두 제자에 이어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것을 세 번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다소 억지스러운 생각이지만 말이다.
필자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 예수님의 삶이 곧 복음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의 전제에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부활 후 제자들과의 대면 장면을 나름 정리해 보았다.
결론은 이러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셨습니다. Christos anesti!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