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하누카 절기(성전 봉헌절, 수전절)에 성전 안에 있는 ‘솔로몬 주랑’을 거닐고 계셨다. 그때 유대인들은 예수께 ‘당신이 그리스도이면 그렇다고 분명히 말하여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대답의 끝에 예수는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라고 말하였고, 이에 유대인들은 돌을 들어 예수를 치려고 하였다(요한복음 10:22~30).
요한복음 10:22~23
예루살렘은 성전 봉헌절이 되었는데, 때는 겨울이었다. 예수께서는 성전 경내에 있는 솔로몬 주랑을 거닐고 계셨다.(새번역)
예루살렘에 수전절이 이르니 때는 겨울이라. 예수께서 성전 안 솔로몬 행각에서 거니시니(개역개정)
At that time the Feast of the Dedication took place in Jerusalem; it was winter, and Jesus was walking in the temple area, in the portico of Solomon.(NASB)
At that time the Feast of Dedication took place at Jerusalem. It was winter, and Jesus was walking in the temple, in the colonnade of Solomon.(ESV)
히브리어 하누카(Hanukkah)는 ‘봉헌(dedication)’이란 뜻으로 기원전 164년 마카베오 전쟁으로 설립된 하스몬 왕조가 성전을 수리하여 하나님께 봉헌한 일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성전을 수리했다고 수전절(修殿節), 성전을 정화하여 하나님께 봉헌했다고 성전 봉헌절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성전 정화를 위해 불을 붙인 메노라(촛대)의 불빛이 8일 동안 유지되었다고 하여 8일 동안 메노라에 불을 밝히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1세기경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도 하누카를 ‘빛의 축제(Feast of Lamps)’라 기록한다. 이 기간 유대인들은 성전과 가정의 하누키야(하누카+메노라 ; 가지가 7개인 이스라엘 국장의 메노라와 달리 가지가 9개)에 불을 밝힌다. 요즘도 이스라엘에서는 하누카가 되면 국회의사당을 비롯하여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형태의 하누키야에 불을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는 요한복음 8장에서부터 12장에 이르기까지 줄곧 자신이 ‘세상의 빛’이라고 말하였다(요한복음 8:12, 9:5, 11:9, 12:46).
앞선 요한복음 7장은 초막절을 배경으로 한다. 초막절에는 실로암으로부터 물을 길어 오는 전통과 함께, 성전 여인의 뜰에 네 개의 금 촛대를 세우고 등불을 켜는 행사를 한다.
초막절의 마지막 날(보기에 따라서는 그다음 날) 아침 예수는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하였다. 절기 순서로 볼 때도 초막절 다음 절기가 약 3개월 후인 수전절이다. 등불을 밝히는 두 절기를 배경으로 자신의 빛 되심을 나타내신 예수를 요한은 그렇게 기록한다.
빛 되신 예수와 관련된 요한복음 8장~12장
요한복음 8장부터 12장까지 빛 되신 예수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과 말씀을 순서대로 정렬하면 다음과 같다.
1.(초막절 마지막 날(또는 다음 날))‘나는 세상의빛이다’(8:12)
2.‘내가 곧 나(에고 에이미)’(8:24,28,58)
3.‘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8:32)
4.(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치시며)‘나는 세상의 빛이다’(9:5)
5.눈먼 사람은 실로암으로 가서 씻고 눈이 밝아져서 돌아감(9:7)
6.(성전 봉헌절)솔로몬 주랑거니심(10:23)
7.‘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10:30)
8.나사로가 병들어 죽음(11:3,11)
9.‘사람이 낮에 걸어 다니면 햇빛이 있으므로 걸려서 넘어지지 않는다’(11:9)
10.(죽은 나사로를 살리고)‘그를 풀어 주어서, 가게하여라’(11:44)
11.‘빛이 있는 동안에 걸어 다녀라. 어둠이 너희를 이기지 못하리라’(12:35)
12.‘나는 빛으로서 세상에 왔다. 그것은 나를 믿는 사람은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12:46)
이런 맥락을 볼 때 육신의 빛, 곧 시력을 잃은 사람이 이를 회복하고, 사망의 어둠 속에 머물렀던 나사로가 그곳에서 벗어난 일은 예수의 빛 되심을 증명하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솔로몬 주랑을 거니신 예수, 요한의 기억에 새겨지다.
성전 안 솔로몬 주랑을 거닐던 예수는 세상을 비추는 빛이었고, 정화되어 하나님께 봉헌된 성전 그 자체였다. 젊은 요한의 선명한 시야에 솔로몬 주랑을 거닐던 예수의 모습은 그렇게 각인되었다. 그래서인지 솔로몬 주랑은 베드로와 요한에게 전도의 장소였고(사도행전 3:11), 예수 믿는 이들의 모임 장소였다(사도행전 5:12).
모든 사도가 달려갈 길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남은 노년의 요한은 금 촛대 사이를 거니는 예수의 환상을 본다.
요한계시록은 이렇게 기록한다.
‘일곱 금 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분이 말씀하신다(the One who walks among the seven golden lampstands, says this).’(요한계시록 2:1)
‘금 촛대 사이를 거니는 인자의 환상’은 솔로몬 주랑을 거닐며 빛으로 자신을 나타내신 예수를 기억하는 요한에게 어울린다.
젊은 날의 요한은 다른 제자들은 기억하지 못하는(적어도 기록하지 않은) 예수의 말을 또렷하게 기억했고,가까운 거리에서 남다른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요한의 기억력과 시선은 이처럼 남달랐고, 이에 더해 예수와의 관계는 특별했다. ‘사랑하는 제자’라는 그의 호칭, 십자가상의 예수가 그에게 직접 한 말, 부활한 예수를 따라오던 그를 기억해 보자(요한복음 19:26~27,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