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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킹덤> 영국의 탄생 신화

9세기 잉글랜드는 가히 세기말이었다. 바이킹의 대규모 침략으로 들판과 성이 불탔고 마지막 왕국 웨식스만 남은 색슨족은 무력했다. 신의 징벌이라 여겨야 한다는 탄식마저 터져나왔다.




노섬브리아 왕국의 베번버그 영주의 어린 아들 우트레드가 수평선 너머에서 한가로이 다가오는 바이킹 범선을 발견하면서 드라마는 막을 연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난 아이와는 달리 어른들은 굳은 표정으로 북을 치고 성문을 닫는다. 정찰을 나간 형은 머리만 돌아오고 이어지는 전투에서 아버지를 포함한 색슨족은 학살당한다. 우트레드 또한 데인족 영주 라그나에게 노예로 잡히고 만다.


라그나는 우트레드, 색슨족 여자애 브리다를 노예로 삼았으나 그의 아이들과는 스스럼없이 지내도록 둔다. 그러던 중 라그나의 부하인 키야탄의 아들 스벤이 라그나의 딸 타이라를 욕보이려다 우트레드가 이를 막아서서 치고받는 일이 생긴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라그나는 키야탄 앞에서 스벤의 한쪽 눈을 짓이겨 애꾸로 만들어버린다.


한편 우트레드의 생존을 알게 된 삼촌 앨프릭은 관습대로 몸값을 내고 인질을 되찾겠다고 데인족 수장 어바에게 협상을 요청한다. 하지만 이는 형의 자리를 욕심내 조카를 죽이려는 음모에 불과했다. 라그나는 우트레드에게 호의를 품고 있던 터라 대신 몸값을 치르고 양아들로 삼는다.


우트레드는 타이라와 맺어져 진정한 데인족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나 라그나는 브리다와의 혼인을 권유한다.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이 라그나에게 원한을 품은 스벤과 키야탄이 앨프릭과 손잡고 라그나의 집을 습격해 불지르고 그의 가족을 도륙한다. 우트레드와 브리다는 또다시 가족과 보금자리를 잃고 앨프릭과 스벤, 키야탄에게 복수를 다짐하면서 첫 화는 막을 내린다.




넷플릭스에서 크나큰 장점 하나를 들자면 풍부한 역사 사극의 라인업이다. 특히 미국의 뿌리, 영국의 역사를 다룬 작품을 꼽자면 끝이 없다.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싸운 켈트족 영웅 아더왕을 다룬 <킹 아더>와 <마법사 멀린>, 바이킹의 브리튼 섬 침략을 다룬 <바이킹스>와 본작 <라스트 킹덤>, 대영제국으로 향하는 초석을 닦은 튜더 왕조를 다룬 <튜더스>와 <레인>,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갈등과 대립을 다룬 <브레이브하트>와 <아웃로 킹>, 현대의 영국 왕실을 다룬 <더크라운>까지 '로마군의 철수 이후 영국의 역사'라는 책을 뚝딱 써낼 수 있을 정도다.


영국 역사에 관심이 간다면 시작을 끊기에 <라스트 킹덤>은 훌륭한 선택이다. 공영 방송사 BBC에서 제작한 만큼 고증이 비교적 정확하고 배우들 연기는 빈틈없으며 스토리 전개가 거침없다. 색슨족이면서 데인족이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호쾌하게 개척해나가는 우트레드를 보며 현실의 답답함을 잊어보는 건 어떨까.


https://www.youtube.com/watch?v=WxPApTGWw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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