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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인터넷에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건 혼모노다. 혼모노가 만든 혼모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공감이 힘들테니 뒤로가기를 누르자. 궁금해졌다고? 그럼 한번 같이 가보시길.




처음엔 그저 헤어진 여자 친구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그래서 온라인 마약 판매를 시작한 괴짜 10대 소년. 그런데 어쩌다 유럽을 대표하는 마약상이 되어버린 거지?


공식 줄거리를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도대체 감이 안 온다. 하지만 주인공 얼굴을 보니(오른쪽이다) 어쩐지 모르게 친숙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3시였다. 30분의 짧은 에피소드 6화로 끝이 나는데 3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었다. 끊을 수가 없었다.


소재가 마약이긴 하지만 <나르코스>, <브레이킹 배드>을 떠올렸다면 유감이다. '은 아니면 납'이라며 매수당하든지 총알 세례를 당하든지를 강요하는 마약왕도 없고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메스암페타민 제조에 나선 화학 교사도 없다. 아니, 두 번째는 살짝 비슷할지도. 훨씬 순한 맛이긴 하다.


아싸 둘이 온라인 마약샵이라는 일종의 IT 기업(?)을 만들어 인싸들에게 한 방 먹이는 걸 보면 <소셜네트워크>, <빅쇼트>인가 싶다가 십대 청소년이 현실을 도피하려고 저지른 일이 대책 없이 커지는 걸 보면 <빌어먹을 세상따위>가 떠오른다. <서치>에서 실종된 딸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 딸의 맥북을 집요하게 뒤지던 존 조의 초조한 심리 묘사가 발군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모리츠가 자전거로 마을을 돌아다닐 때 마이오 카트처럼 동전과 체력 바가 생기는 장면이나 드라마 중간에 설명을 건너뛰는 스킵 버튼이 실제로 생기는 등 게임적 요소가 눈에 띈다.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주인공 모리츠와 인기남 다니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전) 여자 친구 리자는 미국에 가고 싶어 하지만 정작 대학 인터뷰 준비는 따분해한다. 조각 미남 다니엘은 집안부터 모든 게 완벽해 보이지만 친구 파티에서 약 파는 마약상 꿈나무다. 모리츠는 ‘오늘은 괴짜, 내일은 상사’라며 IT 사업에 몰두하는 듯하지만 리자의 변심에 인생이 뒤집히는 충격을 받고 온라인 마약샵에 뛰어든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80년대 대중문화를 접한 X세대 올드 게이머를 타깃으로 했다면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인터넷과 자란 Z세대에게 바치는 헌사다. Z세대에게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대에 대한 관찰기가, Z세대를 알고 싶은 이에게는 최고의 교재가 되리라 믿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3sxg1xXmd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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