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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해언Onion Nov 17. 2019

작은 것이 아름답다

좋은 노동이란 어떤 것일까요? 

<아빠의 읽기>

인간은 거대한 것에 놀라고 경외심을 갖는다. 그래서 큰 것을 숭배한다. 큰 것은 늘 다른 작은 것들에 대한 영향력을 고집한다. 다른 것의 영향력을 받게 될 때 작은 것의 자유는 사라진다. 인간은 큰 것인가? 작은 것인가 ? 우리는 이 이중성에 당황한다.  

대량생산을 위한 대량 소비사회의 출현은 거대 조직이 생상성 향상을 위해 거대한 투자를 하게 만들었다. 생산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생산성은 자연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어섬으로서 자원의 고갈을 초래하게 되었다. 번영이 평화의 가장 굳건한 토대라는 매력적인 믿음은 끝없는 성장을 가속화하게 했다. 정치가들은 '모두 다 풍요로워질 수 있으며, 그 풍요 속에 나도 당신도 포함되며, 이 풍요가 평화에 이르는 길'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좀 더 빠르게, 좀 더 강하게, 좀 더 많이'라는 슬로건은 생태계 속에서 인간의 고립을 초래하고, 지구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이 잘 사는 것인가? 불교 경제학은 노동의 관점에서 좋은 노동의 조건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인간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발휘하여 향상시킬 기회를 부여하는 노동

둘째, 다른 사람들과 공동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을 극복하는 노동

셋째,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노동   

불교는 문명의 본질을 욕망의 증식이 아니라 인간성의 회복으로 인식한다. 부에대한 집착이 아니라 부로부터의 해탈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교의 경제학은 소박함과 다른 자연에 대한 비폭력을 핵심으로 한다. 인간은 작은 존재다. 그러므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 거대주의는 자기 파괴로 가는 길이다.   

독일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 E.F. 슈마허의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인간 중심의 경제학을 주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저서 중 하나입니다. 그는 매우 불교적입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통해서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다른 자연과의 공생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박함을 바탕으로 하는 자발적 가난을 통해 진정한 자기만족에 이르는 길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속적인 거대주의와 물질적 번영 속의 행복은 허상이라는 것입니다. 물질적 풍족에 집착함으로써 치러야할 육체적 예속과 정신적 비굴과 마음의 공허가 우리를 피폐하게 만듭니다. 간디의 몸무게는 겨우 40 킬로그램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작은 몸에 위대한 혼 마하트마가 들어 있었습니다.   

자발적 빈곤을 담은 작고 소박한 삶, 자연의 회복 능력 범위 안에 있는 성장, 끊없는 배움을 통한 정신적 지평의 확장, 그리고 다른 사람, 다른 생명들과의 유기적 공존에 대한 기쁨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믿음이 생겨갑니다.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딸의 읽기>

회사 동료를 따라 가죽공예 원데이 클래스를 갔습니다. 가죽을 자르고, 모서리를 가다듬어, 구멍을 뚫고, 단추를 달았고, 붙이는 면을 실로 꿰맸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새겼습니다.  한 물건의 모든 부분이 저에 의해 생겨났습니다. 쓰임새도, 형태도, 색도 모두 제가 정하고 제 손으로 탄생시키면서 저는 오롯이 내 것인 즐거움과 만났습니다. 과정을 통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이런 것이 노동의 참맛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죽공예를 하면서 양질의 노동과 함께 인간이 깊어질 수 있었겠음을 느꼈습니다. 물리적 결과물이 나오는 특징이 글과는 달라서 노동을 끝낸 기분좋은 순간을 좀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좋은 노동이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1.가장 먼저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며 마음을 즐거움과 보람으로 가득차게 할 수 있는 일. 

2.나를 성장시키는 일. 역량이 확장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

3.시작뿐 아니라 결과물에까지 자신의 필요와 사상과 개성을 담을 수 있는 일. 

4.다른 사람에게 필요하고 원하던 가치를 주는 일


그러나 회사에서는 이 네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의 필요가 나의 욕구와는 상관없거나, 결국 인정받을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섞여있고 제품기획이라도 처음부터 출시까지 전과정을 한명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선택을 받아야 하니 4번정도만이 범위내로 생각하게되는 듯합니다. 


 회사일 외의 시간에 창의적인 작업을 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좋은 노동을 연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훌륭한 기술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 있는 시간을 모두 돈을 벌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입니다. 일단 직장인이 되었다면 하루의 3분의 1은 회사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이 챗바퀴를 운동기구 삼아 단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좋아하는 일로 생계가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럴 여유조차 가질 시간이 없을 정도로 회사의 시간은 빨리 갑니다만, 그래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아야하겠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을 한지 8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처음 일한 부서는 서비스 기획팀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폰을 살 때부터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는 앱을 만드는 회사들보다 더 잘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년 뒤 고객조사 파트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그러고 제품 기획을 시작했는데, 처음 속한 팀은 태블릿 기획파트였습니다. 태블릿 시장의 전체적인 수요가 줄기 시작할 때라 제대로 모델을 맡게된지는 2년쯤 지난 뒤였습니다. 처음으로 모델 출시를 해보았습니다. 그러고 일년동안 다음 태블릿을 기획하다가 선행 프리미엄 모델 태스크에 들어가 잠재기회를 보는 일을 했습니다. 서비스, 제품이 어떻게 기획되고 스펙이 정해지는지 알게된 것입니다. 


 좋은 노동으로 방향을 잡고 회사의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역량개발 차원에서 하루 일과는 다른사람을 설득하는 방식을 훈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획이란 결국 내 생각을 정리해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또한 시중에 나온 기획책들이 기획서 쓰기, 브랜드나 광고 기획쪽에 치중되어 있는만큼 제품에 자신의 철학을 담는 제품기획쪽의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일을 바라본다면 아직도 미지의 영역인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앞으로의 미래에는 제품의 속성 속에 단순히 외부환경에의 대응차원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환경을 더이상 오염없이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개선하는 부분까지 포함해야하니 사상과 기술을 융핮하려는 노력도 함께 모색 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어디를 다니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어디서든 자신을 성장시키고 꽃피우려는 노력이 매일의 노동속에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본인의 이기심에 움직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 고객을 위한 것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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