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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k Coffee Jul 02. 2018

‘카와구치코’라 쓰고

‘후지산’이라 읽는다

구름이 산 중턱까지 내려온 날이었다.


후지산이 저 멀리서 보여서 멋지다, 소리치려던 우리의 시나리오는 덕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즈음에 라벤더 꽃이 피기 시작해서 설산의 후지산을 배경으로 어머! 너무 이쁘다, 하며 인생 사진을 뽑아내려고 벼르던 우리의 야무진 다짐은 그냥 계획으로만 끝나야 했다.

구름이 무겁게 내려오던 날,

그래도 카와구치코의 주인공은 여전히 후지산이었다.


카와구치코는 어디?

후지산을 가운데 두고 5개의 호수가 둘러싸여 있다. 카와구치코는 그중 하나의 호수이다. 관광객에게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보트나 로프웨이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놀거리도 가장 많은 호수이기도 하다. 신주쿠나 시부야로 오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기도 하다.


후지 패스라 하여 패스권을 구입하면 2일 혹은 3일 정도 후지산 주변으로 관광지와 버스 등을 무료나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활용하면 아주 유용하다. 참고로 링크를 올려본다.

http://bus-en.fujikyu.co.jp/mtpass/


사잔에 다섯개의 호수가 보이십니꺄? 올여름엔 후지산 등반을 해보려 합니다!


후지산 어디로 숨었니?

때는 장마철이 시작되는 시기라 하늘의 구름은 무겁고 무겁기만 한 날이었다. 다행히 쏟아지지 않고 분무기에 물 흩날리는 것처럼 비가 내리는 듯 마는 듯했다. 후지산이라는 주인공이 오늘은 없어서 카와구치코는 다른 역할을 해내느라 바쁜 듯했다. 그러나, 그런 다른 모습도 아름답고 새롭다.


카와구치코로 가는 길 버스안에서. 구름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낀다. 무거운 구름이 이렇게 멋짐은 가까이 보지 않으면 느낄수 없다.
호수물도 반짝반짝
하늘이 푸르렀다면 꽃의 화려함도 더했으려나? 뿌연 하늘아래서도 꿎꿎한 노란꽃 보라꽃은 꽃으로서 당당하기만 하다.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
Arakurayama Sengen Park 

시간을 잠시 작년 11월 가을로 돌려본다. 

작년 가을, 단풍을 보러 카와구치코 주변에 왔더랬다. 가와구치코 도착 직전에 잠시 들렸던,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 Arakurayama Sengen Park. 후지산 사진을 대표하는 픽쳐스팟이다.


이 모습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약 30분가량의 등산을 해야만 한다.  11월의 야마나시현은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30여분의 등산길이, 그 설렘으로 숨이 가쁜 줄도 몰랐다. 



도심의 다닥다닥 붙은 마천루에서 벗어나서, 출퇴근의 지옥철에서 벗어나서,  

신주쿠에서 버스 2-3시간을 달려

후지산을 보러,

카와구치코로 한번 떠나봄은

봄에도 여름에도 그리고 가을에도 유효하다. 

벚꽃과 함께하는 후지산도 예쁘고

단풍과 함께하는 후지산도 근사하고

한 여름 더위를 피해 달려온 후지산도 가슴이 탁 풀린다.


그리하여 카와쿠치코, 너의 또 다른 이름은 후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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