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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유식빵 Mar 30. 2024

덕업일치를 향해

음악 건네기 1

JazzyFact <Cross The Street>


최근에 메일함을 정리하다 2012년도에 받았던 메일 한 통을 보고 찔끔 울었다. 당시 패션잡지 에디터가 되고 싶어서 현직 에디터에게 ‘어시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메일을 보낸 후 받은 꽤 긴 답장이었다. 분명 그땐 답장을 받고 기뻐하며 조언에 따라 준비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도 끈기도 부족했다. 학과 공부에만 충실했고 어시스트는 제대로 도전해 보지도 않은 채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에도 다른 분야를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단행본 출판사에 입사했다. 직장은 열악했고, 일은 재미가 없어 고통스러웠다. 그때 이 메일을 본 것이다.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가갈 용기가 없어 꿈 주위를 맴돌기만 하던 나와 달리 빈지노는 ‘뭐가 나빠 나는 다 하고 말거야’라며 꿈을 향해 돌진한다. Jazzyfact의 2집 Waves Like에 담긴 곡 Cross The Street 가사의 일부다. Jazzyfact는 빈지노와 시미 트와이스가 결성한 힙합 그룹이다. 7년 만에 나온 2집은 7개의 수록곡이 다 좋았다. 그중 Cross The Street는 특히 멜로디와 훅이 좋아서 계속 들었던 곡이다. 그러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랩하는 부분의 가사를 찬찬히 읽고 나서는 감탄하며 반복 재생하게 됐다.



‘내가 학교에서 처잘 때 무슨 꿈을 꿨는지. 그럼 그걸 이루고 꿈을 꾸길 멈췄는지 ··· 내 기준에서 이 정도 인생은 택도 없지. 내 앞엔 도화지가 있고 뒤엔 빽도 없지’


이렇게 성공한 빈지노도 계속 꿈을 꾸는데, 잃을 게 없는 나는 뭐가 무서워서 지구 주위를 도는 달처럼 이러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다시 꿈을 향해 건너갈 힘이 생겼다. 그래서 12년 만에 다시 에디터의 꿈을 꺼냈고 꿈에 붙은 먼지를 털기 위해 에디터 캠프 수업도 듣고 있다. 당장은 생계를 위한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도 ‘늦었어’라는 말을 무시하고 건너가다 보면 언젠가는 꿈이 밥벌이가 되어 있길 바라본다. Let’s just cross the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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