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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04. 2023

#3 퇴사했으니 이사나 하자! 집주인 뒷조사(?) 하기

전세사기를 대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다

 퇴사도 했겠다, 이제 더 이상 비싸디 비싼 신논현역 근처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퇴사를 할때 쯤 부터 거의 한달간은 퇴근 후 매일 직방,다방, 네이버부동산, 호갱노노 등 모든 부동산앱을 다 뒤지고 직접 부동산에 연락하여 집을 둘러보곤 했다.


 내가 방을 알아보던 22년 7월에는 전세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전세대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내용이 언론에 계속 보도되면서 전세사기와 관련된 뉴스기사도 많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몇가지 조건이 있었다.


1. 월세가 아닌 전세일 것 + 집주인의 신용에 문제가 없을 것

2. 비교적 동네가 깔끔하고 조용할 것

3. 구축이어도 방의 크기가 클 것 + 방과 부엌이 분리형일 것

4. 2호선 라인일 것


이 세가지 조건을 맞춘 집을 찾기위해 서울대입구역 인근부터 강남역까지 2호선 라인에 위치한 방을 매일 확인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맘에 쏙 드는 매물을 하나 발견했다.

위치는 강남역과 멀지않은 2호선 라인이었고 (4번 충족) 방의 크기가 12평 정도고 방과 부엌이 분리되어 있었고(3번 충족) 동네는 빌라촌 주거지로 상당히 깔끔하고 조용했으며 (2번 충족) 전세였다. (1번 일부충족)


이 매물은 그날 바로 올라온 따끈따근한 당일매물이었고 나는 곧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오늘 저녁에 당장 방을 보겠다고했다. 그리고 그 전에 1번의 집주인의 신용을 마저 테스트하기 위해 집주인에 대한 뒷조사(?)를 시작했다.


- 우선 해당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김영희(가명)라는 50년생 여성의 단독소유로 되어있었고 설정된 근저당은 없었다.

(전세금을 떼먹고 경매로 가도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  등기부등본을 보니 구청에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이 되어있었다.

(구청 민간임대주택사업자는 임대료 증액제한 등 임차인에게 지켜야하는 의무사항이 많은만큼 강력한 세금혜택을 부여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부동산 관련된 세금이 부담스러울만큼 이 부동산 외에도 다른 부동산 자산이 많은 자산가일 확률이 높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 등기부등본상에는 건물주의 현 주소지가 기재되어있다. 건물주의 현 주소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그 집은50년생 김철수(가명)라는 남성과 공동명의 였으며 그 건물 또한 근저당이 없었고 내가 봤던 매물 인근에 위치한 마당이딸린 의리의리한 단독주택이었다.

  (해당 남성은 남편일 확률이 99%이고 예상했던 대로 부동산 자산이 꽤나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 건축물대장을 떼어보니 불법건축물도 아니었고 위반조치등을 받은 흔적도 없었다.

  (적어도 건물주가 법을 의식하고 지키면서 살고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 이 건물 근방 건물들의 건축물대장을 모두 떼어보니 이 건물말고도 한채의 건물을 더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고 그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보니 마찬가지로 근저당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본 매물, 그외 건물1채, 본인 단독주택 50% 지분, 시가로만 해도 거의 200억 이상은 족히될만한 자산을 근저당 없이 소유한 부동산 자산가임을 알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건물주의 이름이 매우 특이해서 구글링을 하다보니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일한 이름(김영희), 동일한 나이의 사람(50년생)이 쓴 책이 있었고 해당 책의 약력에는 저자가 서울소재 oo대학교 oo학과의 교수 라고 나와있었다.

(진짜라면 교수씩이나 되는 분이 전세사기를 칠 확률이 높진않겠다 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모든 조사(?)를 마치고 그날 밤 8시쯤 중개사와 그 집에 방문했다. 대화는 이런식으로 이어졌다.


나 : 집이 평수도 크고 위치도 좋고 다 좋네요~ 집주인분이 민간임대사업자라 5%이상 못올려서 전세금액이 1.575억 (예시) 인거죠~?

(보통 전세금은 1.5억이면 1.5억 딱 떨어지기 때문에 1.575억 과 같이 숫자가 지저분하면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고 싶어도 법적으로 못올리는 제약이 있는 상황인 경우가 많다)


중개사 : 네~ 아마 그러실거에요 (나보다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나: 혹시 집주인분은 뭐하시는 분이신지도 알고 계세요?

중개사 : 아~ 저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oo대학교 교수이신걸로 알아요~

나: (그럼 그렇지) 그렇군요~ 이 근처에 다른 건물도 세 주고 계시지 않으세요?

중개사 : 네~ 옆에 oo건물도 그분꺼구요. 건물주분도 이 근처에 사세요~


그 후 기본적인 방 컨디션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신한 뒤 나는 그날 바로 계약금을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전세보증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추가로 걸어두고 현재까지 이 집에 매우 만족하며 잘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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