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제주 여행 - 2일 차
지난날, 비가 꽤 와서 '비야 오지 말아라~'하고 잠이 들었었다. 구름이 내 바람을 들었는지 화창한 하루를 맞을 수 있었다. 둘째 날의 일정은 애월에 가는 거였다. 애월 바다, 가고 싶던 식당이 목적지였다. 오전에 들렀다 다음 숙소로 가려했는데.
내가 바뀌었지 않은가? 이제는 정해둔 대로 움직이는 것 대신 조금 더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기로! 그러니까 애월아 넌 다음에 보자. 하지만 하나 걸리는 점. 신기한 음식은 다 먹어보고 푸딩도 좋아하는 내가. 우뭇가사리로 만든 푸딩이 안 궁금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애월에 가고 싶었는데.. 시내에 분점이 있다! 그래 여기에 갔다가 저쪽으로 넘어가자.
푸딩을 사러 갔는데. 한 팀씩만 입장이 가능해서 밖에서 조금 기다려야 했다. 짐이 많이 무겁진 않았고 날씨도 좋아서 기다릴만했다. 들어갔는데, 사장님께서 혼자 하는 여행인지 물으셨다. 그렇다고 하니 혼자 하는 여행 중에 본인에게 시간을 내어주어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내가 좋아서 왔을 뿐인데. 차가운 푸딩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건네셨다. 짧은 말이 여행의 하루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해 준다.
성원(?)에 힘입어 모든 맛을 다 구매하고 싶었지만 보관을 할 수 없었기에... 가장 시그니처 같은 우도땅콩 맛 하나를 골라서 나왔다. 길을 걸으며 먹었는데 내 인생에 먹어본 푸딩 중에 최고였다. 다음번 방문 땐 꼭 다 먹어볼 테다!
카페에서 책을 읽을까 하고 가까이의 독립서점을 검색했다. 열심히 걸었는데.. 편의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제주 시내 구경을 했으니까 뭐. 다음 숙소가 있는 저지리로 향했다.
오설록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사장님(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께서 픽업해주셨다. 계획에 없던 오설록 (겉을) 구경도 하고, 인사를 나누며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뭐하지.. 저지리에서의 계획은 무계획이었는데. 애월에 가지 않으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침대에서 뒹굴다 배가 고파 밖으로 나왔다. 분식차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동네를 산책하다가.... 꿩을 만나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난 새가 싫다. 아니 무섭다.) 사장님과 치맥을 하고, 일찍 잠에 들었다.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여행 어플을 구경하다가 농촌체험을 발견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농촌체험과 팜파티도 할 수 있는 패키지였다. '그래! 시골 공기 맡으며 쉬자'라는 생각으로 3박 4일을 예약해두었다.
첫날은 세 밤을 뭐하고 보내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지내고 보니 저지리를 온전히 즐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혼자여서 좋은 점은 뭘 해도 내 맘대로 였다는 거다. 일정 없이 뒹굴어도, 갑자기 일정을 취소해도. 내 기분만 신경 쓰면 되니까. 또, 이렇게 뒹구는 것도 나름 괜찮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