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새
자면서 누구나
하루에 몇 번을 뒤척입니다
내가 뒤척일 적마다
누군가는 내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의 저 가장 안쪽 중심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자면서 여러 번 뒤척일 일이 생겼습니다
자다가도 가슴에서 자꾸 새가 푸드덕거리는 바람에
가슴팍이 벌어지는 것 같아
벌떡 일어나 앉아야 죽지를 않겠습니다
어제는 오늘은 맨밥을 먹는데 입이 썼습니다
흐르는 것에 이유 없고
스미는 것에 어쩔 수 없어서
이렇게 나는 생겨먹었습니다
신에게도 신이 있다면 그 신에게 묻겠습니다
지구도 새로 하여금 뒤척입니까
자다가도 몇 번을
당신을 생각해야
이 마음에서 놓여날 수 있습니까
올해는 정말 버텼습니다
지우지 못할 기억은 보물보단 자국 같습니다
그 자국에서 연기가 피어납니다
겨울이 까닭입니다
그때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지금은 눈이 그것을 덮을 텐데
어쩐지 식고 굳어 가려지기보다
계속 하늘로 피어나는 것이 눈에 제법 밟힙니다
우리는 우리로 살 수 없습니까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을 살고
기억 같지 않은 기억을 붙잡고
나는 나 같지 않고 나 같지 않은 나는 꼭 당신 같습니다
돌려서야 들어가는 못은 날카롭습니까
나무가 생각보다 푹신한 것입니까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제 가슴이 푹신한 것입니까
돌려서라도 들어가는 당신이 못난 것입니까
그걸 끄집어내는 겨울의 탓입니까
이제야 겨우 겨울입니다
정말 겨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