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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LA Nov 13. 2022

‘강한 여자’와 ‘쎈 여자’ 는 깻잎 한장 차이

편견은 당신이 만드는 것

쎄 보인다고? 그게 뭔데?

 어려서부터 나는 “쎄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내 눈매가 날카로와서인지, 말투 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순하고 연약한 여자의 이미지는 아니었나 보다. 굳이 ‘그시절 우리가 사랑한 소녀’ 의 이미지이고 싶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영화 ‘써니’에 나오는 무서운 언니들처럼 보이는 것도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쎄 보인다는 것이 주관이 강해 보인다는 건지, 아니면 말 그대로 힘이 세다는 건지 명확하게 정의된 바도 없으면서 어느샌가 “센 여자”는 ‘다루기 힘들고 여성스럽지 않은 기 쎈 여자’ 이미지로 굳어진 것 같다.


  어릴 때는 남들이 남들에게 주목받고 내가 뭐든지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 말로 하면 ‘관종’이 되고 싶었던 것인데, 관종미+3스푼 정도는 항상 담고 살아온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내 주장을 관철시키는 내공도 쌓았고 어디서 말빨로는 뒤지지 않을 정도의 경험치도 길렀다. 또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고 집에서 독서왕을 꿈꾸는 바른 라이프스타일도 아니었기에, 어디에서든 ‘튀는 애’ 소리는 들었던 것 같다. 머리가 크고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그리고 조직사회로 갈수록 나의 이런 다듬어지지 않은 면이 “쎈캐” 이미지로 직결되면서 원치않는 이미지화가 된 적도 있었다. 특히, 처음 만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의 엄청난 허당기와 소심함, 그리고 정에 이끌리는 모습을 보고 첫 이미지랑 너무 다르다며 또 한번 나의 가슴에 난도질을 하는 2차 가격을 당하곤 한다. (처음엔 어떻게 봤다는 거야-.-)


알고보니 독립적이고 강한 여자

  시간이 지나고 진짜 나의 모습을 알아 갈수록 사람들이 생각했던 “쎈캐”는 어느새 “의리있고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자” 의 이미지로 미화되어 있었다. 그도 그런것이 20대때 해외를 오가며 나름 열심히 살아 왔던 헝그리 정신을 바탕으로 회사에서는 엄청난 업무량과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고, 친구와 동료의 경조사는 나의 기념일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또 이 콩크리트 정글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고 싶어 9년의 직장생활 동안 3개의 대기업으로 이직을 전전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은 잠시고, 그 안에서의 메이저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도전과 리스크 모두 ‘묻고 더블로 가!’ 마인드로 지내왔다. 목표가 뚜렷했기에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달게 감수해야만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독하다”라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쎄다” 또는 “적응력이 좋다, 독립적이다” 등등 여러 형태의 꾸밈새를 붙인다. 뭐든 크게 상관 없지만 앞서 말한 통상적 의미보다 훨씬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쎈 여자와 강한 여자는 딱 깻잎 한 장 차이라는 것

  다수 보통의 남자들이 좋아하는 청순하고 가녀리린 여자가 이상적 스타일이라는 보통의 생각이 생활력 강하고, 자기주관과 일을 사랑하는 여자는 그냥 “쎈여자”로 간주해 버리는 것 같다. 나는 페미는 아니지만 이런 이분법적 사고나 이미지가 어떤 사람에겐 편견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외에서 살았을 때 그 나라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은 “you are a strong and indepemdent girl, i respect that” 같은 말들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해 또는 대화 없이 누군가를 형용하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A strong and independent girl”은 굉장한 찬사이며 매력적인 여성의 이미지였다.

  나라가 다르고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른 개념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개개인 의식과 성숙한 정도의 차이라고 본다. 절대 다수가 생각하는 방식에 편승하지 않으면 구구절절 설명해야하는 불편함이 생기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고, ‘평범하고 비슷한게 좋은 것’이라는 나이브한 마인드가 팽배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쎈여자와 독립적인 여자의 갈림길은 딱 깻잎 한장으로 갈린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괜찮아, 오늘도 우리모두 My Way

  이래저래 늘어논 푸념이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평소 생각했던 내용들을 글로 적어보았다. 지금의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잘 살고 있으니 Happy to be My Way인 셈. 건전하고 solid한 멘탈만 있다면야 My Way가 어떠냐는 것. 하지만 당신의 집어 든 깻잎 한장이 누군가에겐 마음의 스크래치를 줄 수 있다는 건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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