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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a Feb 11. 2022

불합격의 순간

x월 5일

또 떨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떨어지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인 것만 같다.

이번이 몇 번째 실패인지는 생각나지도 않는다. 실패를 마주하면 내가 시도했던 그 시간들이 모두 부정된 기분이 든다.

더 나아가서는 나란 사람이 부정당한 느낌까지도 든다. 결과를 기다리며 한 달 내내 마음 졸였는데.. 막상 이런 결과를 보고 나니 나의 한 달이란 시간과 마음을 다 소진한 거 같다.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간 거 같기도 하다.

항상 무언가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결국엔 아무것도 안 한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누군가는 실패를 경험해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사람이 대단한 거라 하지만,

나는 오뚝이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냥 한 곳에 조금이라도 박혀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데, 그하나가 쉽지가 않다.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엎어지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내 의지가 아니다.


여러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스스로 실패하는 법을 잘 몰랐단 사실에 새삼 흠칫하게 된다.

성공밖에 해보지 못해서 실패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 아닌, 실패한 현실을 잘 넘기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 채

계속해서 실패만을 반복해왔다. 그래서 매번의 실패에 아프고 아픔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다른 실패를 맞닥뜨린다.

의외로 이 경우 내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어떻게 토닥여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역시 실전은 무서운 법이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이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조금 늦게 가면 어때’ 등등… 어디서 한 번쯤 읽어보거나 들어 봤을 법한 말들을 나에게 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남한테는 잘 나오는 이런 말들이 막상 내가 실패를 마주했을 때 스스로에게 잘 나오질 않는다. 실패가 내 앞에 다가왔을 때 나는 마음과 머리가 늘 싸우는 기분이다. 상황을 좋게 긍정적으로 말하려는 머리와 그럼에도 안 좋고 찜찜한 기분이 마음속에서 스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또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난 지금, 이번에는 실패하는 법을 알아가 보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실패하는 나의 감정에 대해 이해해보려고 한다.

실패가 내 머리와 어깨를 짓누르고 나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지만, 일상을 찾아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나는 앞으로 또 뭘 해야 하지? … 실패의 감정은 나로 하여금 다시 주눅 들게 만들고, 내 미래, 내 인생을 깜깜하게 보게 만든다.

하지만,

이번 실패는 이전과는 다를 것임을 조금 기대해본다.


 ps. 그리고 이 글을 쓴 후 세 번의 불합격을 더 맞닥뜨리고 나서야 나의 실패가 멈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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