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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a Oct 16. 2021

[열한 권] 심리학을 흥미롭게 해주는 책

[애착은 어떻게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가] - 오카다 다카시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심리학을 공부하는 분과 더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겨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 한 권만으로 심리학을 '안다'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심리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은 '애착은 어떻게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가'입니다.


[애착은 어떻게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가], 오카다 다카시 저, 카시오페아, 2019


이 책의 첫인상은 책을 소개하는 페이지와 제목이 풍기는 이미지가 달랐습니다. 책을 소개할 때는 여러 위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특징을 알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제목을 보면 육아법과 관련된 책 같았거든요. 육아와 관련된 내용이기도 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학에 대한 흥미를 일으켜 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책 표지에 있는 작은 제목의 일부인 '마음 분석서'와 같은 제목이었다면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에서도 재밌게 읽다 보니 왜 재미있을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처음엔 여러 사례를 보며 제 자신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기도 하고 여러 매체로 접한 사람들과 연결 지어서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사실 여기에 나온 모든 사례를 경험한 도,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중간 정도 읽으면 이 책의 특징이 하나 보이는데요, 바로 사례를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장 당 2~6가지 정도의 키워드가 나오는데 각각 초반에는 그 키워드와 관련된 책의 인물들이나 유명인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해당 이야기가 심리학 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학자와 간략한 이론 소개가 나옵니다. 그래서 심리학과 관련해서는 프로이트나 칙센트 미하이와 같이 몇몇 학자 이름밖에 잘 몰랐음에도 읽기 쉽고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그리고 한, 두 가지의 사례가 이어져 나오면서 마지막해당 키워드에 대한 대응방법과 치료 포인트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과 전공하지 않은 사람 그 사이에 놓이게 되는 책이라고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심리학을 흥미롭게 해주는 책

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주체성은 존중하지만 책임은 본인이 지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아이에게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도와주거나 지켜줘야 할 부분은 나름대로 배려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p.132

이 부분은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부분이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중점으로 읽는 다면 이 책은 육아를 하면서 필요한 마음가짐을 제시해줍니다. 생각해볼 주제도 많고요. 그리고 이런 부분 외에 이 책이 심리학을 흥미롭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린 왕자>>와 <<야간비행>>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생택쥐페리도 어린 시절에는 대책 없는 개구쟁이였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시끄럽게 구는 데다가 반항적이고 만지는 것마다 부수거나 더럽혀 놓기 일쑤였다. 이처럼 그는 장난기와 심술이 심해서 주위 사람들이 매우 걱정했다고 한다. 게다가 항상 거만하게 굴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를 '태양왕'이라고 불렀고, 자신의 지정석인 '왕좌'까지 가지고 있었다.
p.51
<<인간실격>>의 주인공처럼 그녀도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항상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을 연기했는데, 그것을 어딘가에서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자신이 있었다. 그런 위화감은 사춘기 중반을 지날 무렵에 '나는 살아갈 가치가 없는 하찮은 인간이다. 인간을 사랑할 일도, 사랑받을 일도 없을 추하고 더러운 인간이다'라는 자기부정 감으로 이어졌다.
p.160

이런 식으로 키워드 도입 부분을 읽어나가다 보면 아는 인물, 아는 책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관련된 사례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다가 다른 일을 하게 되면 중간에 끊기지 않기 위해 대응방법 부분까지 읽고 나서야 다른 일을 하게 될 정도로 각 키워드에 대한 몰입이 잘 됩니다.  참고로 생택쥐페리의 키워드는 ADHD이고, <<인간실격>>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 한 소녀의 키워드는 애정결핍이었습니다.


미국의 정신분석가 하인즈 코헛은 드러그가 무엇인지에 관한 뛰어난 통찰을 보여주었다. 코헛은 드러그를 '자기 대상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기 대상이란 그 사람의 자기애를 위로하고 지탱해주는 존재이다. (중략) 우리는 성장하면서 그런 엄마를 자기 안에 넣고 '마음속의 엄마'라고 부를만한 자기 대상을 길러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엄마가 바로 옆에 없어도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며 안심하고 다른 일에 열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대상이 충분히 자라지 못한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한다. 불쾌한 일이 생겼을 때는 더욱 그렇다. 불쾌한 일이 생기면 그는 재빨리 자기 대상 기능을 대행해줄 것을 찾아 나선다. 그것이 드러그다.
p.169-170

약물과 관련된 내용에서 가져온 부분인데요, 심리학은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려주는 학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약물 중독 외에도 PTSD, 공황장애, 과식증, 이인증 등 다양한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그런 증세가 나타나는 원인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거부감보다는 이해를 하게 해 줍니다. 또한, 이런 부분들이 이 책이 단순히 육아 카테고리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여러 키워드를 통한 사례 결국 현대 사회의 고민들로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상심리의 추모 공포의 관점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싶고,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읽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열 살 때 까지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과 직업을 여러 번 바꾼 후 천직을 찾은 작가 미하엘 엔데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책에서 소개된 인물들을 더 열심히 이해하고 싶어 집니다. 아마도 책에서 여러 작가와 위인들과 관련된 일화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소개함으로써 잘 정제되고 완벽하기만 한 위인전 보다 더 인간적으로 가깝게 느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마지막 에필로그 글이 참 좋습니다. 읽어보신다면 에필로그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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