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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미 Apr 23. 2019

4가지 차이: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은 어떻게 다를까

콘텐츠와 사회운동 2화

이번에는 기존 사회운동의 프로세스콘텐츠 기반 사회운동의 프로세스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차이점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단 후자가 전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초점을 맞춰보겠다.


그 전에 어떤 '사회운동'을 말하는 것인지 먼저 짚고 가자. 논의 일반에 대한 초점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중·소규모의 사회운동단체'에 맞출 것이다. 사회운동단체도 저마다 재정, 의제, 조직문화, 규모, 인적 구성 등의 차이가 있어서 100% 들어맞진 않겠지만, 시민단체부터 정치조직까지 특정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작성한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먼저, 기존 사회운동의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기획 단계 ㅣ 정세, 시점, 사건의 직면 → 의제 선정 → 기획 → 프로세스 제안
수행 단계 ㅣ 내부 조직화 → 캠페인 및 홍보 → 외곽 및 대중 단위 조직화 → 집중행사(D-DAY)
평가 단계 ㅣ 참가자 및 단위별 평가 → 내부 평가


기획 단계에서는 정세나 사건의 직면 혹은 이른바 '달력 사업'의 구획된 시점에 다다른 후 이에 맞는 의제를 선정한다. 그 후에 전체 사업 흐름을 기획하고 이에 따른 프로세스를 제안한다. 이는 제안서를 만들거나 기획안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행 단계에선 먼저 핵심 활동가들과 활동 단위를 조직화해서 구심점을 만들고, 이들을 기반으로 캠페인이나 홍보를 진행한다. 이렇게 외곽 및 대중단위를 조직화하여 참가자를 모으고, 집회나 행사 같은 D-DAY를 잡아 '총화'한다. 평가 단계에서는 참가자나 단위별 평가를 통해 평가 내용을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적으로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한편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이 프로세스는 전략, 기획, 제작, 발행, 평가의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특히 콘텐츠를 영상으로 생각하여 말해보겠다. 


전략 단계 ㅣ 미션 수립 및 검토 → 콘텐츠 전략 수립 및 검토
기획 단계 ㅣ 목표 및 핵심 결과 확인 → 오디언스 파악 및 선정 → 채널 검토 및 선정 → 아이템 검토 및 선정 → 수익 모델 검토 및 선정 → 레퍼런스 검토 및 선정 → 콘텐츠 기획 → 프로세스 제안
제작 단계 ㅣ 외부 소스 작업 → 내부 소스 작업(캠페인, 강연, 토론회 촬영) → 스튜디오 작업 → 그래픽 소스 제작 → 콘텐츠 편집 → 제작 완료
발행 단계 ㅣ 채널 선정 → 테스트 진행 → 최종 수정 및 확인 → 업로드 → 발행 및 광고 진행
평가 단계 ㅣ 전환 목표 재확인 → 전환 결과 확인 → 분석 → 평가


먼저 전략 단계를 통해 미션과 콘텐츠 전략을 명확히 수립한다. 기획 단계에서는 전 단계를 통해 설정된 핵심 목표와 결과를 확인한 후 오디언스, 채널, 아이템, 수익 모델을 설정한다. 그 후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콘텐츠 기획에 들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세스가 제안된다. 제작 단계에서는 현장, 인터뷰 등 외부 소스를 모으거나 캠페인, 강연, 토론회 등 내부 오프라인 계획에 따른 소스를 모은다. 필요한 경우 스튜디오 소스와 그래픽 소스를 제작한다. 이렇게 모은 소스를 통해 콘텐츠를 편집하고 결과물을 만든다. 


발행 단계에서는 발행할 메인 채널 및 보조 채널들을 확인하고, 채널별 상황에 맞게 테스트 등을 진행한다. 결과에 따라 수정하여 최종적인 결과를 낸 후 발행한다. 그 후 필요할 경우 채널별 광고를 진행한다. 평가 단계에서는 콘텐츠 전략 및 기획에서 정한 전환 목표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고 평가를 진행한다.




자, 그렇다면 이 두 가지 프로세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만약 단순히 단계가 늘어나고 과정이 복잡해진 것만 눈에 보인다면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사회운동 프로세스 역시 앞에 서술된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단계나 과정으로 사회운동으로 뜯어본 것은 무엇이 더 어렵고 아니고를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각이 무엇을 염두하고 있는가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 관점에서 몇 가지 차이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하나, 기존 프로세스의 수행 단계가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에선 제작 단계의 내부 소스 작업에 포함된다. 
, 기존 프로세스의 수행적 목표는 D-DAY, 즉 최종 시점에 열리는 집중 행사에 있지만,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의 수행적 목표는 콘텐츠 제작에 있다. 
, 기존 프로세스는 성과 측정이 모호하지만,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는 성과 측정이 가능하며 이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 기존 프로세스에서 사회운동의 과정이나 결과는 쉽게 유실되지만,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에서 사회운동의 과정이나 결과는 콘텐츠화되어 아카이브되고, 지속적으로 접근가능하며, 재목적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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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존 프로세스의 수행 단계는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에선 제작 단계의 내부 소스 작업 과정에 포함된다. 


기존 프로세스는 아무래도 수행 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행 단계가 바로 조직화 과정이기 때문이다. 수행 단계의 핵심은 조직화 과정에 퍼널을 배치하여 지지자를 조직하고, 후원자를 조직하고, 참가자를 조직하고, 활동가를 조직하는 것이다. 이 중에 어떤 조직화를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차이는 있을 것이다. 


이 수행 단계는 곧 기획과 평가를 규정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기획의 목표가 더 많은 활동가를 조직하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평가는 단일한 규정에 의해 이뤄지고, 조직화 외의 수행은 보조적 수단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방식은 특정 목표의 수행이라는 점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활동가를 제외한 오디언스에 대한 전략은 부재하기 쉽고, 면대면 조직화 외의 다른 수행과 역할을 부차적으로 평가하기 쉬우며, 특정 성과 외에 다른 영역을 측정하고 평가하기 어렵다.


한편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는 온라인 공간에 콘텐츠를 발행하기 위한 소스로서 오프라인 수행 과정을 이해한다. 만약 오프라인 수행 과정이 콘텐츠 소스로서 보다 효과적이라 판단되면 캠페인이나 집회 같은 과정을 배치할 수 있다. 다만 이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고정관념은 없다. 오히려 오프라인 수행 과정이 관습적으로 진행되고 있진 않은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이 프로세스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수많은 역할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당연히도 활동가들의 다양한 소양을 요구함은 물론 이들의 전문화 가능성을 요구한다. 마찬가지로 조직화라는 단일한 기준에 따라 활동가들을 평가하기 힘들도록 만든다. 활동가에 대한 기술적 요청은 활동가로서 지속할 수 없는 이들에게 운동사회 외부와 맞닿는 특정한 직업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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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프로세스의 수행적 목표는 D-DAY, 즉 최종 시점에 열리는 집중 행사에 있지만,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의 수행적 목표는 콘텐츠 제작에 있다.


물론 기존 프로세스 역시 특정한 과정들을 배치한다. 최초 인원을 모으고, 그 인원을 자원으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결과적으로 최종적인 수행 과정에 참여시킨다. 다만, 이 프로세스의 경우 대부분 실제 오프라인에서 접근가능한 인원만이 참여 과정에 접근할 수 있으며, 시공간적 제약으로 인하여 이 작업이 여러 변수에 따라 잘 이뤄지지 못할 경우 되돌리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100명이 정원인 행사에 30명 정도가 겨우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프로세스의 실패는 그런 점에서 지나치게 치명적이며, 이는 규모가 작은 단체일수록 더 그러하다.


다시금 강조하고 싶은 건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의 경우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경우가 아닌 모든 오프라인 수행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이 전략이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운동의 채널을 성장시키고, 이에 따라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에 따르기 때문이다.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의 결과물인 콘텐츠의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그 요인을 분석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소스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 소스의 활용 역시 가능하다. 또한, 시공간적인 제약 없이 별도의 기획과 편집 과정만 소요되기에 상대적으로 그 실패가 치명적이지 않다.


또한, 콘텐츠의 성과에 따라 가능해진 전환이 충분히 발생할 것이라 판단되면 얼마든지 오프라인 수행 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한 조직화 전략 역시 재수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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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프로세스는 성과 측정이 모호하지만,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는 성과 측정이 가능하며 이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는 콘텐츠의 성과에 대해 특정한 전환 목표를 정한다. 여기서 전환conversion이란 오디언스가 콘텐츠와 상호작용하여 비즈니스에 가치 있는 행위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 뉴스레터 구독, 후원 약정, 상담 남기기, 링크 클릭, 전화, 이벤트 참여 같은 것들이 전환 목표로 설정될 수 있다. 


이 전환을 통해 구체적인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디언스가 어떤 여정을 통해 콘텐츠에 접근하였고, 그 중에 어떤 과정의 기여도가 높았으며, 해당 콘텐츠와 '좋아요'나 공유 같은 상호작용을 한 사람 중 몇 명이 후원을 진행했는지, 그 중 신규와 기존 회원은 몇 명인지 등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전환을 측정하기 위해선 데이터 수집뿐만 아니라, 목표 설정, 경로 설정, 기여 모델 설정 등이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 콘텐츠 제작, 측정 및 분석, 평가가 가능해진다.


기존 프로세스에서 평가 가능한 내용은 예결산과 행사나 참가 단위별 오프라인 참가자 수 정도이다. 세밀한 면담을 통해 참여 여정을 확인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외에는 거의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실로 심각한 것인데 이러한 목표야말로 사회운동의 전 과정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목표만 제대로 정해도 경험에만 의존한 주먹구구식의 운동이 아니라 구체적인 결과 정보를 공유하는 운동으로 발전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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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프로세스에서 사회운동의 과정이나 결과는 쉽게 유실되지만,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에서 사회운동의 과정이나 결과는 콘텐츠화되어 아카이브되고, 지속적으로 접근가능하며, 재목적화가 가능하다.


기존 프로세스의 과정이나 결과는 잘 남겨봐야 페이스북의 몇몇 피드 정도에 국한된다. 문제는 정말 특별한 일(예를 들면, 총회 만든다고 이걸 정리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아무도 찾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UI 특성상 이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과 결과를 유실시키지 않는 건 각각의 사회운동 내부에 있어서도 중요하지만, 이에 접근하고자 하는 외부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를 통해 콘텐츠로 남겨진 사회운동은 지속적으로 쌓인다. 콘텐츠가 쌓일수록 채널의 정체성과 오디언스의 접근가능성 역시 향상된다. 콘텐츠는 활동가 몇몇의 기억이나 단체의 활동 경력으로 정리되는 것 이상의 기능을 가진다. 쉽게 말하면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그 채널을 통하면 된다는 인식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재방문 가능성재유통 가능성참고 가능성 모두가 향상된다는 말이다.


재목적화 역시 가능해진다. 디지털 마케팅 회사 버티컬 메져스(Vertical Measures)의 창립자이자 CEO인 아니 쿠엔Arnie Kuenn에 따르면 재목적화repurposing란 다음과 같다.

재목적화는 콘텐츠 프로세스 최적화에 필수적이다. (출처: CMC)
Content repurposing requires altering a piece of content to make it fresh by changing the angle or switching up the format. Integrating repurposing into your content marketing can lower costs, advance production, expand audience reach, and provide myriad additional benefit. 

ㅡ <Create Great Content? How to Get More From It Through Repurposing>, Annie Kuenn 중에서

콘텐츠 재목적화는 관점에 변화를 주거나 형식을 바꾸어 콘텐츠가 새롭게 보이도록 바꾸는 일을 요청한다. 콘텐츠 마케팅에 재목적화를 결합하면 콘텐츠 비용을 낮추고, 생산 과정을 향상시키며, 오디언스 접근을 확장시키며, 무수히 많은 부가적 이점을 제공한다.

즉, 재목적화 관점에 변화를 주거나 형식을 바꾸어 콘텐츠가 새롭게 보이도록 바꾸는 과정이다. 재목적화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복수의 콘텐츠로 확장가능하고, 콘텐츠 제작 시간을 단축시키고, 개성이 다른 여러 오디언스 집단에게 유용하며, 콘텐츠 교차 홍보, 콘텐츠 수명 연장 등의 이점이 있다. 소스를 중심으로 활동이 기획되면 그렇게 구성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다 쉽게 제작할 수 있다. 흔히 방송사에서 수많은 영상 소스를 축적해놓고 활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상으로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프로세스를 기존 사회운동 프로세스와 비교하고, 이 차이점을 바탕으로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의 특징을 좀 더 구체화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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