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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미 May 14. 2019

수익 모델의 가능성과 디지털 수행능력

콘텐츠와 사회운동 6화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 전략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상하게 만들며, 디지털 수행 능력을 강화하여 지지 가능성으로 연결시킨다. 여기선 사회운동에서 수익 모델이 왜 중요한가부터 후원이라는 단일 수익 모델의 문제점, 그리고 콘텐츠를 통한 수익 모델 구상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또한, 디지털 수행 능력의 강화가 활동가와 조직의 역량 강화는 물론,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대응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으로서 자리매김케 한다는 점을 이야기해볼 것이다.




수익 모델이 왜 중요할까


사회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과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런데 정작 재정과 인력을 어떻게 끌어오고 구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별로 진행되지 않는다. 조직 자체는 굉장히 중요한 일처럼 여겨지면서, 조직을 구성하는 일은 실무의 일종처럼 본다. 실무자는 너무 쉽게 관료라고 불린다. 


그런데 사실 조직을 구성하는 일은 조직 자체보다 먼저이다. 순서가 전도된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그들이 경계하는 관료화의 과정인데, 조직에 필요한 여러 운영과 관리를 전체적인 기조나 전략에 관계없이 일상적 업무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조직가의 특권성은 어떻게 보면 이러한 전도와 한 쌍을 이루는 셈이다. 요지는 전략이다. 조직을 구성하는 힘, 즉 재정과 인력을 어떤 전략을 활용해서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수익 모델은 이 중에서 재정에 대한 전략이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수익 모델은 그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지탱하고,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며, 그 비즈니스가 수입원, 즉 오디언스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규정한다. 수익 모델은 단순히 사업비 몇 번을 충당하는 게 아니라, 사회운동에 참여한 이들의 삶과 미래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사회운동에서 수익 모델은 돈 자체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형태 자체다. 사회운동에서 수익 모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으며, 끊임없이 강조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이곳에는 많은 활동가들의 웃지 못할 현실이 울려 퍼지고 있다.


한편 재정에 대한 확실한 전망이 없으면 당장 사회운동 자체를 지속할 수 없을뿐더러, 집단으로 져야 할 책임이 자꾸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외부화된다. 사람하고 똑같다. 무슨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살아갈 돈이 없으면 피폐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거다. 돈이라는 게 의지로 발생하고 그런 게 아니다. 요즘 세대에 80년대처럼 '보투'해주는 친구들 동지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선 각각의 사회운동이 그 성격에 맞게,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상하고, 이를 실험하고 현실화하며, 다각화해나가야 한다.


수익 모델을 구상하는 일 자체 역시 중요하다. 사회운동에서 늘 불문에 부쳐져 미래에만 맡겨지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해결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정치적이거나 공익적인 활동이 본질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모든 활동에도 자금은 필수적이며,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익활동 역시 필수적이다. 이 사실을 낭만화한 채 어떤 대의만이 강조되어선 안 될 것이다. 모든 사회운동은 수익 모델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후원만이 답일까


사회운동의 수익 모델은 지극히 단순하고 단일하다. 바로 후원이다. 대부분의 운동단체들이 정기적 회비나 후원금으로만 지탱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관습적인 측면이 강하다. 지지에 따라 발생한 수익만이 왜인지 정당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당함의 문제는 오히려 그 수익이 구성원들의 사적 이익으로 축적되거나 사용되는지의 문제 정도다. 법적인 비영리단체도 목적사업 외 수익사업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오히려 지지와 수익 규모가 일치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저 더 대중적이고, 더 규모 있고, 더 오래된 운동을 인정하는 일만 중요해지는 셈이다. 세상에는 사회운동을 필요로 하는 곳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한편 자본과 권력의 돈이 아닌, 대중과 시민의 돈으로 정치를 한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이런 후원이 몇몇 큰 규모의 단체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사회운동단체들과 후원자의 규모도 그렇지만, 후원금액의 규모 역시 다르다. 몇몇 사회복지법인이나 국제단체의 한국지부는 모금이나 홍보활동을 위해서만 매년 20-40억을 지출한다. 대부분의 영세한 시민단체는 많아야 한 달에 200~300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니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대중과 시민의 돈도 어딘가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내는 후원 자원은 한정된 반면, 편중되어 있다. 규모가 작은 신생 청년 단체들은 성장은커녕 몇 년도 버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들의 사회운동이 시대에 필요하고, 유효한 것과는 별개로 지속 자체가 너무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여러 기금 지원 프로그램에 자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후원이 부족한 상황이 갑자기 타개되기 어렵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기금을 활용하거나, 후원으로 이어질 대박 사업을 기획하며 사람들이 알아주길 끊임없이 기다리게 될 뿐이다.


소셜펀치는 이젠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때 등록된 프로젝트는 단 4개였다.


이런 후원 모델에 대해 약간의 진전을 보였던 것이 아마 소셜 펀딩 혹은 크라우드 펀딩일 것이다. 오래된 것 중 여전히 쓰이고 있는 건 소셜펀치 정도일 것이고, 최근에 그나마 페미니즘 이슈 등 사회운동에 대한 펀딩이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은 텀블벅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가 굉장히 분명한데 소셜펀치는 이제 거의 모금되지 않으며, 텀블벅은 단순 펀딩이 아닌 리워드, 즉 굿즈 판매를 중심으로 하기에 업무상 부담이 크다. 소셜 펀딩은 프로젝트 자체에 후원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활용되기 때문에, 사업비 외의 금액은 충당할 수 없다. 즉 활동가의 생계에 보탬이 되는 비용으로는 사용되기 어렵다. 그런 목적의 펀딩 자체가 금지된 건 아니니 시도해볼 수도 있겠으나, 처음부터 그 목적으로 펀딩한다면 아마 특별한 스토리 없인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며 지속적으로 수행되기도 어렵다.


콘텐츠가 답이 될 수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사회운동이 선택할 수 있는 수익모델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상품 수익을 얻기 위해 별도의 사업을 운영하거나,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 중 전자는 별도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체 역량이 분산되고, 운영 부담도 크고, 초기 투자 비용도 클 수밖에 없다. 카페를 하자니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자니 마리몬드처럼 잘할 수 없고, 그렇다고 에코백이나 티셔츠만 팔자니 의미도 수익도 변변찮다. 무엇보다 이 방식은 사회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지나치게 감소시키거나, 누군가 이를 위한 활동을 따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은 이런 지점에서 장점이 명확하다.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 전략에서 콘텐츠는 사회운동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며,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을 위한 수행을 핵심 활동으로 한다. 그렇기에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역량 분산이나 별도 활동 없이 당장 해나가는 활동 속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다. 활동방향과 수익사업방향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한편 운영 부담과 초기 투자 비용도 적다. 정말 기본적인 촬영과 편집을 위한 장비만 갖추고, 현재 규모에 맞는 제작방식과 제작사이클만 고려한다면 최소 1명이 마이크, 웹캠, 컴퓨터, 인터넷 비용 정도만 투자해도 결과물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처음에는 불완전하더라도 오디언스와 상호작용하며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 이 방식은 규모나 영향력이 작은 단체일수록 유리할 수 있다. 물론 김제동이나 유시민처럼 유명인들이 하는 유튜브만큼 빠르게 성장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은 비용에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고, 꾸준히 오디언스를 만나고 채널을 확장해나가는 일에 집중하고, 사회운동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콘텐츠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규모가 작은 만큼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편하고, 현재 세대에 맞춰 메시지를 짤 수 있다는 강점도 분명하다. 법적인 비영리단체가 아니기에 수익사업의 제약이 좀 더 자유로운 점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 수익 모델 사회운동의 특징에 맞춰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채널 성장과 콘텐츠 조회수에 따라 높아지는 채널 광고 수익이 있을 것이고, 비교적 규모가 큰 시민단체와 협업하여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얻거나, 콘텐츠 역량에 따라 비영리재단 등을 통한 후원 기회 역시 늘어날 것이다. 다만 각각의 사회운동이 지닌 가치와 독립성을 충분히 유지하기 위해서, 보다 명확한 전략과 가이드라인이 규정될 필요가 있다.


현 단계에서 이런 수익 모델이 빠른 시일 내에 성공을 가져온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하지만 사회운동 바깥의 여러 선례들을 봤을 때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오히려 사회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와 따로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도해볼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무엇보다도 이런 시도들이 그동안 정체되어 왔던 수익 모델 자체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조직 내적으로나 운동사회라는 전체 생태계적으로나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디지털 수행 능력은 큰 정치적 이점이다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 전략이 가져오는 마지막 정치적 변화는 디지털 수행 능력의 강화이다. 디지털 수행 능력의 강화는 활동가와 조직의 역량 강화는 물론,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대응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자리매김을 가능케 한다.


먼저 디지털적 변화에서의 우위는 지지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변화에 민감하고, 새롭고 대담한 시도를 하며, 기술적 역량이 우수하고, 확실한 대안을 가진 세력은 정치세력으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2년 재선 당시 선거 캠페인을 '빅 데이터 선거'로 규정하고, 새로운 선거를 위한 비밀스러운 디지털 팀을 준비하며, 도전자 프레임을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지나친 관심을 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정책보다 오바마의 캠페인 방식을 더 많이 보도했고, 오바마 캠프에 참여한 IT 기술자들은 엄청난 연봉을 받고 일류 기업에 스카우트되었다. 한편 실제로 그의 선거캠프가 지닌 기술적 역량은 당시 선거 구호였던 'Forward'를 허공에 뱉는 말, 그 이상으로 만들어줬다. 이처럼 디지털 수행 역량이 높고, 새로운 방식의 운동을 수행한다는 이미지나 실제 능력은 대중을 사회운동에 대한 지지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편 오바마는 이러한 디지털 선구자로서의 이미지를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라는 메시지와 결합해 도전자 프레임을 강화했다. 공화당 후보 롬니는 그저 보수적인 기득권자처럼 보였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 전략이 디지털 시대의 사회운동에 필요한 변화들과 같은 방향성을 지닌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변화는 데이터와 플랫폼에 대한 인식과 전망, 해결을 요청한다. 한편 디지털 전환은 대중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과 그들이 정치 과정에서 의식화·조직화되는 과정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디지털 영역에 대한 이해도와 수행능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모든 사회 영역에서 필연적이고 근본적이며, 새로운 시스템의 도래를 예고한다. 거대 자본과 기득권 세력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제반 시스템을 조직하고, 전환이 가져올 이익이 모든 사람들의 것이 되는 걸 거부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인식과 더불어 그 변화를 모두를 위한 가능성으로 만드는 일 역시 마찬가지로 근본적이며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시스템의 변화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고 급진적인 대안을 모색할 책임은 모든 사회운동에 있을 것이다.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 전략은 이 전환 가까이에 존재하며, 그 방향성을 안내하는 역할을 해내기 위한 정치적·조직적 변화를 요청한다. 




여기까지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이 가져올 정치적 변화를 관점의 변화, 활동 방식의 변화, 수익모델의 가능성, 디지털 수행능력의 강화라는 네 가지 부분으로 다뤄보았다. 이 변화들은 어쩌면 인과관계보다는 방향성 그 자체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을 실행하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변화가 아니라, 어떤 면에선 이 변화를 온전히 모두를 위한 가능성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여담이지만 아직 이 전략이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일 때는, 주변에 그냥 유튜브를 일단 해보라고 많이 권했었다. 지금의 정리된 글들처럼 이런저런 이유도 머릿속에 있었지만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너무 지쳐버린 이들에게 좀 더 행복할만한 일상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 방식은 새롭다. 일상이 새로워지면 지속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주고, 규모가 작은 만큼 변화도 쉬울 것이며, 수익이 날 가능성도 있으니 해봐도 밑져야 본전이다.


그런데 오히려 활동가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짜면서 재미를 얻고, 활동가 자신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지루하고 효과 없는 루틴에서 벗어나 새롭고 확실하게 짜인 루틴을 통해 일상을 만들어가면 기존에 하던 것처럼 여러 집회에 참여하고 지치는 것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리라는 작은 확신이 있었다. 그렇다고 덜 중요한 얘기를 하거나, 덜 중요한 가치를 말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무튼 이 전략이 전반적인 변화를 담고 있긴 하지만, 시작은 주변의 활동가들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이 글을 빌어 얘기해보고 싶었다. 이건 모두의 미래에 관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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