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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w We C Apr 27. 2024

뉴진스의 지적재산권(IP)은 누구의 것?

'민희진 대표' 사태를 경유하여

  지난 25일(목) 하이브(HYBE)의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의 민희진 대표가 연 전대미문 기자회견에 따른 여파가 쉬이 가시질 않고 있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민대표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겪었던 상황에 대해 욕설을 섞어가며 성토하듯 말한 덕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보인 그의 가식 없는 모습은 ‘힙합’에 다름 아니라며, 옹호받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민대표의 행보에 대한 지지나 비난보다는, 그가 새삼스레 환기한 엔터테인먼트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콘텐츠 IP’에 관해 논해보고자 한다. 여러 행위자들이 관여한 집단 창작의 산물로 구성된 아이돌 산업에서, 아이돌 콘텐츠를 둘러싼 지적재산권(IP)은 누구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민대표는 아이돌의 론칭, 공연, 방송 등 일련의 활동에 관여한 최종결정권자로서 과연 얼마만큼의 크레딧을 보장받아야 하는 위치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우선 기자회견을 통해 민대표가 호소한 내용은 요컨대, 자신은 뉴진스의 소속사 대표이자 기획자로서 충분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모회사에게 이용당한 뒤 버려질 위기에 놓여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이때 스스로를 하이브 소속 직장인으로 설명한 만큼, 그는 악덕 자본가(하이브)에 맞서는 소시민이란 프레임 속에서 범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었다. 하지만 과연 그가 뉴진스의 성공에 대해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버림받았단 말을 기정사실화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뉴진스의 출범과 성공에 관여한 행위자들을 놓고 생각해 볼 때, 민대표의 존재는 결코 주변화 되거나 은폐되어 있지 않았다. 뉴진스는 출발부터 하이브의 아이돌이기도 했지만, 민대표의 아이돌이기도 했다. 그리고 뉴진스의 성공에 있어서 BTS를 비롯한 여러 아이돌을 성공시킨 하이브의 아우라와 자본만큼, SM출신 프로듀서로서 여러 여자 아이돌을 히트시킨 기획자 민희진의 아우라도 적잖이 작용했다. 이 두 아우라의 결합은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된 ‘뉴진스용 PR 문구’였다.


  물론 이는 민대표가 억울함을 토로한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다. 그는 뉴진스 성공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인정받았는지에 대해 따진 것이 아니라, 하이브로부터 금전적으로, 업무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을 피력했다. 이 점에서 하이브와 어도어의 수익정산 구조나 내부사정에 대한 디테일은 외부에서 명확히 알 수 없는 지점인 만큼 말을 아껴야 할 테다. 그러나 이 의혹만으로 하이브에게 일방적 갑질을 당한 '슈퍼 을'로 민대표의 대중적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뒤집어 생각해 보자. 오히려 민대표는 대중들에게 ‘뉴진스의 엄마’로 인식되며, 일찍이 을이 되기엔 남다른 권위를 부여받지 않았는가. 이번 기자회견 간에도 그는 어김없이 뉴진스를 자신이 유사 산고를 겪으며 낳은 '자식'이라 말했다. 이는 뉴진스 데뷔 직후, 유퀴즈에 나와 그가 말했던 내용이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때부터 그는 뉴진스의 엄마로서 암묵적인 지위를 대중에게 설파한 후 이를 등에 업고, (민대표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개 회사원' 이상의 명성을 누리지 않았는가.


  이 수식어가 가진 권력적 함의에 대해 한 꺼풀 더 깊이 들여다보자. 민대표와 뉴진스의 모녀 관계의 프레임은 뉴진스의 소유권이 마치 민대표 중심으로 있다는 것처럼 만드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소신발언을 해보자면, 뉴진스는 민희진(어도어)의 것도, 방시혁(하이브)의 것도, 심지어 뉴진스 멤버들의 것도 아니다.


  뉴진스란 엔터 산업의 기획적 산물은 이에 힘을 보탠 여러 행위자들이 촘촘하게 교직 하며 상하부 구조를 다져 만든 공동의 지적재산이다. 이를 만드는 데 있어 모두가 동등한 수준의 크레딧을 가져갈 순 없겠지만, 은연중에 이에 대한 소유권이 누군가에게 기울어 있다는 식의 논의는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이번 사태 이후, 특히나 IT, 게임 업계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민대표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로부터 자신의 지적 산물을 뺏겼단 경험에 대한 동질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과연 회사가 없었어도 내가 그런 성취를 낼 수 있었을까에 대해 냉정히 들여다보며, 보다 균형 잡힌 시선을 견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는지. (나 역시 직장인으로서 살아 온 입장에서 하는 얘기다…)




  이번 논란은 막대한 자본이 오가고 대중적으로 친숙한 엔터 업계여서 유독 파장이 컸으나, 사실 이는 여러 행위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모든 창작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예술가로서, 기술자로서, 기획자로서, 마케터로서, 한 창작적 성취에 관해 어디까지 자신의 IP를 보장받아 마땅할까. 창의노동자로서 참여한 케이스마다 기여한 바가 다르다면, 어떻게 이를 명쾌하게 수치화하여 각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만큼 IP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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