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외로움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매운맛 같달까.
처음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막상 한입 먹으면 바로 안다.
'아, 이거 쉽지 않겠다.' 그런 느낌.
단맛, 짠맛은 사람 입이 금방 적응하지만
매운맛은 매번 처음 겪는 고통이다.
외로움도 그렇다.
한두 번 느꼈다고 해서
익숙해지지 것처럼
입 안은 얼얼해지고
속은 뜨거워지고.
물을 들이켜보지만
그렇다고 바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좀 지나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계속 남는다.
잊었다 싶으면 또 올라오고.
그런데도 사람은
그 매운맛을 잊질 못한다.
안 먹겠다고 다짐해도
또 한 입. 다시 한 입.
혼자 먹는 라면처럼
맛있어서 먹는 건지
배가 고파서 먹는 건지
정확히는 몰라도
언젠가는 같이
뜨끈한 국물 한 숟갈 뜨는
그 정도는 기대하며.
많이 바라지도 않고
그냥, 그 정도면 좋겠다고
덤덤하게 생각하는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