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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포즈 Feb 03. 2023

예멘-다른 사람 또 다른 풍경

나의 첫 여행, 아름다운 사람들, 그리고 풍경들



아라비아를. 세개로 나누어 사막의 아라비아, 보석의 아라비아, 행운의 아라비아로 부르는데 그 중에 행운의 아라비아(Arabia Felix)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예멘입니다.



올드 사나 - 낮



올드 사나 - 밤



 예멘은 우리에게 흔히 '솔로몬과 시바'의 나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시바왕국'은 BC 950년부터 BC 115년까지 이어져 오다가 AD 6세기까지 힘야르 왕조에 의해 통치되었습니다. AD 525년 이디오피아에 의해 정복당했으며, 다시 AD 575년 페르시아가 이 지역을 정복하여 통치하였습니다. 

예멘은 7세기에 이르러 정식으로 이슬람을 받아 들였으며, 9세기에 라쉬드왕조를 수립하였습니다. 하지만 예멘은 1517년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점령되어 1918년까지 터키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퀸 아르와 모스크



예멘이 '행운의 아라비아'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고대 세계에서는 '향료'의 나라로 유명했기 때문입니다. 지리적으로 유리한 곳에 위치한 예멘의 향료는 홍해 연안을 따라 페트라로 교역되었고, 그중 일부는 이집트로 교역되고 나머지는 그리스나 시리아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수출되었습니다. 예멘의 향료는 해로를 통해 중국과도 교역을 해 왔기에 고대 세계에서 홍해에 위치한 지리적 중요성으로 인해 동서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습니다. 행운의 아라비아로 알려진 예멘의 향료는 이후 모카커피와 더불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등 유럽지역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모카항에서 바라본 홍해의 일몰


이러한 예멘이 한국에 알려지게 된 이유는 탈냉전시대를 맞아 해빙무드로 인해 독일이 통일을 하면서 한국처럼 강대국의 지배와 분단의 아픔을 공유한 예멘도 국제사회의 변화와 사회적, 종교적인 이유로 급격한 통일 논의가 이루어지고 급기야 1990년 5월 통일이 되면서입니다.

예멘의 통일로 한국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예멘의 통일 과정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 학자들도 많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아직은 생소한 곳이지만 중동국가 중 유일하게 아랍인의 독특한 기질과 문화적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민족이 예멘사람들 입니다.



예멘 사람들



예멘사람들



예멘사람들



예멘사람들




예멘사람들



이번 예멘 촬영은 “다른 사람 또 다른 풍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촬영을 하였습니다. 이 주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그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딛고 있는 풍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풍경 안에 존재 하는 인간은 굴레와 족쇄와 같은 그곳에서 그 삶을 영유하기 위해 싸우고 투쟁해야 합니다. 그 투쟁 끝에 풍경과 동화하고 풍경 속에 딛고 서 있는 인간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풍경은 단지 떨어져 있는 그 무엇인가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는 터전이며 딛고 일어나는 풍경입니다. 사람과 풍경사이에 관계가 존재하고 그 관계를 보는 것이 이번 사진촬영에 커다란 틀이 되었습니다. 

관계는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만들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모스크 벽의 사람들


모스크의 이맘 (기독교에서의 목사님)




일반 가정집 방문 당시 나에게 보여준 AK47 소총


예멘의 2월은 우리로 치면 늦여름과 같습니다. 낮에는 무척이나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지만 그늘은 시원합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떨어지는 기온으로 외투를 입어야 합니다. 고도가 높은 곳이라 일교차도 심하고 기압도 낮아서 두통이 잠깐 오기도 했습니다. 예멘 국토의 중심부는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도시인 수도 사나와 타이즈 등은 고지대에 있습니다. 이는 부족국가였던 예멘이 부족가의 전투에서 높은 곳에 있을수록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예멘 타이즈의 고산 경작지


예멘의 수도 사나는 올드 사나와 신 시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올드 사나는 아직까지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도시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3-400년가량 된 건물들이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으며 아직 그곳에서는 옛 모습그대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드사나의 건물


올드사나의 건물


좁고 긴 골목을 거닐면 옛날의 영화와 번영이 보이는 듯합니다. 처음 올드 사나에서 마주친 남자들은 잠비아라고 하는 칼을 앞섶에 차고 다니고 여자들은 모두 부르카를 두르고 있어 두려움과 신비감이 함께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내 지나는 사람들은 싸딕(친구)!! 수라(사진)!!를 외치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부르카 사이로 보이는 여인들의 눈에도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과 미소가 가득합니다. 



수라~ 수라~ 를 외치는 아이



미소가 아름다운 아이



촬영을 하려하자 장난을 치는 사람들


캇을 씹으며 오후를 보내는 남자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주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그 나라와 문화를 이해하고 느끼는데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이번 여행의 가이드와 통역을 맡은 동생은 여자이기에 예멘에서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머리를 가려 얼굴만 내놓고 긴치마를 입고 다녔습니다. 촬영을 하는 나도 함부로 특히 여자들에게는 카메라를 들이 대지 않고 항상 허락을 받고 촬영했습니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문화와 관습은 존중해줄 때 이방인인 우리도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촬영한 젊은 여성의 얼굴



집에서만 입는 화려한 여성복



결혼식 축하연이 한창이지만 신부와 여자는 없다.



이번 여행에서 이슬람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이슬람국가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납치를 보면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실제 이슬람 문화에서 우리와 같은 여행가는 도움을 줘야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점심때 거리를 거닐면 식사와 차를 하고 가라고 붙잡는 사람들로 사양을 해야 했었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으면 식사비를 대신 내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행을 하며 그들에서 받았던 배려와 선의로 선입견과 편견은 눈 녹듯 사라지고 어느새 나는 염치없이 도움 받고 배려 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밥을 주는것도 이슬람에서는 헌금이다.



길을 걸어가다 초대받고 들어간 집에서



거리에서 즐거운 사람들



모카에서 환경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그 옛날의 번영을 보고 타이즈에서는 우리의 다랭이 논과 같은 높은 산악지대의 계단식 밭을 보면서 환경이 가져다주는 인간의 적응과 대처에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아름답게 만들어진 풍경에 감탄하게 됩니다.



자비드의 고산지대


이제는 흔적만 남은 모카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아라비아 반도에서 만들어지고 그 지역적인 특색에 맞게끔 종교는 지역의 문화를 흡수하고 발전해나가면서 풍경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들이는 인간들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종교는 발생한 지역의 지리적인 특징과 문화적인 특징을 공유합니다. 이슬람문화의 특징 또한 아라비아 반도의 풍경과 닮아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풍경으로 오해하고 있는 우리는 문화와 역사와 종교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게 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베이트 알 파키프 시장


시장에서 만난 염소를 사가는 부녀



모스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할아버지와 손님


아덴에서 만난 버스


모스크 앞을 지나는 여인



낡은 도시와 젊은이



알카에다의 폭탄 테러로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을 예멘이지만 저는 언젠가 촬영한 사진을 들고 다시 그곳으로 가서 그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예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테러와 무질서와 알카에다만으로 얼룩져 있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과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로 기억되기 바랍니다.



예멘에서 만난 지부티에서 온 아이






























1. 2009년 2월, 16일간 예멘을 여행하면 촬영한 사진과 그때 썼던 글을 수정하였습니다.

2. 모든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므로 저자의 동의없이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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