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oon Koo Jan 10. 2022

아트 디렉터의 미식 탐험기

셰프는 아티스트일까?

나의 본업은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품을 거래하는 일이다. 아트 딜러라고 불리기도 하며 미술 시장에서 동시대 예술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대응하는 일을 한다.

지금은 시각 예술을 다루는 일을 하지만 시각에 앞서 발달한 감각은 미각이라고 믿고 있다. 미식가 아버지 덕분에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이부터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경험할  있었다. 아버지와의 식사 시간은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미있는 평가 시간으로 이어졌다. 방금 맛본 음식이 어떤 맛이었는지, 냄새는 어땠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고  먹으러  의향이 있는지, 다섯 손가락이 최고 점수라면 손가락  개를  것인지, 아버지의 평가는 만만하지 않았지만 즐거움이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아버지는 나에게 나중에 커서 음식 평론가가 되기를 권하시기도 했지만, 나에게 식의 세계는 직업이 아닌 행복의 안식처로 남겨두고 싶은 특별한 것이었다.


셰프는 아티스트일까?


업무상 해외 출장이 많아서 다양한 도시를 다니며 그곳의 미술관을 탐험하는 것과 맞먹는 메인 코스는 바로 맛집 기행이었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면 여가 시간이 거의 없지만 맛집 몇 군데는 꼭 예약을 미리 해두고 방문했다. (당시에 간 맛집들은 이후에 따로 소개하기로 하고) 미식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관련 도서도 접하면서, 스페인의 ‘엘 불리(El Bulli)’의 레전드 셰프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의 책 ‘What is Cooking’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402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로 셰프는 화두를 던진다.

“Let’s open up the debate: can we consider cooking an art form, the cook an artist and culinary creation a work of art? (우리 함께 토론해보자: 우리는 과연 요리를 예술의 형태로 볼 수 있을까? 요리사는 아트스트일까? 요리의 창작물을 예술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미식을 즐기는 아트 디렉터로 이 질문들은 나에게도 인생의 화두 중 하나였는데 바로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이 글을 접한 이후 지난 1년간 국내에서 활동하는 여러 셰프님들을 만나서 셰프 페란 아드리아가 던져준 화두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셰프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아티스트’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었고, 요리와 예술의 상호작용에 대해 더 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의 글들은 요리, 아트, 창작의 고통(!)에 대한 미식 탐험기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