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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Dec 23. 2021

<공상가들>

2부 - 화성 폭동 사건

출처 : ebs story 블로그
Hans Zimmer - Leaving Caladan

이 곡은 드니 빌뇌브가 감독한 영화 <듄>의 ost 중 하나이다. <듄>이라는 작품의 배경은 10191년의 먼 미래로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 된 자의 운명을 타고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이 황제의 명령으로 아라키스 행성으로 향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영화의 서사 자체가 다른 SF영화에 비하면 거대한 액션 없이 다소 정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편이고 오로지 아라키스 행성의 광활한 사막의 전경만을 화면에 담을 때가 많은데 그런 작품의 여백을 꽉 채워주는 것이 한스 짐머의 곡들이었던 것 같다. 아직도 이 음악을 들으면 영화 속 삭막하면서도 아름다운 아라키스 행성의 모습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스파이스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가문이 각종 속임수와 정치 공방을 벌이는 것을 보면 저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미래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이 먼 훗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는 공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바 있었고, 화성이 지구와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연구 보고는 우리에게 그 꿈이 더 이상 공상이 아닌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나 역시 <마션>이나 <패신저스> 같은 영화를 보며 다른 행성에서의 삶을 그려보곤 했는데 그러다 보면 이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외계인이나 저 멀리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곳 어딘가에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이들 역시 있으리라는 상상까지 하게 되곤 했다. 이런 일들은 상상만 해도 신비로운 일이지만 막상 현실이 되기에는 우리 인간들이 헤쳐나가야 할 관문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우선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우주 과학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몇 년 전에 본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화성으로 가는 데는 몇십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고된 여정을 인간이 우주선 안에서 버티기에는 정신적인 한계가 매우 크다고 했다. 아마도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패신저스>에서 나온 것처럼 우주 공간을 이동할 때에는 인간들이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개척지에 도착하면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개발되어야 할 것 같다. 이외에도 그 개척지가 과연 인간들이 거주하여 살기에 안전한 지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와 시험 과정이 필요할 텐데 여기 <공상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화성에 교도소를 마련하고 그곳에 범죄자들을 모여 살도록 하는 가상 미래를 상정하고 있었다.

사실 이 초대형 화성 교도소는 우리가 기존에 볼 수 있는 교도소의 환경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곳에는 수감자들에게는 일정한 규율과 격리라는 조치가 취해져 있기는 했지만 상당한 자유가 보장이 되었는데 이는 초기 개척민으로서의 혜택이었다. 대신 그들은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종의 노역과 실험에 참여하여 인간 집단의 화성 적응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주도면밀한 계획범죄가 발생하게 된다. 해당 교도소에는 30대의 안드로이드 교도관이 있었는데 오로지 5대의 기기에 대한 해킹만으로 그곳의 보안시스템이 파괴가 된 것이다. 이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다른 교도소에서 지원이 들어와 다행히 일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의 범인이 불과 15살의 소년이었다는 점이 범행 동기를 더욱 주목케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천재 해커였던 소년은 과거 의료기기를 해킹하여 살인한 죄로 징역을 살게 되었는데 그는 이 화성 개발 프로젝트가 가져다주는 인류 문명의 혜택은 가진 자들이 전부 갖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빈민층들은 외면받게 되는 현실에 대한 원망을 담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여기서 등장하는 첫 번째 논점은 이 소년이 저지른 범죄의 정당성 여부였다. 이에 김윤희 프로파일러가 유영철을 예시로 들면서 하는 말이 와닿았다. 그는 일전에 부유층 여성과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자신의 범죄의 이유에 대해 사회 부조리를 들먹였지만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그게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년의 경우에도 분명히 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소년이 언급한 사회적 문제는 충분히 논쟁 거리가 될 수 있다. 장동선 박사가 제시한 제임스 필런 교수의 사이코 패스 뇌 연구 내용처럼 애초에 뇌 구조 자체가 사이코패스형으로 분류될 수 있을지라도 그 사람이 사이코패스적인 범죄를 저지를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뇌 구조는 단지 발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장전된 총에 불과할 뿐 결정적으로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것은 환경적인 문제라는 게 핵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소년이 문제 삼았던 화성 개척 프로젝트를 포함한 인간들의 이권을 향한 팽창주의는 막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지난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020년의 지구종말시계는 100초 전을 가리켰을 만큼 지구의 환경문제는 극도로 심각해진 상태인데 이렇게 된 데에는 오랫동안 환경을 파괴시키는 각종 개발들을 탐욕적으로 이어온 인간들의 잘못이 크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은 이에 멈출 줄을 모르고 아예 우주로 진출하려 한다. 소년이 비판한 것처럼 정부를 비롯한 권력자들이 화성 개발에 투자를 하는 동안 정작 지구에 남아있는 빈민 계층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지구가 아닌 행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을 테라포밍이라고 한다는데 이에 드는 비용이 480년 동안 수천조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우주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의 여건이 더욱 좋아진다면 괜찮겠지만 만약 그게 빈민층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만들어내는 개발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미래를 향한 꿈이 아니라 언젠가 처참하게 무너질 헛된 욕망이자 기만이라는 생각만 들뿐이다. 수단이 목적을 가로막는 형국이니 말이다. 정말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지구가 멸망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건 어느 쪽을 결정하든 이미 늦어버린 선택이 아닐까. 제발 피할 길이 없어서 지구를 떠나야 하는 상황만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중간에 노르웨이 바스토이 섬 교도소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그곳에서는 살인, 마약, 성범죄 등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재사회화시킨다는 목적으로 그 섬 안에서는 모든 자유가 보장이 되고 리조트처럼 온갖 호화로운 생활을 즐길 수가 있다고 한다. 범죄자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기회를 얻고 인정을 받는다면 충분히 갱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데 믿기지는 않지만 보통 유럽에서의 재범률이 70-75% 정도인 것에 반해 이 교도소에 있던 자들의 경우에는 재범률이 16-20%라고 한다. 내가 비관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수치를 보고도 솔직히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만약에 우리나라 이런 제도가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몇몇 범죄자들은 반성 없이 그런 것들을 누릴 수도 있을 것 같고 이런 혜택을 바라고 의도적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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