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하이스쿨>

슬픔이란 깊숙이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밤하늘 위의 별처럼 헤아리는 것

by FREESIA

본 리뷰는 1ROW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난 너 끝까지 도울거야.
그러니까 나 봐서라도 나는 네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Undercover_photo250205155010imbcdrama13.jpg 출처: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문제 0. 고종황제의 사라진 금괴를 찾는 기밀 업무 수행 중 22년 전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발견한 국정원 요원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국정원 에이스 요원인 정해성은 유실된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한 임무 도중 실수로 유산을 훼손하게 되고 이에 해고 위기에 처한다. 이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를 얻은 정해성은 병문고등학교에 고등학생으로 위장 잠입하여 과거 민족 반역자인 '서병문'이 훔쳐간 8천억 원 상당의 고종 황제 금괴를 찾아야 한다는 임무를 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에이스 요원인 그에게도 이번 임무는 예측불허에 상당히 난해했다. 눈에 띄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행보는 파란만장한 십 대들이 모인 교내에서 상당히 주목받기 일쑤였다. 따돌림당하고 있던 학생을 외면하지 못해 도움을 준다는 게 학폭위까지 열리게 되었고 단서가 있는 학생회실에 출입하기 위해 전교 10등까지 성적을 올려야 했으며 떠들썩하게 학생회 임원 선거에 나가 춤까지 췄다. 그리고 금괴를 노리는 이사장 서명주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학생회장인 그녀의 딸 예나가 엮인 내신 비리 문제까지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며 본질적으로는 병문고뿐만 아니라 외부 공직까지도 연결된 부정부패의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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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이처럼 국정원 요원이 고등학생으로 위장잠입한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출발한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각본이 유치하고 내용이 아쉽다는 평을 받으며 시청률 기록이 저조했지만 꽤나 높은 화제성을 가지며 대중적인 인기를 차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드라마를 즐겨보는 타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밥 먹을 때, 자기 전에 묘하게 손이 가는 이 드라마의 매력에 한 동안 푹 빠져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언더커버 하이스쿨>의 장르는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다. 유명 드라마의 명장면을 적극적으로 패러디하는 등 기본적으로 코믹한 요소를 바탕으로 하기에 국정원 요원이 등장하는 첩보물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가 무겁지 않아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즐겨 보게 된다. 고등학생으로 잠입 수사를 한다는 설정은 학원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교 폭력 문제, 입시 경쟁 과열로 인한 여러 부조리를 해결하는 과정까지 보여주며 정체가 발각되지 않아야 할 주인공의 처지가 주는 긴장감과 어려움에 처한 십 대들의 문제를 (사실은 국정원 에이스 요원인) 능력 있는 어른이 멋있게 해결하는 데에서 오는 통쾌함을 동시에 오가며 극을 몰입시킨다. 병문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해성의 어릴 적 첫사랑이었던 수아와 함께 힘을 합쳐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괴담들을 풀어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은 마치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과 왓슨 같은) 탐정 콤비의 추리극이면서도 짜릿하고 설레는 로맨스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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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장르와 함께 <언더커버 하이스쿨>의 재미를 높이는 데에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의 열연 역시 한몫했을 것이다. 우선 주인공 해성 역의 서강준 배우는 제대 후 첫 작품인데도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의 역량을 모두 쏟아낸 연기를 보여주었다. 몇 개월 전 큰 인기를 얻은 <선재 업고 튀어>라는 작품은 주인공을 맡은 변우석 배우에게 있어서 한 편의 포트폴리오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배우 서강준이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 소화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포트폴리오다.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미디, 각종 첩보 액션, 정의구현 학원물, 귀여운 로맨스까지. 가히 훈훈한 외모에 가려졌던 배우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기주 배우가 표현한 기간제 교사 수아라는 캐릭터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호통칠 때에는 정말 학교 선생님이 빙의한 듯한 어조나 발성 같은 게 느껴지는데 반대로 해성을 도우며 옆에서 씩씩하게 몸을 날리고 열심히 단서를 풀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엉뚱하면서도 귀엽다. 이 드라마의 최종 빌런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사장 서명주 역의 김신록 배우 역시 놀라웠다. 뭐랄까, 빌런이라고 해서 힘을 주기보다는 '평범한 듯 미친'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게 오히려 어디로 튈지 몰라서 더 무섭게 느껴졌다. 자신의 딸에게는 아낌없는 사랑을 주려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뒤틀린 애정이 이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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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궁극적으로 이 이야기의 흐름이 공적인 '임무'에서 해성이 과거 국정원 요원이었던 아버지의 실종에 대한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사적인 '임무'로 연결된다는 점이 가장 극적이었다. 국정원으로서 시작한 해성의 사명감은 주어진 사건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주변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고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은 소년은 어느덧 아버지만큼 성장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주는 어른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해성의 인생에 있어서 주어진 두 가지 임무가 하나로 연결되어 가는 여정은 스스로에게 있어서도 구원의 과정이다. 아버지의 실종 사건 이후로 초등학교 때 첫사랑과도 말없이 헤어지게 되었고 이후에도 학교 폭력을 당한 기억이 있을 만큼 순탄치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해성이었지만 먼 시간이 흘러 병문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로 잡아가면서, 수아를 다시 만나면서, 아버지를 다시 찾으면서 오랫동안 묻어뒀던 자신의 상처를 꺼내어 치유하게 되는 것이다.

Undercover_photo250205155010imbcdrama15.jpg 출처: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드라마 속에서 아버지가 해성에게 찾아보라고 했던 '북극성'을 떠올려 본다. 밤하늘 위로 늘 제자리에서 나침반이 되어주는 북극성처럼 힘겨울 때 곁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다. 용기를 내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나 역시도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아무리 막막한 여정에도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성과 수아가 서로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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