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 분들을 모시고 글쓰기 얘기 했습니다
어제 디지털 마케팅 컴퍼니 제이비컴 직원 40여 명을 모시고 홍대앞에서 비즈니스 글쓰기 방법론 강연을 했습니다. 이런 시국에 무슨 글쓰기 강연이냐고요? 나라를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아넣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생각하면 한가한 사람들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악당의 위협 속에서도 저마다 삶에 필요한 활동은 이어가야 하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강연장인 스포트라이트 홍대1호점으로 갔습니다. 전철에서 내리니 갑자기 비가 쏟아져 우산도 하나 새로 샀습니다.
강연 제목을 '팔리는 글, 파는 글'이라 정했습니다. 어제 제 강연을 들으러 오신 분들은 모두 제이비컴에서 상업적인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내는 분들이니까요. 저는 에세이가 '벌거벗고 쓰는 글'이라면 비즈니스 글은 옷을 입고 쓰는 글'이라는 말로 운을 떼었습니다. 그 옷은 정장일 때도 있고 캐주얼이나 유니폼을 입고 쓸 때도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런 생각은 최근에 읽은 조수용의 <일의 감각>을 읽다가 떠올렸다는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비즈니스 글쓰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 팁을 얘기했고 특히 브랜딩을 위해서는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그 예로 던킨도너츠, 기네스맥주, 레고 같은 브랜드에서 했던 캠페인을 소개했습니다.
UX라이팅 얘기도 했습니다. 정확/간결/친절/통일성 있는 글쓰기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고 무엇보다 '수용자 중심의 글쓰기'가 UX라이팅의 본질임을 강조했습니다. 짧고 선명한 메시지로 '읽히는 메시지'를 작성하고 싶다면 짐 빈더하이 <스마트 브레비티>를 꼭 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UX라이팅의 원리만 깨쳐도 멋진 멋진 라이터가 될 수 있다고 응원하면서요.
글을 쓸 때 ChatGPT를 활용하라 얘기하면서 제가 실제로 칼럼이나 책을 쓸 때 어떤 식으로 프롬프트를 작성해 도움을 받았는지 보여드렸습니다. 다들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율이더군요. ChatGPT 프로필을 작성할 때 자세히 쓴 게 좋다면서 정치성향을 밝히느라 '윤석열을 싫어한다'라고 썼다고 했더니 모두 웃으셨습니다. 제이비에서 제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와 <읽는 기쁨>을 스무 권 정도 준비하셨길래 강연 중에 퀴즈를 내서 맞춘 분들께 선물로 나눠 드렸습니다.
사생활 노출이나 귀찮음, 흥미 없음 등의 이유로 SNS를 안 하는 분들이 많은데 홍보맨들은 자신의 채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일상에서 재밌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업무 글도 잘 못 쓴다고 위협하면서요. 보물지도는 세상에 널려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도 그냥 지나칠 뿐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그 보물지도는 다름 아닌 책이었습니다.
어제 강연은 제이비의 김세나 본부장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김 본부장은 연말을 맞아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께 뭔가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OJT 강연을 기획했는데 난데없이 계엄이 분위기를 망쳐 속이 많이 상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강연이 시작되자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김 본부장이 사 주는 저녁까지 맛있게 얻어먹고 동네 술집에 있는 아내를 구하러 갔습니다. 아내는 계엄령으로 '빡이 돌아' 동네 미장원에서 아줌마 펌을 하고 술을 마시며 호쾌하게 웃었습니다. 그걸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우리는 이 말도 안 되는 악인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은 국회의사당 앞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