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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늘 Oct 01. 2023

엄마에게

보내지 않은 편지의 일부

엄마에게, 


어쩌다 보니 머리가 커진 딸을 둬서 어려울 때가 있지? 엄마의 입장을 상상해 보려고 하는데, 솔직히 잘 안된다. 나는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본 적도 없고, 엄마라는 사람과는 또 다른 사람이라.

 

나에겐 엄마와의 관계가 꽤 중요해. 왜 그런지 새삼 생각하게 되는데,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엄마가 나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준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싶어. 그 베풂 덕에 내 머리가 이렇게 커질 수 있게 됐으니까. 내가 바깥세상에서 좀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엄마 몫이 제일 큰 것 같아. 엄마가 내 교육을 정말 열심히, 다양하게 챙겨줬으니까. 그 베풂, 평생 감사할 거야. 언어, 문학, 사회에 대한 관심, 비판적 의식, 논리적 사고력을 만들어준 베풂이니까. (놀랍게도 이걸 쓰는데 눈물이 나네.) 엄마의 그 관대함 배우고 싶어. 나도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 


그 외에도 엄마한테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어. 그중 요리 실력이랑 유머로 사람을 웃기는 능력은 참 부러워. 가능성이 있다면 나도 그 능력 노려보려고. 엄마가 우리한테 솔직하게 속마음 나눠주는 모습, 영어나 교양 배우는 것을 즐기는 모습, 건강 챙기는 모습도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인데, 알려나?

 

한편 가끔 이런 생각도 해. 내가 엄마의 말에 취약한 이유가 뭘까? 왜 그것에 쉽게 마음이 안 좋아질까?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사랑 혹은 인정을 유아처럼 갈구하는 모습이 내 안에 아직 좀 남아서인 것 아닌가 싶네. 이 유아적 잔재와 작별 인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후략) 

 

사랑과 감사함을 담아,


하늘 드림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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