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런던 센트럴에 가려면 기차를 타고 튜브를 갈아타야 한다. 집에서부터 목적지까지 넉넉하게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것 같다.
주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이 루트를 이용하는데 한동안 주말마다 기차 자체가 운행되지 않았다. 기차가 없을 때면 버스까지 타야 해서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
한동안 주말마다 기차가 다니지 않아서 어렵게 어렵게 센트럴에 가곤 했다. 이번주는 오래간만에 기차가 있어서 어찌나 반갑던지.
아침에 준비하며 분명히 기차가 10:15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왔다. 그런데 기차역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길래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직원에게 물어봤다. 10:15 기차 오지?
오늘 기차는 30분마다 있고 10:10 기차 방금 갔고 10:40에 다음 기차가 온다고 한다. 예배드리기 전에 11시 브런치 약속이 있던 나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빨리 나올 수도 있었는데 충분히! 어쩐지 역에 오는 길에 기차 하나가 지나가길래 안 멈추는 기차인가, 아니면 그전 기차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실 주일마다 기차는 30분마다 늘 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이미 불편함에 익숙해버려서 30분마다 기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물론 기차 시간을 잘못 알려준 앱이 밉기도 하지만 탓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영국 대중교통에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을 믿으며 살아가는 삶의 여정에서도 하나님께 쉽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매 순간 하나님을 사모하고 늘 하나님을 가까이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늘 누리며 살아가는 것.
또 하나는 다소 불편하기도 한 방법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을 무시한 채로 나의 자유 의지로 내 멋대로 하는 것. 나는 왜 이럴까 자책감을 느끼고 하나님 앞에서 죄책감을 느끼며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 자체를 주저하는 것. 다시금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깨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어쩌면 나는 그 불편함에 익숙해진 채로 매 순간 영적으로 깨어있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계속해서 사랑하시고 은혜를 부어주신다는 것이 정말 크나큰 감사이고 행복이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그 쉬운 길을, 하나님과의 관계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그 소망을, 늘 잃지 않고 간직하며 살아가는 삶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의도치 않게 브런치 약속에 늦어서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기차를 기다리며 주저리 써본 일기. 지금은 기차 타고 평화롭게 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