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게 인격이라니, 이 무슨 암울한 공상과학 영화 같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향후 10년 이내에 아주 ‘경제적인’ 이유에서 로봇에게 인격을 부여할 것이라고 본다.
자율주행을 먼저 생각해 보자. 자율주행차의 운행에 있어서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등 수많은 기술적 이슈와 레벨 4, 레벨 5 하는 모든 논쟁들은 결국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 사고가 나는 족족 제조사가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사고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완성도를 높이고 높이다 보니 아직까지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먼 이야기다.
그런데 말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NHTSA)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미국에서는 사람 운전 차량의 1억 마일당 사고 발생 비율이 4.4건이었고 Waymo 자율주행차의 비율은 0.09건으로, 사람 운전 차량보다 약 50배 낮았다.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는 조심해야겠지만, 이 연구 결과로만 보면 자율주행차가 사람보다 50배 안전하다는 얘기다. 안전하긴 하지만 한 건 한 건 사고에 대해 민감하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운 것이다.
그럼 이제 자본주의의 법인격 제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자본주의는 기업에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부흥할 수 있었다. 이것은 기업들이 하나의 인격으로 취급되고, 따라서 재산을 소유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라는 존재들은 한때 자연인만을 위해 존재했던 법적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것은 기업들이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게 해주었고 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기업에게 법인이라는 인격을 부여했듯이, 로봇(자율주행차 등)에게도 인격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로봇에게 법적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이 하는 것처럼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율주행차 등 로봇 산업을 둘러싼 법적 회색 영역이 정리되어 상용화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로봇에게 인격이 부여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자본주의를 위해 법인격을 부여받았듯이 로봇도 다분히 경제적인 이유로 인격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이것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나는 이 변화가 빠르게 현실화될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