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HOW 초기 투자 세미나
지난 6월, 스타트업 CEO분들의 프라이빗 정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노하우' 팀에서 작은 세미나를 연다며 패널로 초대해 주셨다. 평일 낮 시간대라 조금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즐겁고 많이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주최 측에서 미리 참석자 분들께 VC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본 후 모아서 전달해 주셨는데, 총 20개 질문이었고 나에게 배정된 것은 2개였다.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답을 드리긴 했지만, 시간 관계상 답을 해드리지 못한 질문들도 있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답 해드리고 싶은 질문들도 있었어서 아쉽다고 생각던 차에, 아마 세미나에 참여하신 분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창업자 분들이 궁금해하실 만한 질문일 것 같아 브런치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심사역님이 생각하는 투자 시장의 현황이 궁금합니다.
: 확실히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첫 번째, 거시 경제가 얼어붙어 스타트업의 업사이드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렵고, 두 번째 펀드 출자자(LP)들이 출자 자체를 전보다 많이 하지 않아서 VC가 투자할 자금도 여유롭지 않다는 것. 두 가지 인 것 같습니다.
2. 심사역님을 만나기 위한 통로/소통 공간이 궁금합니다.
: 콜드콜, 콜드메일 등을 통해 심사역과 미팅이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정부, 지자체, 스타트업 지원 단체 등에서 하는 행사, 피칭 대회 등 심사역들과 명함을 나눌 수 있는 곳에 많이 참석하시기를 추천드려요. 물론 사업 자체보다 행사 참석이 우선이 되면 안 되겠지만, 펀딩이 꼭 필요한 시점에서 최소 5~6개월 전부터는 여러 곳에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매년 모집하는 배치 프로그램들도 좋은 기회입니다.
3. 투자사 연락 시 이것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 대표님이 직접 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대표님 자체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데, VC 연락 혹은 미팅 시 대표님이 직접 나오지 않으시면 그 자리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꼭 대표님이 직접 하시길 바랍니다. 또 해주시면 상당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메일을 보내실 때 IR Deck의 핵심을 메일 본문에 짧게 정리해 주시는 것입니다. IR Deck을 열어보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핵심 요약을 본문에 써주시면 투자 유치 확률이 올라갈 것 같아요.
4. 초기 스타트업 특성상 성과 지표를 뽑아내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VC에서 원하는 지표가 무엇인가요? 혹은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IR deck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요?
: 이건 하우스마다 판단 기준이 다를 것 같은데요. 저는 아무리 초기라도 성과 지표를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제품이 나오지 않더라도 제품의 핵심 가설을 시험해 볼 수는 있을 거예요. 토스가 한 장짜리 랜딩페이지로 간편 송금의 니즈를 확인했던 것처럼요.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는 책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5.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이 있을까요?
: 구체적이지 않은 질문이라 저도 일반론으로 말씀드리면, 사업과 아이템 그 자체에 집중하시면서, KNOWHOW 행사 같은 기회를 통해, VC들을 많이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6. MVP와 IR deck이 없어도 사업계획서만으로 투자가 유치될 수 있을까요?
: 가능합니다. 저희 대표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요. B2B 사업은 한 장짜리 제안서로 파트너 만들 수 있어야 되는 사업이다.라는 말씀이에요. 같은 맥락으로 B2B 사업이시라면 MVP와 IR Deck이 없어도 투자가 진행될 수 있겠죠?
7. VC 핏 맞추는 건 어떤 기준으로 잡아야 하나요? VC들에게 투자를 받기 위한 피치덱을 돌릴 때 원하는 곳부터 두드리면 되나요? 어떤 식으로 시작해야 하나요?
: 모태펀드 출자펀드 찾기 에서 본인 사업의 특성에 맞는 모태펀드를 어떤 하우스가 출자받았는지 확인하시고 해당 하우스에 연락하시는 방법도 있고, THE VC 에서 VC 검색 후 운용하는 펀드 이름을 보고 어떤 분야에 투자하는 VC인지 파악 후 연락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혹시 이미 알고 지내는 심사역이 있다면 추천을 받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네요.
8. 투자사가 선호하는 스톡옵션 부여의 비율이 있나요?
: 스톡옵션은 사실 부여 안 하는 것이 지분 확보의 관점에서 가장 좋은데요(부여하면 지분 희석이 됨). 그러면 인재 확보에 쓸 무기가 없어질 수 있으니 보통 투자 시점 총 발행 주식의 10~20%를 스톡옵션 부여 총량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 최근 투자 트렌드 관련 질문) 최근 Seed 단계 투자는 어떤 벨류 얼마 투자가 보편적인지? 디폴트 값이 어느 정도로 정해져 있나요?
: 하우스, 스타트업마다 너무 달라서 답변드리는 게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Seed 단계에서 밸류는 대략 10~20억 원 사이인 것 같습니다.
10. 1차 미팅을 진행하는 팀들은 대체로 어떠한 점을 뾰족하게 설득했나요?
: 이것도 스타트업마다 다 달라서 하나를 꼽을 수는 없는데요. 한 번 이상 미팅을 진행했던 팀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면 미팅을 할 하나의 이유가 명확했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대비 비용이 반으로 내려가는 B2B SaaS다, 회원 가입자가 한 달 만에 300%가 늘었다 등 강력한 장점 하나가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11. 투자자 관점에서 투자 유치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요?(지표 수준이나 팀 구성 상황 등)
: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아이템인데 밸류가 낮을 때가 가장 좋은 시기일 것 같고요. 질문자님의 의도대로 답변을 드리자면, 투자 유치 확률이 높은 시기는 아마 팀 구성 완료되고 아이템이 출시되어(MVP라도) 시장의 반응을 파악했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12. B2C 어플리케이션 서비스(소셜/커뮤니티 류)에서 투자자분들이 생각하시는 가장 중요한 요소 3가지를 꼽자면?
: 소셜/커뮤니티는 이미 강력한 서비스들이 많고 수익화가 어려운 영역이다 보니 타 서비스 대비 경쟁력, 고객 리텐션 및 리퍼럴 수치 정도일 것 같습니다.
13. 특수한 BM으로 인해 성과 도출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기술 사업의 경우, 어떻게 사업성을 증명하고 이해와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기술 자체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VC를 만나는 것이 좋은 전략일 것 같습니다. 국내에도 딥테크,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사가 많으니 그쪽으로 접근해 보시면 어떨까요?
14. Seed 투자에서 SaaS 스타트업의 투자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무엇인가요?
: SaaS라면 주로 B2B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B2B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1페이지 제안서로 파트너사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해당 서비스를 쓸 미래의 파트너 확보 여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15. 언제나 사업계획서는 정직하고, 진정성 있게 전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심사를 받으면 과장을 해야 하는 건가에 대한 회의감이 듭니다. 이에 대한 의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정직하고 진정성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VC가 관심 있어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의 사업에서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신다면 과장하지 않고 정직하면서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를 만드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VC 뿐만 아니라 내부 팀원, 외부 파트너를 설득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16.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시, R&D기간 이후 실제 수익 발생까지 VC 측에서 매력적으로 생각되는 적절한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 시드 투자 유치 후, TIPS R&D를 진행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면 TIPS가 끝나기 전에 영업이익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17. 초기 스타트업의 벨류에이션은 어떻게 측정하나요?
: 수치가 명확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은 벨류에이션 변동 폭이 크지 않습니다. 하우스마다 주로 투자하는 금액과 밸류가 정해져 있으니 담당 심사역과 논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8. 창업한 지 만 3년이 되었고 아직 투자받은 적은 없습니다. 향후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요? 주위에서 들어보니 창업 3년 이내에 시드 투자를 받아야 유리하다고 들었습니다.
: VC 관련 법령을 이해하시면 도움이 되는데요. 창업기획자(엑셀러레이터)의 경우에는 회사가 운영하는 펀드의 최소 40~50%를 3년 미만 기업에 투자하게 되어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개인투자조합은 50%, 벤처투자조합은 40%를 3년 미만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따라서 3년 이내에 투자받으시는 것이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 재무적 투자와 전략적 투자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할 때의 기준은 무엇으로 잡는 것이 현명할지 궁금합니다.
: Series A 이전에는 전략적 투자는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재무적 투자를 받으시면서 내 편인 투자자를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회사의 상황과 전략에 따라 선택하시면 될 것 같네요.
20. 한 번도 투자받아 보지 않은 예비 창업가에게 하고 싶은 말씀 궁금합니다
: 투자보다 사업과 고객이 핵심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VC 입장보다는 저도 창업을 해본 창업가 입장에서 가장 힘이 됐던 문구를 전해드리고 싶네요. 나이키 창업자가 쓴 책 '슈독'에 나온 문구인데 제가 힘들 때 큰 힘이 됐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나는 이것이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충고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