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2025년에는 좀 더 전문성 있는 글을 쓰겠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맥락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리포트를 주기적으로 써볼까 합니다. 이 리포트가 추구하는 바는 증권사나 컨설팅펌의 리포트처럼 아주 구체적인 분석과 수치를 제시한다기보다 최신 현황들을 바탕으로 각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를 짚어보는 것입니다. 이 리포트를 보시는 분들이 '이 산업은 요즘 ~~때문에 ~~하네. 앞으로는 ~~될 것 같아' 정도의 감을 가지실 수 있다면 목표 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K-뷰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VC를 하기 전에 향수 사업을 했었기 때문에 리포트의 첫 주제로 적합할 것 같아 선택했습니다. K-뷰티가 좋다, 시장이 호황이다 정도의 말은 들어보셨을 텐데 실제로는 어떨까요?
글로벌 2위 화장품 수출국, 한국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0.6% 증가하면서 102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던 2021년 92억 달러보다 10.9% 증가한 것으로 화장품 수출 사상 최대 실적입니다. 글로벌 수출액 순위는 2014년 9위에서 꾸준히 상승해 2024년 기준으로는 2위를 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출액 중 인디 브랜드 비중 69%
더욱 놀라운 것은 이를 주도한 것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전통적인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화장품 즉 인디 브랜드라는 것입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전체 화장품 수출액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69%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했고, 중소기업 전체 수출액 중 화장품의 비율은 5.8%로 전체 수출 제품 중 1위입니다. 인디 브랜드 성과의 힘은 뛰어난 ODM 역량과 K-culture에서 나오는데요. 한국에는 세계 3대 화장품 ODM업체 중 2개(한국콜마, 코스맥스)가 있어서 화장품의 평균적인 퀄리티가 높고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또 K-POP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새로운 니즈에 빠르게 응답할 수 있는 인디 브랜드들이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중국 수출 비율 감소, 수출국 다양화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 중 중국이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2021년부터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하였습니다(‘21 년 53.2% → ‘22 년 45.4% → ‘23 년 32.8% → ‘24 년 24.5%).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 1위, K-뷰티
화장품 시장에서 미국 시장은 규모 면에서 전 세계 최대일뿐 아니라 소비재의 레퍼런스 시장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2024년 1~10월 기준 미국의 화장품 수입액 중 한국 화장품이 22%를 점유(14억 달러)하며 1위를 기록했습니다. 기존 1위였던 프랑스를 4억 달러 이상 격차로 따돌렸습니다.
정체 및 경쟁 심화되고 있는 국내 시장
글로벌 성장세는 아주 좋으나 국내는 정체 중입니다. 2023년 국내 화장품 판매액은 전년 대비 6% 감소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의 PB 화장품 확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비중 확장, LF & 코오롱 FnC 등 패션 기업의 뷰티 브랜드 확장 등 뷰티 영역에서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다이소의 저가 화장품 라인 확장, CU 등 편의점의 화장품 출시 등 가성비 뷰티에 대한 니즈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이소는 2024년 화장품 판매액이 전년 대비 150% 성장하고, 아모레퍼시픽의 저가 라인을 입점시키는 등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연매출 100억 원이 티핑 포인트
업계 전문가분들을 인터뷰해 보면 연매출 100억 원 정도부터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라고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국내 화장품 기업은 생산실적 보고 기준 1.1만 개이고, 올리브영에서 100억 원 이상 매출 내는 브랜드는 100개 정도인 것으로 유추해 보자면, 전체 화장품 기업 중 상위 1% 정도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뷰티 브랜드=연매출 100억 원 가능한가?' 투자의 기준으로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이 답이다
요즘 vc업계에서 중요한 투심 포인트 중에 하나가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가'인데요. 화장품은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글로벌 진출이 되지 않는다면 투자를 할 이유가 없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글로벌 시장에 대한 명확한 전략 없이, 대행사를 통한 아마존 입점 & 현지 인플루언서 마케팅 정도의 컨셉만 가지고 계신 기업들도 너무 많다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좋은 ODM 기업들이 있고, 뛰어난 기획&마케팅 역량을 가진 창업자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거두는 한국 화장품 기업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