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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사람 최지인 Feb 07. 2023

Web 3.0 은 패권 싸움이다.

*이 글은 [IT 트렌드 2023]이라는 책을 읽고 저의 관점에서 Web 3.0을 정리하는 글입니다.


나는 2년 정도 판교의 블록체인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블록체인이 꿈꾸는 이상에 매료되어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일했다.


삼성, 카카오, 두산, 블록체인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약 1년 반 정도 블록체인 스터디를 운영하기도 했고, 회사에서 메인넷 런칭, STO, NFT, 거래소, dApp, 코인 등의 업무를 경험하기도 했으니 그래도 이 판에서는 나름 경험을 한 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더 이상 블록체인이 말하는 이상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맥락으로 (블록체인이 기반이 되는) Web 3.0이 말하는 이상적인 미래도 액면가 그대로 믿지 않는다.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내가 바라보는 블록체인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 보겠다.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은 데이터베이스다. 근데 이제 인센티브 제도와 합의 알고리즘을 넣은.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 보자면, 태초에 블록체인이 만들어진 목적은 중앙 기관이 없이도 데이터의 정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참고:비트코인 백서). 그것을 위해서 블록이 체인으로 연결된 구조를 생각한 것인데 블록들이 정합성을 갖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1) 다음 블록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2) 생성된 여러 개의 다음 블록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 알고리즘. 비트코인에서는 1번을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로 준 것이고 2번을 PoW라는 것으로 정했다. 자세한 설명은 각자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블록체인의 핵심은 '탈중앙화'이며, 블록체인의 가치는 기존보다 더 뛰어난 성능(위변조 불가, 안전성 등)이 아닌 '탈중앙화된 환경에서도' 기존 시스템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제대로 탈중앙화된 블록체인도 거의 없다!)


<웹의 등장과 변천사, IT트렌드2023>

여기에서 ‘탈중앙화’라는 말이 독점된 기득권을 타파하고 모두가 공정한 세상을 이룰 것 같이 느껴져서 많은 오해를 만들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데이터를 담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그 데이터의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며 여기에서도 또 다른 새로운 권력이 탄생한다. 바로 블록 생성자들이다. 블록 생성은 결국 생태계 내의 파워(투표권, 돈 등)에 의해 결정되고 그것이 또 인센티브를 낳으며 순환되기에 권력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블록체인 기술을 쓴다는 것 자체로 책에서 말하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정하게 운영하는 시스템'을 이룰 수는 없다. 또 '디지털 창작자에게 창작의 대가로 소유권을 보장'하거나 '소유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수익을 제공'한다는 말들도 그저 이상적인 구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Web 3.0의 실체는 부의 주인이 바뀌는 패권 싸움이라는 것이다.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갖고 있던 돈과 권력을 Web 3.0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새로운 이익 집단이 가져가게 되는 것, 데이터를 독점했던 기업에서 블록을 생성하거나 해당 메인넷에서 많은 파워를 갖고 있는 집단으로 권력이 옮겨간다는 것, 공정한 사회로 나간다기보다는 그 돈의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블록체인과 공정을 이야기하는 Web 3.0의 실체라고 본다.


따라서 투자의 관점에서 Web 3.0라는 키워드는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사용자에게 만족을 주고 세상을 혁신할 수 있고 수익을 내는 등 각 하우스의 투자 기준에 맞는 스타트업에게 투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이 진정으로 투자 성공률을 높이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Web 3.0이라는 선언적 키워드에 빠진다면 스타트업과 산업을 냉철하게 보는 데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Web 3.0이라는 키워드와 관련 산업을 이런 시니컬한 관점에서 지켜보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솔직한 글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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