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쿨 입시에서 어쩜 가장 중요한 LSAT
미국에 살면서 점수에 집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점수 집착증이 심해졌다...
로스쿨 입시에서는 크게 LSAT과 UGPA, 두 가지 점수가 중요하다.
UGPA는 Undergraduate GPA의 약자로, LSAC이 학부 GPA를 기준으로 점수 다시 계산해 준다. 같은 GPA더라도, 학부의 난이도와 점수의 분포 등에 따라 LSAC이 계산한 UGPA가 학부 GPA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LSAC이 UGPA를 내는 법은 해당 링크를 참고: https://www.lsac.org/applying-law-school/jd-application-process/cas/requesting/transcript-summarization#GradeConversionTable)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나는 UGPA가 없는데, 다른 지원자들의 UGPA를 보면 정말 살벌하다... 3.96이냐 3.87이냐,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따진다.
LSAT은 더 치열하다...
개인적으로 166점을 받았을 때 실망스러웠지만, 충분히 가능하고 나의 실력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점수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LSAT은 한 문제 한 문제가 너무 어려운데, 한 문제만 틀려도 점수가 바뀌기 때문이다.
7sage의 LSAT 점수 변환표 (estimated score conversion)를 참고해서 보면, 175점과 173점은 점수상으로는 2점 차이가 나지만, (시험 난이도에 따라) 단 한 문제 차이일 수 있다...
그래서 애초에 LSAT 성적표에는 숫자 점수와 함께, 오차 범위를 의미하는 score band도 같이 표시된다. 예를 들어 내가 166점을 받았더라도, 162점에서 170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166점이라는 숫자가 나의 LSAT 실력을 완벽히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다.
비록 성적표에 score band가 포함되지만, 현실적으로 지원하는 학교는 단순히 숫자 점수만 고려한다... 즉, 166점을 받았다고 해서 170점을 받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그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166점으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미국 로스쿨 입시에서는 LSAT 숫자 점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부분의 로스쿨은 매년 median LSAT 점수와 상위 75% 및 25%의 LSAT 점수도 같이 공개한다. 그 로스쿨의 median LSAT 점수를 넘는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의 median 점수를 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만큼 LSAT 점수는 1-2점 차이만으로 입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LSAT 점수를 최대한 높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왜 이리도 LSAT이 중요할까?
로스쿨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1) 로스쿨 랭킹의 핵심 지표
매년 US News에서 로스쿨 랭킹을 발표하는데, LSAT median은 오랫동안 로스쿨 랭킹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따라서 로스쿨은 랭킹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LSAT 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유치하고자 노력한다.
무조건 LSAT 고득점이라고 해서 모든 학교에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LSAT 점수가 높으면 장학금을 받을 확률이나 waitlist에서 풀려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2024년도 US News 로스쿨 랭킹 평가 기준에 따르면, LSAT 점수의 비중이 11.25%에서 5%로 감소했다. 대신 졸업 후 취업률과 bar 시험 합격률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2)에 설명하듯, bar 시험 합격률과 LSAT 점수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로스쿨이 여전히 LSAT 점수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라는 내 생각!
2) 로스쿨 성적과 bar 시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의 지표
연구에 따르면 LSAT 점수와 바 시험 합격률 사이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3) 그나마 객관적인 평가 척도...
LSAC이 환산하여 다시 UGPA를 계산해 주지만, 그럼에도 학교마다 경쟁도와 전공 난이도가 다를뿐더러,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UGPA가 완전히 객관적인 척도라고는 할 수 없다.
반면 LSAT은 모든 지원자가 동일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개인 간의 실력 비교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기에 그나마 공정한 평가 척도로 여겨진다.
닭이냐 알이냐의 문제겠지만... 로스쿨에서 LSAT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지원자들도 LSAT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1점이라도 올리려고 시험을 반복해서 보고, 심지어 나처럼 170점 중반대처럼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욕심을 내게 되는 거 같다.